의혈

친구의 친구는 친구?

담마다사 이병욱 2020. 4. 24. 10:06

 

 

 

친구의 친구는 친구?

 

 

 

 

 

어제 목포에 다녀왔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 가셨기 때문이가. 세수 92세이다. 살만큼 살다가 가셨다고 본다. 인간수명 백세를 바라보는 시대이다. 요즘 웬만하면 세 자리를 찍는 분위기이다. 다만 병 없고 건강해야 할 것이다. 천수를 누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을 것이다.

 

 

 

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같은학과 동기카톡방이다. 공지는 세 가지 경우의 수 중에 하나에 해당된다. 부모 부고공지, 자녀 결혼공지, 그리고 정기 모임공지에 대한 것이다. 어느 경우나 멤버 중에 반은 모인다. 그러나 거리가 문제된다. 너무 멀면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목포행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목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잠실친구가 운전했다. 지금은 좀 더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잠실친구라고 부른다. 출발자는 두 명이다. 잠실친구의 차를 동천역 환승정류장에서 탔다. 죽전 위에 새로 생긴 것이다. 신분당선 동천역을 활용하면 경부선 하행선에서 손 쉽게 탈 수 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길찾기에서 보니 400키로가 넘는다.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거리이다. 케이티엑스(KTX)를 타면 2시간 걸린다. 그럼에도 차로 간 것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둘이 가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무엇보다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실친구와 이런저런 예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옆에 앉아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다. 사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상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목포에 금방 도착한 것 같다. 특히 천안 이후 서천까지, 서천에서 목포까지는 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일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이동을 자제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정시간 대로 도착했다.

 

 

 

 

 

 

 

해남친구는 고향인 해남으로 귀촌해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해남친구라고 부른다. 지금으로 부터 오년전인 2015년 해남친구는 서혼식을 했다. 초등학교 동기와 결혼한 것이다. 둘 다 배우자와 사별로 인하여 홀로 살고 있었는데 인연이 되어서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목포신안비치호텔에서 친지들과 친구들을 초청하여 서혼식을 했는데 그때 대학친구 5명이 참석했다. 이후 5년만에 목포를 찾은 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일까 장례식장은 한산하다. 여러 개 방 중에 오직 한방만 차 있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크게 줄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는 상당수가 음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경찰서 유치장 역시 음주로 인한 것이 많다고 한다. 술 마시는 것 하나 절제만해도 장례식장이 썰렁한 이유라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장례식장에 깃발과 화환을 보냈다. 어찌하다 보니 동기모임에서 상조팀장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먼저 상조기금을 마련했다. 동기들에게 자발적 후원을 요청한 것이다. 상당수 동기들이 호응해 주었다.

 

 

 

기금으로 깃발을 만들었다. 학교와 학과 그리고 학번이 명기되어 있는 우승기처럼 생긴 깃발이다. 깃발과 함께 화환을 보냈다. 깃발과 화환을 대행해 주는 업체에 맡긴 것이다. 부고공지가 뜨면 가장 먼저 조치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제 조문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가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대봉이라 하여 조의금을 대납해 주었다. 이제는 카톡방에 상주의 계좌번호를 공개하여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식이다. 그러나 직접 대면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장례식장에 참석한다는 것은 큰마음을 필요로 한다. 대개 친소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조문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인간관계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조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조문했을 때 감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일까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단 한번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해남친구는 육남매 중의 차남이다. 자손이 많아서인지 썰렁한 분위기는 아니다. 조문을 마치고 자리 잡았다. 어느 장례식장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보였다. 그것은 홍어이다.

 

 

 

목포는 홍어의 본거지라고 볼 수 있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아 영산강 입구에 있는 목포까지 일단 가져온다는 것이다. 오는 과정에서 삭혀 지는데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남도 사람들은 이 냄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잔치집에 홍어가 없으면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 하기 때문이다.

 

 

 

홍어가 보였다. 그렇다고 삭힌 것이 아니다.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또 이렇게도 먹는다고 한다. 홍어를 보니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쫀득쫀득하지 않고 약간 물컹물컹하다. 어쩌면 오리지널 홍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 돼지고기 수육도 있어서 삼합을 했다. 묵은지에다 수육과 홍어를 함께하니 입안 가득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삼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남친구 부부와는 약간 각별한 사이이다. 해남 특산품을 홍보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남친구부부의 황토농장에서는 해마다 6월이 되면 밤호박을 생산하고, 10월이 되면 꿀고구마를 생산하다. 밤호박철과 꿀고구마철이 되면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해남의 시뻘 건 황토에서 생산되는 청정한 먹거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카톡방 등 에스엔에스에도 알렸다. 그 결과 글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동참해 주었다. 올해도 생산철이 되면 예외없이 쓸 것이다.

 

 

 

해남친구의 아내는 밤호박철과 꿀고구마철이 되면 자료를 보내준다. 황토농장 사진과 함께 간단한 사연을 개인카톡으로 보내 주는 것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매일 글쓰기 하는 입장에서 좋은 글쓰기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친구아내는 작가라고 말한다. 한번도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블로거임에도 작가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생경한 느낌이다.

 

 

 

친구아내는 제주에도 연고가 있다. 제주도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특히 딸네가 제주에서 감귤농장을 하고 있다. 3년전의 일이다. 택배를 하나 받았다. 제주 특산품인 귤 한박스를 보내 준 것이다. 해마다 밤호박과 꿀고구마 홍보를 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 본다. 이후에도 한번 더 보내왔다. 딸네를 시켜 보낸 것이다. 그 딸을 이번 장례식장에서 보았다. 어머니를 닮아서일까 미인형이다. 아름다운 마음에 늘 감사해하고 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고 했던가? 해남친구 부부가 그런 것 같다.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인연이 되어 인생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친구부부는 귀촌하여 이제 농부로 살고 있다. 흙과 함께 살아 가는 친구부부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해남 특산품과 인연이 되어 서로가 친구처럼 지낸다. 이번에 내려 가니 오랜친구처럼 익숙하다. 이런 점이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 간 요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2020-04-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