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농부의 흘린 땀과 사랑으로, 해남 명품 밤호박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24. 21:12

 

농부의 흘린 땀과 사랑으로, 해남 명품 밤호박

 

 

해남에서 밤호박이 도착했다. 황토농장주와 카톡을 주고 받은지 20일만이다. 숙성 과정을 거친 것이다. 밤호박은 보름가량 자연건조 과정을 거쳐야 제맛이 난다.

 

 

흔히 단호박이라고 한다. 달다고 해서 단호박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남 사람들은 ‘밤호박’이라고 한다. 또는 ‘미니밤호박’이라고 한다. 왜 밤호박이라고 했을까?

 

밤맛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 밤호박 맛은? 밤맛이 난다. 분명한 밤맛이다. 밤이 무더기로 있는 것 같다. 단호박과는 다른 맛이다.

 

한달전에 마트에서 단호박을 샀다. 싼 맛에 샀다. 전자렌지에 7분 돌려서 맛을 보았다. 물컹물컹 했다. 단맛이 있기는 했지만 밤맛은 아니다. 부페에서 접하는 단호박도 물컹물컹한 것이다. 밤호박이 아니다. 해남 특산품 밤호박은 어떤 맛일까?

 

택배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두 박스를 신청했다. 한박스에는 6개 내지 7개가 들어 있다. 해남 황토에서 생산된 특산품이다. 해마다 이맘 때 맛볼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황토농장 특산품은 갈수록 진화되는 것 같다. 박스 겉표지에는 조리방법이 사진과 함께 적혀 있다. 랩에 싸서 7에서 10분 전자렌지로 찌라고 되어 있다.

 

밤호박 하나를 깨끗이 씻었다. 그릇에 물을 약간 넣고 비닐로 쌓다. 전자렌지로 8분 돌렸다. 마침내 밤호박 요리가 완성되었다. 아무 양념도 필요 없다. 전자렌지로 찌기만 하면 된다.

 

커다란 식칼로 가르니 황금빛이다. 속도 꽉 찬 것이다. 시중 단호박은 텅 비어 있다. 그리고 씨만 잔뜩 들어 있다. 씨는 크고 거칠어서 먹을 수 없다. 씨를 제거하면 별로 먹을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밤호박은 씨가 별로 없다. 씨가 있어도 먹으면 고소하다. 그런 밤호박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마디로 '파근파근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단호박은 물컹물컹하고 밤호박은 파근파근하다. 파근파근한 것이 바로 밤맛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껍질도 먹고 씨도 먹는다.

 

파근파근하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보드랍고 조금 팍팍하다.’라는 뜻으로 설명된다. 영어로는 어떤 뜻일까? 검색해 보니 ‘obstinate’의 뜻이다. 파근파근한 밤맛이다. 그래서 밤호박이라고 했을 것이다.

 

밤호박은 친구 농장으로 부터 받은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밤호박을 팔아 준다. 그리고 홍보대사가 된다. 늘 쓸거리를 찾아 헤매는 블로거에게는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된다.

 

 

밤호박철을 맞이하여 사진과 사연을 요청했다. 벌써 5년째 하고 있는 일이다. 친구아내는 다음과 같은 사연을 카톡에 남겼다.

 

 

“하늘 아래서 농사짓는 것을 아주 감사히 여깁니다. 인간의 힘은 얼마나 연약한지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게되요. 때에 따라 비와, 바람, 이슬이 꼭 작물에 필요해요.

 

가끔은 바람, 비 때문에 피해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요즘은 많지만 자연이 주는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느껴요.

 

호박이 진한 녹색으로 변해 가는 것은 열매가 익어가고 있어요. 미니밤호박 먹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농부의 흘린 땀과 사랑으로 일궈낸 열매 오늘 아침 1개를 따서 시험했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하네요. 6월 20~25일 출하시기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때맞춰 연락주시고 늘 감사드립니다.”

 

 

첫수확의 기쁨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하나의 명품 특산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힘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농부의 정성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농부의 흘린 땀과 사랑으로 일궈낸 열매”라고 한 것이다. 귀농하여 근면하게 사는 친구부부의 모습에서 그윽한 삶의 향기를 느낀다.

 

 

 

2020-06-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