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아이는 금방 자란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0. 7. 5. 20:24

아이는 금방 자란다

 

 

코로나시대이다. 그러나 지난 2월이나 3월 같지 않다. 5월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속의 거리두기로 전환 \되면서 각종 모임이 재개 되고 있다. 결혼식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카톡을 하나 받았다. 친구 딸 결혼식에 대한 것이다. 과동기모임에서 자칭 상조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조사를 챙겨주고 있다. 이번에는 경사에 대한 것이다.

 

친구는 딸 혼례 사실을 알리면서도 조심스러워 했다. 여전히 코로나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확산추세에 있다. 참석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계좌번호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다. 재차 요구했다. 말미에 "플리즈"라고 했다. 이 말이 먹혀 들어서일까 계좌번호를 알려 주었다. 동기카톡방에 공지했다.

 

결혼식장은 서울대 교수회관이다. 몇년전 갔었던 곳이다. 그때 당시 작은 법회모임 법우님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서울대 출신들이 주로 활용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친구 딸 부부도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이다.

 

 

확실히 모임이 위축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조사때나 경사때나 모이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면 못할 것이 없다. 명새기 동기 상조팀장이다. 극구 오지 말라고 해도 코로나를 뚫고 가는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결혼식도 변화가 없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감지된 것은 주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시대 때까지만 해도 주례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례를 누구로 해야 할 것인지가 큰 걱정거리였다. 평소 대비가 되어 있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교회나 성당이라면 역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주례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신랑과 신부는 하객을 바라보고 선언문 낭독으로 대신한다. 주례가 있었을 때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 마치 주례가 주인이고 신랑신부가 객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례가 없는 혼례식에서는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된다. 모든 포커스는 신랑신부에게 맞추어진다.

 

신랑과 신부는 선언문 말미에서 서로 칭찬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하객을 증인으로 다짐한 것이다. 이래서 결혼식이 필요한 것이다. 결혼식이 없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지와 친척, 친구, 그리고 양가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선언했으므로 성혼선언문은 유효한 것이 된다.

 

주례가 없는 대신 신랑신부 부모가 당부의 말을 해 준다. 신랑 아버지는 "신부의 또다른 아버지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딸이 생긴 것이다. 이런 논리로 따지면 신부 아버지는 "신랑의 또 다른 아버지가 되었습니다."가 된다. 아들이 하나 생긴 것이다.

 

요즘 남녀평등의 시대이다. 아들 가졌다고 자랑할 것이 못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아들 보다 딸이다. 아들 가진 집 보다 딸 가진 집이 대접받고 산다. 아들과 딸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모두 소중하다. 이렇게 본다면 양가 부모에게는 자식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세월이 빠르다. 지나 놓고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세월을 실감한다. 아마 1992년이었던 같다. 그때 독일 가는 비행기를 탔다. 독일이 막 통일되었던 해인 것 같다. 모스크바를 거쳐서 갔는데 영화를 세 번 보았다. 30대 전반에 본 것이다. 그 중 한영화 대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이는 금방 자라요. 지금 함께 해 주어야 해요."라는 말을 했다. 영화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는 금방 자란다'는 말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이는 금방 자란다고 했다. 그때 당시 영화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아이의 성장과정을 다 지켜본 사람이었을 것이다. 여배우의 입을 통해서 말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는 빨리 자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10년후가 되면 대학생이 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아이와 최대한 함께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늘 바쁜 남자에게 "아이는 빨리자라요. 지금 아니면 시간 없어요."라고 말 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이가 자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그 아이가 둥지를 떠나려 한다. 독립해서 새로운 둥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할 일을 다해 마친 부모는 홀가분해 할 것이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부모도 주인공이 되는 날이다.

 

 

2020-07-0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