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 10.5서초동촛불
10월 5일 서초동에서 승리를 맛보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사건이 진행 중에 있지만 이 정도 열기라면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승리일까?
저녁 7시 교대역을 나왔을 때 교대역 사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남역까지 붙은 것 같다. 약속장소인 우리은행으로 걸어 가는데 인파 때문에 가기 힘들 정도였다. 우리은행은 교대역과 서초역 중간지점에 있다.
인파를 뚫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정평불식구들이 있었다. 촛불집회도 나홀로 가는 것 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좋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 좋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제 우리은행 앞은 모이는 장소가 된 것 같다.
이번 10.5서초동촛불은 크게 세 가지 승리로 보고 있다. 그것은 10.3보수집회에대한 승리, 정치검찰에 대한 승리, 시민의식에 대한 승리라고 볼 수 있다.
10.3보수집회에 대한 승리
첫 번째로 10.3광화문보수집회에 대한 승리이다. 개천절날 태극기부대집회가 있었다. 보수야당과 기독교도들이 함께한 집회를 말한다. 촛불성지이자 민주화의 성지인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꼈다. 총동원령이 내려서일까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3백만명이 모였다고 했다. 이제까지 보수측에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후휴증은 매우 컸다. 매스컴에서는 숫자보다도 ‘폭력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보수측 10.3광화문집회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폭력과 종교와 정치가 어우러진 혼합집회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각자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방송사 여기자를 성추행하는가 하면 각목이 등장하는 등 폭력이 난무했다. 무엇보다 종교가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집회에 신도를 동원한 것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내란선동이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한마디로 10.3보수집회 현장은 ‘무법천지’와 같았다.
주식시세판을 보면 일봉이 있다. 주식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다음 날 또 최고점을 찍었다면 이전 일봉을 제압했다고 볼 수 있다. 서초동에서 열린 10.5촛불이 그랬다. 보수측의 10.3집회를 무력화 시킨 것이다. 참가인원에서도 압도했다. 무엇보다 시민의식이다. 보수측 집회와 달리 폭력은 일체 없었다. 해산했을 때는 거리에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느 자원봉사자가 쓰레기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면서 “여기에 버려 주세요”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10.3을 제압한 것이다.
잃어 버렸던 태극기를 되찾고
이번 10.5촛불에서는 그동안 잃어 버렸던 태극기를 되찾아 왔다. 시민들은 주최측에서 나누어준 태극문양을 들었다. 태극기가 소위 태극기부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그들로부터 빼앗아 온 것이나 다름 없다. 국기가 오염되고 있는 상황을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태극기부대는 국기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소유권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그들을 상징하는 것처럼 되었다. 그 결과 태극기가 분열과 갈등과 증오와 적개심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국기에 대한 모독이다. 또 하나 국기에 대한 모독은 성조기를 드는 것이다. 누구나 “태극기 하나면 됐지 왜 성조기를 드는가?”라며 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극기집회 현장에서는 태극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극기와 함께 반드시 성조기를 볼 수 있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심지어 이스라엘기까지 등장했다. 아마도 태극기부대 후원세력이 보수 기독교단체와 대형교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조기를 들 수 있다면 일장기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태극기에 대한 모독이다. 사람들은 겉으로 이야기 하지 않지만 속으로 “쪽팔리게 성조기는 왜 드나?”라고.
인간만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갖는다. 부끄러움은 내적인 것으로 양심과 관련 있고, 창피함은 외적인 것으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두려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에 대하여 이 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과도 같다고 했다. 만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다. 10.3 광화문집회가 그랬다. 더구나 성조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이 자주국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태극기를 들 자격이 없다. 그래서 이번 10.5촛불에서 태극기를 회수한 것이다.
정치검찰에 대한 승리
두 번째로 정치검찰에 대한 승리이다. 이번 10.5촛불로 인하여 정치검찰들은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촛불이 점점 타오를 뿐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10.5촛불은 보수측의 10.3집회를 간단히 제압해 버렸다. 무엇보다 서초동촛불은 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인디언기우제식으로 검찰개혁될 때까지 서초동에 모이는 것이다.
한국의 검찰은 잔인하다. 최근 조국의 딸이 김어준방송에서 나와서 한국검찰에 대하여 ‘잔인하다’라고 말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잘못 보이면 끝장이라고 한다. 한번 걸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기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치9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어느 정치인은 조국도 곧 소환할 것이라고 한다. 조국을 소환하면 대통령도 소환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검찰은 어느 정도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의 검찰은 대통령보다 권한이 더 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 공소취소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권한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밖에도 검찰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사권과 공소취소권만 가지고 있다. 일본은 수사권과 기소독점권과 공소취소권만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만 가지고 있다. 영국은 오로지 공소취소권만 가지고 있다. 이렇게 초강력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조국수호”에 대하여
현재 한국인들에게 가장 먼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경제문제, 남북문제, 언론문제, 노동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이 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이는 서초동촛불이 증명한다.
검찰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꼭 조국이어야 하는가?”라며 조국이라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하여 문제삼고 있다. 그래서 서초동촛불에서 “조국수호”라는 구호에 대하여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촛불집회 도중에 모임을 가졌다. 정평불사람들은 우리은행 뒷편에 있는 우동집에 모였다. 멀리 경주에서 상경한 최선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저녁식사를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박선생이 특별하게 짧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우동집에서 조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정평불공동대표 최선생이 정리해 주었다.
최선생에 따르면 조국에 대하여 단순하게 조국이라는 법무장관 개인으로 보지 말자고 했다. 촛불집회에서 “조국수호”구호를 외친다고 하여 개인에 대한 수호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좀더 넓게 보자고 했다. 조국수호는 대통령수호도 된다고 했다. 더 넓게는 3년전 광화문촛불로 이룩한 성과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1980년 광주에서 민중항쟁이 있었다. 그때 당시 계엄군이 포위망을 좁혀 올 때 결사항전을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도청에 들어 갔다. 죽을 줄 알면서도 들어간 것이다. 만일 그때 스스로 광주를 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찾아 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항 했기 때문에 찾은 것이다. 빼앗겼기 때문에 되찾은 것이다. 그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나타났다.
2016년 광화문촛불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정부가 탄생했다. 만일 지금 여기서 지켜 내지 못한다면 3년전 광화문촛불은 의미가 퇴색된다. 이렇게 본다면 “조국수호”는 단순하게 조국이라는 법무장관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뽑은 대통에 대한 수호가 되고 더 나아가 촛불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에 대한 수호가 된다.
시민의식에 대한 승리
세 번째는 시민의식에 대한 승리이다. 이제까지 서초동촛불에서 단 한건도 입건자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폭력으로 얼룩진 10.3광화문보수집회와 비교된다. 이런 성숙된 시민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2016년 광화문촛불의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더 이전으로 올라가서 세월호촛불과 국정권댓글촛불에서 비폭력 평화시위를 보여 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작용했길래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 준 것일까?
서초동촛불을 10.3광화문보수집회와 또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측의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동원되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간 사람도 없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를 과시하기 위하여 숫자를 늘리기 위하여 당원들에게 동원령을 내리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교회신도들도 동원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해서 보수측에서는 사상최대의 집회를 치룰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 번, 세 번 이런 집회는 가능할까?
서초동촛불집회는 자발적이다. 뉴스타파라는 작은 단체에서 주관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국민들이 주체가 된 것이나 다름 없다. 정치권이나 종교단체에서 참여하라고 독려한 적이 없다. 국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라며 머리수를 하나라도 더 채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정평불 참여자 중에 노선생은 가게를 접고 나왔다고 했다. 멀리 지방에서 KTX타고 참가한 최선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원된 인력과 자발적 참여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동원된 인력은 일회성으로 그치지만 자발적 참여자는 끝까지 간다. 마치 인디언식 기우제지내기식이라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일 없으면 매주 토요일 저녁에 서초역 사거리로 나올 것이다.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나오는 것이다. 검찰이 센 지 국민이 센 지는 곧 가려지게 될 것이다.
서초동촛불은 일주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
싸움을 해도 한번 이겨본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국민들은 3년전 광화문촛불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이런 승리의 경험이 오늘날 서초동촛불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낙관하는 것 같다. 한번 이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초동촛불현장을 보면 축제분위기이다. 이는 어쩌면 국민성에서 기인하 것인 것 모른다.
외국사람이 보기에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라고 한다. 이를 영어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화끈하다’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 보여 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한번 신바람이 나면 확 쓸어버린다. 그래서일까 아이티(IT)강국이 되었는지 모른다. 요즘 케이팝(K-Pop)도 그런 범주의 하나일 것이다.
신바람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큰 일을 이루어낸다. 현실이 그렇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또 한국은 ‘3050클럽’에도 해당된다. 국민소득 3만불에 인구 5천만명 이상 해당되는 나라를 말한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이다. 조만간 이탈리아를 제치면 6번째가 될 것이다. 이런 저력은 역동적인 국민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주화에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대통령이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국민이 나서서 갈아 치워버린다. 어쩌면 한국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선진국이다. 이는 민주화운동의 결실이다. 이와 같은 민주화가 있었기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3050클럽의 7번째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가지 안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검찰개혁이다.
매주 토요일은 서초동사거리로 가는 날이다. 일주일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날이다. 그곳에 가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있어도 힘들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친다. 이번에는 태극기를 찾아 왔다. 서초동 가는 날은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이다. 서초동촛불은 일주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이다.
2019-10-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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