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삶의 결실
시간을 붙들어 맬 수는 없을까? 매달 한권씩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이제까지 쓴 글을 책으로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출판사에 의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실 가까운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 의뢰하는 것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책이 나왔습니다. 책의 제목을 ‘사가타상윳따 번역비교I’이라고 했습니다. 비전문가가 번역비교라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잡문을 쓰는 블로거가 한번 시도해 본 것입니다. 2013년 9월부터 시작하여 내리 3년가량 썼습니다. 지금도 이런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두 종류의 빠알리니까야 번역서가 있습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어느 번역서에 오류가 많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이도 그렇게 말 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니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비교대상 경전은 상윳따니까야 1권입니다. 게송이 많아서 사가따상윳따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가따(sagatha)라는 말은 ‘시와 함께’라는 말입니다. 빠알리원문과 두 종류의 한글번역서, 그리고 빅쿠 보디의 영역, 이렇게 네 종류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빠알리원문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빠알리사전 PCED194를 활용했습니다. 검색창에 로마나이즈화된 빠알리어를 넣으면 영어, 일어, 한자로 검색됩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았더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를 보고 “길고 짧은 것은 비교해 보아야 알 수 있다.”라는 속담이 나왔을 것입니다.
번역비교를 3년 동안 진행하다보니 약 200편가량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1권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39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총 412페이지 분량입니다. 책에는 빠알리원문도 있고 비교표도 있습니다.
이 분야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정반대의 번역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3년동안 번역비교를 하면서 상윳따니까야 1권 시와함께모음을 모두 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남방 테라와다불교국가에서는 상윳따니까야1권은 법구경이나 숫따니빠따 못지 않게 인기 있는 경전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게송이 많아서 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상윳따니까야를 한권으로 압축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상윳따니까야 1권을 ‘시와함께-붓다의 대화’라 하여 포켓용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
번역비교한 것을 모두 출간하면 5권가량 될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쓴 글을 모두 출간하고자 합니다. 약 5천개가량 썼으니 출간하면 책장으로 가득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출간할 때는 형식을 갖추고자 노력합니다. 비록 소장용 내지 보관용에 지나지 않지만 서문과 목차는 반드시 작성합니다. 특히 서문에는 책이 발간된 연유를 써 놓았습니다.
책을 발간하게 된 것은 기록물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현재 가장 안전한 곳은 웹입니다. 블로그에 올려 놓은 글과 사진은 모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PC에 저장되어 있는 것은 바이러스 등으로 인하여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웹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든지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 이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프린트하여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권은 출간하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12월 이래 지금까지 모두 5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된 책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시대이고 정보통신시대이기 때문에 PDF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분에게 이메일로 자료를 발송하면 됩니다.
종이책은 소장용 내지 보관용 몇 권으로 충분합니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자, 게으르지 않고자 책을 냅니다. 그리고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책을 냅니다. 출간된 책은 블로거의 삶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2019-10-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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