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기

여법한 부의 창출과 베풀고 나누는 삶, 파유토스님의 ‘붓다의 경제코칭’을 읽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4. 20:46

 

여법한 부의 창출과 베풀고 나누는 삶, 파유토스님의 붓다의 경제코칭을 읽고

 

 

최근 책을 택배로 받았다. 민족사 주간 사기순선생이 보낸 책이다. 두 권의 책을 받았다. 한권은 붓다의 경제코칭이고 또 한권은 죽음을 명상하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책을 보낸 것은 서평때문이다. 특히 붓다의 경제코칭에 대하여 써 달라고 했다. 한번도 공식적으로 책의 서평에 대하여 써 본적이 없다. 다만 독후감 형식으로 독후기를 몇 번 쓴 적 있다. 모두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민족사 신간 붓다의 경제코칭은 부제가 중도로 본 불교경제학으로 되어 있다. 영어로 된 제목은 ‘Buddhist Economics’ 라고 되어 있다. 부제는 ‘A Middle Way for the Market Place’라고 되어 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불교경제학에 대한 것이다. 그것도 시장중도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당량을 아는 것, 맛딴뉴따(mattaññutā)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단어에 주목했다. 그것은 맛딴뉴따(mattaññutā)’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에 대하여 책에서는 이것이 불교경제학을 정의하는 특징이다.”(137p)라고 했다. 절제(Moderation)를 뜻하는 맛딴뉴따라는 말을 아는 것이 불교경제학을 이해하는 빠른 길임을 말한다.

 

빠알리어 맛딴뉴따에 대하여 찾아 보았다. 빠알리사전 PCED194에 따르면 마딴뉴 (mattaññū)형태로 설명되어 있다. 영어로는 ‘knowing the measure or limit’라 하여 양이나 한계를 아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말은 ‘moderate’의 의미로 적당한또는 중도의뜻을 가지고 있다.

 

마딴뉴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해 보았다. 테라가타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에 분량을 아는 자가 있으니 비천하지 않은 정신을 지니는 자이다.”(Thag.243)라고 되어 있다. 마딴뉴라는 말이 음식의 적당량을 아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음식절제에 대한 것이다.

 

음식절제에 대한 이야기기는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숫따니빠따에서는 친구와 사귀어라. 인적없이 외딴 곳, 고요한 곳에서 거처하여라. 그리고 음식의 분량을 아는 사람이 되어라.”(Stn.340)라고 되어 있다. 부처님이 외동아들 라훌라에게 당부한 말이다. 역시 음식절제가 포함되어 있다.

 

왜 음식절제를 해야 하는가?

 

왜 음식절제가 중요한가? 음식절제가 깨달음의 요소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네 가지 원리를 갖추면 열반을 앞두고 퇴전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세상에 수행승이 계행을 갖추는 것과 감각능력의 문을 수호하는 것과 음식을 먹을 때 알맞은 분량을 아는 것과 깨어 있음에 전념하는 것이다.”(A4.37)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네 가지 원리에 음식절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음식절제를 해야할까? 책에서는 우리가 공양을 받는 것은 쾌락이나 맛을 위해서나 아니다. 이는 육체의 허물어짐을 막고, 고를 극복하며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함이다. 이 공양을 받음으로써 우리는 고통과 배고픔을 극복하고 비난받지 않는 평온한 삶을 산다.”(79p)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문장은 파유토스님이 속한 승단의 공양게송이라고 볼 수 있다.

 

파유토스님이 언급한 공양게송은 초기경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에이것은 놀이나 사치로나 장식이나 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 몸을 유지하고 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불편했던 경험을 제거하고 새로운 고통을 초래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나는 허물없이 안온하게 살리라.”(A4.37)라고 설명되어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치료가 될 때까지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또한 예를 들어 짐을 옮길 수 있도록 수레바퀴에 기름을 치듯”(S35.239)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설해져 있다.

 

음식절제에 대한 태도는 반드시 승단에 속해 있는 승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파유토스님은 우리가 물질을 사용할 때면 언제나 그것이 음식물이든, 의복이든, 혹은 전기나 종이 한 장이라도 함부로 쓰지 말고, 물건들의 올바른 용도에 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부주의한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절제와 중도를 이해할 수 있다.”(80p)라고 했다.

 

음식절제는 재가자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음식 절제하듯이 함부로 물건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환경이나 기후를 생각하는 것도 해당된다.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음식절제에 해당될 것이다. 그것은 절제 또는 중도라는 의미를 가진 맛딴뉴따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은 방대하다. 부처님이 고와 고의 소멸에 대하여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초기경전을 보면 우리 삶과 관련이 되지 않은 것이 없다. 부처님의 팔만사천법문을 보면 놀라운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와 같은 근본가르침뿐만 아니라 사념처와 같은 수행의 가르침도 있고, 중생에 대한 자비실천의 가르침도 있고, 남녀나 계급에 대한 평등의 가르침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실직시의 가르침우정의 가르침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부처님 가르침 중에는 재산증식의 가르침도 있다는 사실이다.

 

파유토스님의 불교경제학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재가불자들에게 가난을 장려한 사례가 없다.”(119p)라고 했다. 가난을 장려하지 않았다면 부를 장려했다는 말로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경전 여러 곳에서 재가불자들에게 바른 방법으로 부를 추구하고 축적하도록 권하는 구절이 나온다.”(119p)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의 재산에 대한 가르침은 재가자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초기경전을 보면 사업의 경’(A4.79)이 있다. 어떻게 하면 사업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이다. 사업을 장사나 비즈니스라는 말로도 바꾸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업, 장사,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부처님은 그가 약속한 것을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시한다.(A4.79)라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마디로 고객감동을 실현하라.”라는 말과 같다. 누구나 생각한 것 이상으로 퍼 주었을 때 감동하지 않을 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고객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 주었을 때 돈을 벌지 않을 수 없고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은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했다. 파유토 스님의 책에서는 여자에 탐닉하지 않는 것, 술에 취하지 않는 것, 도박에 빠지지 않는 것, 악한 벗을 사귀지 않는 것”(170p) 이렇게 네 가지를 들었다. 이 네 가지는 경전적 근거를 갖는다. 앙굿따라니까야 비야가빳자의 경’(A8.54)이 그것이다. 경에 따르면 돈을 모으는 방법이 소개 되어 있다. 그것은 수입이 지출을 넘어서고,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지 않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대하여 배수구를 닫고 취수구를 열어 놓고 하늘이 비를 내린다면 그 커다란 호수는 반드시 채워진다.”(A8.54)라 하여 배수구의 비유로 설명했다. 이것은 돈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재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하여

 

파유토스님의 책에 따르면 인색함은 악이다.”(124p)라고 했다.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좋지만 부를 축적하기만 하고 다른 이와 나누지도 않고 좋은 일에 쓰지 않는다면 죄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축적된 부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파유토 스님은 책의 말미에서 네 가지 행복에 대하여 언급했다. 부처님이 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가르침을 준 빚 없음의 경’(A4.62)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것은 크게 소유의 행복, 향유의 행복, 빚없음의 행복, 허물없는 행복으로 요약된다.

 

파유토스님의 불교경제학은 올바른 생계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는 팔정도에 실려 있는 올바른 생활(정명)’과 관련이 있다. 특히 직업과 관련하여 “수행승들이여, 재가의 신자는 이와 같은 다섯 가지를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무기를 파는 것, 사람을 파는 것, 고기를 파는 것, 술을 파는 것, 독극물을 파는 것이다. (A5.177)라고 했다. 판매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농부는 생계를 위해서 닭이나 돼지를 기를 수 있다. 그러나 판매하는 것은 부처님의 올바른 생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농부나 어부가 생계를 위해서 살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부를 축적할 목적으로 판매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오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큰 돈을 벌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법이나 탈법, 편법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투기로 부를 축적했다면 이는 불로소득에 해당된다. 비록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투도죄에 직접적으로 해당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부처님에 말씀하신 정당한 소유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부처님은 소유에 대하여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소유한다.”(A4.62)라고 말씀했다.

 

부의 축적은 팔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이루어져야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면 그런 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더구나 자신의 감각적 쾌락을 위해서만 부를 활용한다면 죄악을 짓는 것과 같다.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감각적 쾌락의 재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 재벌 이세나 삼세들의 마약문제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축적된 재산은 베풀고 나누고 보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 공덕을 베푼다.”(A4.62)라고 했다. 이는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정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베풀고 나누고 보시할 줄 아는 자에 대하여향유의 행복을 누리는 자라고 했다.

 

여법(如法)한 부의 창출과 베풀고 나누는 삶  

 

파유토스님의 불교경제학은 200페이지가량 되는 소책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겨야할 내용은 매우 많다. 그것은 철저하게 경전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하여 불교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파유토스님은 책에서 무엇을 강조하고자 했을까?

 

부처님 가르침이 아무리 고귀해도 배가 고프면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파유토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먼저 들을 것인가? 잃어버린 소 한마리를 먼저 찾을 것인가?”(DhpA.III.261-263)라는 법구경 주석을 인용하여 설명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배가 고프면 천하의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먹고 살기에 바쁜 사람은 하루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병고에 시달리는 자들은 하루 빨리 병에서 낫기만을 고대할 것이다. 소송에 휘말린 자들은 하루빨리 송사에서 벗어나고푼 마음만 간절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가르침을 설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치 배가 고픈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파유토스님은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으로 부를 창출해야 사람들이 자기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삶, 선이 늘어나는 삶에 이른다고 불교경제학은 믿는다. 부 자체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 불교경제학의 목표이다.”(181p)라고 강조했다. 여법(如法)한 부의 창출과 베풀고 나누는 삶, 이것이 파유토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불교경제학에 대한 메시지 아닐까?

 

 

굶주림은 가장 심각한 질병이고

형성된 것들은 극심한 괴로움이다.

이것을 있는 그대로 알면,

열반 곧, 위없는 지복을 얻는다.”(Dhp.203)

 

 

2019-11-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