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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면서 이런 모임 하나정도는, 1박2일 동기모임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1. 10. 22:22

 

 

살아 가면서 이런 모임 하나정도는, 12일 동기모임

 

 

 

 

 

연례행사처럼 치루는 것이 있다. 해마다 11월 초에 치루는 12일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치룬 행사는 불교교양대학동기모임이다. 2004년 입교했으니 이제 만 15년 되었다.

 

 

 

동기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처음 불교에 입문한 동기모임으로서 이렇게 오랜세월동안 모임이 유지된다는 것은 요즘세상에 기적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모임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몇차례 깨질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까기 오게 된 것은 모임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우님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비큐파티를 했는데

 

 

 

이번 12일은 사찰순례를 겸한 것이다. 수도권 근교의 대법사, 신륵사, 흥왕사, 와우정사를 순례코스로 정한 것이다. 숙소는 여주에 있는 느티나무펜션이다. 모임에서 가장 막내에 해당되는 이창용총무님이 이 모든 것을 맡아 주었다. 동기모임이기 때문에 한번 막내는 영원한 막내이다. 입교당시에는 30대 후반이었으나 이제 50대 초반이 되었기 때문에 같이 늙어간다고 볼 수 있다. 모임에서 가장 젊은 법우님이 행사의 처음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12일 하일라이트는 무어니무어니해도 펜션에서 저녁모임이다. 저녁식사를 곁들인 바비큐파티인 것이다. 미리 장을 보아 왔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파티를 준비했다. 바비큐파티라고 하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불판에 생고기를 굽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역할 분담되었다. 남자들은 불판에 굽고 여자들은 밑반찬을 만들었다. 회비를 걷어서 마련한 것이다. 이와 같은 파티는 사람사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재가불자들은 출가수행자와 달리 세상속에서 세상사람들과 살아가기 때문에 때로 이처럼 세상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도 사는 것이다.

 

 

 

 

 

 



 

 

 

바비큐파티를 하면 고기를 먹고 음주를 하게 된다. 특히 음주의 경우 불음주계를 어기는 것이 되어 오계를 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 동기들은 음주를 하지 않는다. 건배를 하긴 하지만 입에 대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술을 마시는 것 보다는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오랜만에 그것도 일년만에 만나는 모임이다.

 

 

 

 

 

 

 

대방에서 차담(茶談)

 

 

 

작년 12일모임은 11월 이맘때쯤 강화도로 갔었다. 낙조가 아름다운 강화도 펜션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는 11명이 참가했다. 이번 여주 느티나무펜션모임에는 15명이 참석했다. 작년 보다는 더 많이 참여해서일까 잔칫집분위기 같았다. 그렇다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바비큐파티가 끝난후에 대방에 모였는데 차담(茶談)을 했다.

 

 

 

 

 

 

 

저녁 차담모임을 위하여 차기와 차를 준비했다. 사무실에 있는 차기셋트를 모두 가져갔다. 그리고 보이차와 국화차를 준비했다. 큰방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 차를 앞에 두고 각자 돌아가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신행이야기일수도 있고 개인사적인 이야기일수도 있다. 한사람이 대화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공평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흔히 이런 말이 있다. 차담을 하면 30분 이야기할 것을 3시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차가 대화의 매개체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차담을 하면 커피를 마시는 것과 달리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한히 이야기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다 마셨을 때가 문제가 된다. 커피도 무한리필이 되면 무한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만 대개 커피를 다 마시면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하여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한다. 짧게 용건위주로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친한 사람이 오면 커피대신 차를 대접하면 좋다. 오래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찻잔을 마주하면 대화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각자 돌아가며 3분스피치식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자유롭게 대화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나이가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같은 동기라는 사실이다. 동기모임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모임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하고 누구나 평등하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차가 매개 역할 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찻잔을 마주하면 커피잔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 다르고 술잔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는 천지차이로 다르다. 이날 사람들은 보이차보다는 국화차가 더 좋았다고 했다.

 

 

 

참여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차담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에는 모임의 미래에 대한 것도 논의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모임의 활성화에 대한 것이다. 더 많은 법우님들을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모임이라는 것은 참여하는데 의미가 있다. 참여하지 않으면 모임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임에 참여하면 모든 경비는 무료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쌓여온 기금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모임이 창립된 이래 적립된 기금이 꽤 된다. 그렇다고 많은 금액은 아니다. 작은 모임을 유지할 정도 되는 적정한 금액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전 총무님의 역할이 컸다. 이전 총무님이 십년동안 소임을 맡으면서 한푼 두푼 모은 것이다. 그러나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과 돈과 정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내년에는 이와 같은 12일 행사에 대하여 모든 비용을 기금에서 사용되도록 의견이 모아졌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차담이 끝나고 취침하기 위하여 흩어졌다. 큰 방 두 개를 잡았는데 하나는 남자방이고, 또 하나는 여자방이다. 참석인원 15명 중에 남자는 7명이고 여자는 8명이다. 큰방에서 여러명이서 자는 것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요와 이불도 부족하고 푹신하지 않다. 타인들과 한방에서 그것도 여러명이서 잠을 잔다는 것은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는 불면이 되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을 잘 자는 것 같다.

 

 

 

집에서 편하게 잠을 자다가 펜션에서는 대방 이곳저곳 자리를 깔고 눈을 감는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잠을 자는 것에 대하여 포살일 팔재계 여덟 번째 항목을 떠올리게 한다. 여덟 번째 항목을 보면 높은 침대, 큰 침대를 버리고 높은 침대, 큰 침대를 삼가고 낮은 침대 즉 안락의자나 풀로 만든 깔개에서 잠을 청한다.”(A3.70)라고 되어 있다. 펜션에서 하루밤은 불편하기 그지없으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한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이렇게 잘 수 있음을 말한다.

 

 

 

식사준비에 대하여

 

 

 

아침이 되었다. 요즘은 해가 짧아 해뜨는 시간도 늦어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75분이 일출시간이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하나 둘 일어난다. 여자법우님들은 아침밥 준비를 했다. 어제 장 보아온 해물을 이용하여 얼큰한 해물된장국을 끓였다. 쌀이 부족하여 라면을 별도로 끓였다. 큰 방에 한데 모여 밥을 먹으니 식구가 따로 없다.

 

 

 

 

 

 

 

밥을 먹었으면 설거지를 해야 한다. 여자법우님들이 어제 저녁부터 밥을 준비하고 반찬을 준비하고 상을 차렸다. 오늘 아침만큼은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전 회장님이 팔을 걷어 부쳤다. 싱크대 앞에 서서 아침밥 먹은 식기를 닦고 세척했다. 어느 남자 법우님이 이렇게 제안했다. 내년에는 남자법우님들이 책임지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등 식사준비하자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내년에는 남자들이 밥상만 받을 것이 아니라 밥상을 준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소녀들처럼

 

 

 

아침식사도 끝나고 느긋하게 커피타음을 가졌다. 봉지커피를 앞에 두고 탁자앞에 여자법우님들이 모였다. 그때 이용수 법우님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법우님은 안성에 살고 있다. 공장이 안성에 있어서 이사간 것이다. 안성 근처에 사찰이 있는데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잘 부른다. 이번에는 함께 부르자고 제안했다. 누구나 아는 노래이다. 그 중에 동요 과수원길이 있다. 여자법우님들은 마치 소녀들처럼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피었네~”라며 합창했다.

 

 

 

 

 

 

 

 

 

 

 

왜 늙지 않아 보일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법우님들과의 인연이 15년 되었다. 자녀들이 시집가고 장가가서 상당수가 손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늙지 않는 것 같다. 아마 매번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주 보아서 얼굴이 익숙하면 늙지 않는 것 같다. 그 중에 한법우님은 글을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11년전에도 들었다. 그때 당시 지리산 법계사 12일 순례 갔었을 때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십년이 지난 지금도 블로그를 보고 있다고 말 했다. 그런 법우님은 늙지 않는 것 같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살아 가면서 이런 모임 하나정도는

 

 

 

세월이 15년 흘러서일까 먼저 저 세상으로 간 법우님들도 있다. 죽음의 문제가 부모세대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당세대가 된 것같다. 일년, 이년, 십년이 지나면 많은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일은 그때 가 보아야 아는 것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한번 지나가면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이 매우 소중하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함께 12일을 보냈다는 것은 소중한 추억이다. 당일치기 순례는 하도 많아서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12일 순례는 다르다. 그것은 유쾌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다. 헤어질 때는 늘 아쉬워한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한다.

 

 

 

법우님들은 각자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일까 옛날과 다른 모습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차 성숙되는 것 같다. 아니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숙성되어 가는 것 같다. 살아 가면서 이런 종교모임 하나 정도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2019-11-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