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16번째 맞이하는 불교교양대학 송년회
날씨가 춥습니다.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오늘 아침 체감온도가 영하17도라 합니다. 더구나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습니다. 이른 아침 동트기전 일터로 향하는 길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냉냉합니다. 오늘은 낮 최고가 영하 6도이고 오늘 밤 최저가 영하 12도입니다. 그래서일까 어제 저녁 뉴스에 기상캐스터는 두툼한 옷차림을 강조했습니다.
올해도 이제 사흘 남았습니다. 며칠 남지 않아서인지 끝자락으로 갈수록 심리적으로는 파장 분위기입니다. 하루 빨리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맡고 싶은 심리가 작용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한해를 보내는 행사를 합니다. 예전에는 망년회라 했으나 지금은 송년회로 정착되어 갑니다.
불교교양대학 동기모임 송년회가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에 열렸습니다. 장소는 법우님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이왕이면 아는 곳으로 밀어 주자는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하여 6시 반까지 두 시간 반동안 열렸습니다.
동기모임 송년회는 올해로 16번째입니다. 2004년 불교에 입문한 동기들입니다. 매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송년회를 치루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송년회 개근입니다. 어느 해인가 학교동기송년회와 겹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송년회로 가지 않고 불교교양대학 송년회로 향했습니다.
불교교양대학 동기송년회 모임이 열릴 때 마다 기록해 두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기록해 둔 것을 보면 다음과 다음과 같습니다.
(1) 누구나 바라는 작은 행복, 집착을 여읜 큰 행복(2012-12-09)
(2) 재가불자모임은 작은 ‘재가상가’, 여법하게 치룬 열번째 송년법회(2013-12-08)
(3)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삶의 전부(2014-12-14)
(4) 두 건의 송년회를 접하고(2015-12-06)
(5) 토요모임이 왜 어려운가, 송년회날에(2016-12-05)
(6) 세월만큼이나 단단해진 도반들(2017-12-18)
기록을 해 두면 남습니다. 더구나 사진까지 곁들이면 더욱 더 생생해집니다. 그때 분위기를 남기기 위해서는 느낌을 솔직하게 써야 합니다. 대부분 자랑이기 쉽지만 때로 불리한 내용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송년회가 사실상 먹기에 바쁩니다. 이런 현상은 부페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온통 먹음직 한 것으로 가득한 부페 현장에서는 부지런히 왕래 해야 합니다. 최소한 그릇을 세 번 비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맛을 즐기는 것이 주가 되고 소통은 객이 되어 주객이 전도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번 송년회는 부페식이 아닙니다. 테이블에 끊임 없이 음식이 서빙되는 형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움직임이 없어서 대화하기에 좋았습니다. 끊임 없이 먹고 마시면서 대화하는 것입니다. 분위기가 유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회로 시작했습니다. 광어회입니다. 이밖에도 생굴, 낙지 등 별미가 있어서 식탁은 풍성했습니다. 이어서 방어구이가 등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운탕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두 시간 반 동안 유쾌한 시간 가졌습니다.
16년 동기모임입니다. 처음 불교교양대학에 입문 했을 때 갖가지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아이엠에프(IMF)로 인하여 길바닥에 앉게 되었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들어 왔다고 했습니다. 또 어느 법우님은 벤처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친척에게 거액을 올인 했는데 달아나는 바람에 분을 삭일 수 없어서 교양대학 문을 두드렸다고 했습니다. 상당수는 자녀가 수능을 앞두고 입문한 케이스입니다. 나이가 사십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오십대였습니다. 16년이 지난 현재 상당수는 할머니가 되었고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뿌리가 있습니다. 불교교양대학모임은 뿌리와 같습니다. 정식으로 불교에 입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동기들은 다 지켜 보았습니다.
최근 니까야강독모임과 관련된 책을 내었습니다. 문방구에서 프린트하고 제본한 소량의 책입니다. 이런 사실을 동기모임 카톡방에 알렸습니다. 모두 네 명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중에 어떤 법우님은 사인까지 해달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법우님은 “전 총무님이 쓰신 글이 가슴에 쉽게 전달되어 참 좋았습니다.”라 했습니다. 꾸준히 글을 읽어 주시는 법우님입니다.
책은 요청해야 주어야 합니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준다면 읽어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선물로 받은 책을 거의 읽어 보지 않고 책장에만 꼽혀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는 선물할 때 책으로 하지 말고 차라리 먹을 것으로 하라고 합니다.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송년회에서는 선물을 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같은 동기는 아니지만 동기로 인정하는 분이 있습니다. 법우님 부인입니다. 모임에서는 부부동반으로 나오는 쌍이 여럿 됩니다. 또 형제지간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동기로 쳐 줍니다. 모임이 열릴 때 마다 함께 하다 보니 얼굴이 익숙해서 모두 동기로 간주합니다. 황법우님 부인이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다이어리가 아닙니다.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아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쓴 책을 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인생을 통째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림에 혼이 실려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실려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불교교양대학 동기들은 든든한 배경입니다. 재가불교단체 활동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회원가입 요청했을 때 기꺼이 받아 주었습니다. 더구나 연회비까지 내 주었습니다. 상당수 법우님들은 글을 읽어 줍니다. 2006년 글 쓸 때부터 알렸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 있게 지켜 보아 주고 있습니다.
16년째를 맞이하는 동기모임입니다. 그동안 경사와 조사를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도 별일 없는 한 함께 할 것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다른 환경에서 성장 했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나이도 제각각 다르지만 같은 길을 가는 도반입니다.
도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난다가 부처님에게 “세존이시여, 이러한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절반에 해당됩니다.”(S3.18) 라 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이러한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도반을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 (S3.18)라 했습니다.
좋은 도반은 삶의 절반이 아니라 삶의 전부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도반이 있어야 합니다. 길(道)을 가는데 있어서 단 한명이라도 삶의 전부와 같은 도반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2018-12-27
담마다사(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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