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다수되고 다수에서 또 소수가
정치권에서는 86세대라는 말을 쓴다. 본래 386이었는데 언젠가부터 3자가 슬그머니 떼지고 86만 남은 것이다. 86세대는 80년대 학번에 60년대 출생 세대를 말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86세대 용퇴론이 등장했다. 80년대 학생운동으로 스타가 된 운동권 학생들이 정치권에 입문한지 20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86세대는 3선 의원이 되었고 정치권 중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최근 유튜브에서 최진석 선생과 고미숙선생의 강연을 즐겨 듣는다. 현장에 가지 않고서도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다면 편하게 듣는 시대가 되었다. 별도로 시간 내서 듣기 보다는 운전할 때 듣고 일하면서도 듣는다. 집에 와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듣기도 한다. 왜 이런 방송을 듣는가? 그것은 지적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 주는 것도 크다. 무엇보다 이들 강연자들이 비주류라는 것이다. 최진석 선생은 그 좋다는 교수직을 버리고 직접 대중을 상대하고 있다. 그것도 유튜브라는 신종 매체를 통해서이다. 고미숙 선생은 대표적인 주변인이다. 거의 평생을 백수로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주로 백수에 대해 강연한다. 백수야말로 자신의 변화를 꾀하는데 있어서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최진석선생과 고미숙선생 강연을 들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건질 것이 있다는 것이다. 또 계속 듣는 것은 그 다음이 있기 때문이디.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사유해 보는 것이다. 그런 것들 중의 하나가 ‘지방론변방론’과 백수론에 대한 것이다.
최진석선생이 말하기를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되었다고 말 했다. 왜 변방인가?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기득권을 가진 중앙에 대한 반발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기득권 집단은 보수적이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기 때문에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고인물이 썩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가진 자들이 기득권유지에 급급한다면 부패하고 말 것이다. 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여 호의호식할 때 주변에서는 불만이 쌓여 갈 것이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거센 바람은 항상 지방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소외받고 억압받는 민중에게서 시작되었다.
고미숙선생은 청년들의 패기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 이태백이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들 다수가 백수인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대학생인 시대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로지 바랄 것은 공무원이 되는 길 밖에 없다고 한다. 청년들 다수가 공무원시험에 올인하는 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고미숙선생은 백수생활을 즐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정규직 같은 미련을 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자는 말과 같다.
최진석선생의 변방론과 고미숙선생의 백수론에 크게 공감했다.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보수기득권충에 대한 일종의 경고의 메세지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시대나 변화와 개혁은 소외된 변방에서 시작되었고 피끓는 청년들이 주도했다. 또한 역사는 항상 깨어 있는 소수가 주도했다. 다수가 침묵하고 있을 때 변혁을 갈망하는 자들에 의하여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소위 386이라 불리는 세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한다. 이를 ‘역사는 흐른다’고 말 할 수 있다. 마치 물이 흐르듯이 역사도 흐르는 것이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듯이, 역사도 흘러야 정체되지 않는다. 이제 386세대는 기득권층이 되었다. 한때 주변인이나 백수로 살아간 그들이 주류가 된 것이다.
깨어 있는 소수가 다수가 되었을 때 역사는 흘러간다. 그러나 기득권이 되어 안주할 때 역사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다수에서 소수가 나와야 한다. 소수가 또 다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어제의 소수가 다수가 되고, 다수에서 또 소수가 나와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간다.
2019-12-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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