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힌 마음
자동차가 긁혔다. 타워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 핸들을 꺽는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둥에 스쳐 긁힌 것이다. 평소보다 과도하게 꺽은 것이 가까운 원인이다. 먼 원인 이전에도 이런 방식으로 꺽었다는 것이다.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 언젠가 일어 나고야 말 일이 지금 발생된 것이다. 재주를 부리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원숭이 같다. 긁힌 자국을 보니 마음이 긁힌 것처럼 쓰라렸다. 중고차인 경차(輕車)가 긁혀도 이렇게 쓰라리는데 하물며 고급차가 긁혔다면 얼마나 쓰라릴까?
왜 이렇게 마음이 쓰라린 것일까? 그것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자아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긁힌 것이 마음에 상처난 것처럼 쓰린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니라면, 나의 자동차가 아니라면 나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쓰라리지 않을 것이다.
심하게 긁힌 차를 보면서 사람의 몸에 난 흉터를 생각해 보았다. 살아 가면서 크고 작은 데미지를 입었다. 오른쪽 넷째 손가락은 약간 기형이다. 군대에 있을 때 넘어져서 골절이 되었는데 특별한 조치 없이 그대로 놔 두어서 굳어진 것이다. 오래 살면 살수록 몸은 점점 망가져 갈 것이다.
자동차는 운전자에 따라 소중하게 다루어지기도 하고 파손 되기도 한다. 자동차의 상태는 전적으로 운전자에 달려 있다. 운전자가 운전을 잘 하면 자동차의 상태는 양호하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도 정신상태에 따라 아름다운 몸매가 되기도 하고 엉망이 되기도 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했다. 사람의 정신상태에 따라 몸이 백년 갈수도 있고 도중에 망가질 수 있다. 알콜중독이 되어서 몸을 혹사 시킨다면 오래 가지 않아서 장기가 파손될 것이다. 술이나 담배 등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킨다면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긇힌 곳은 도색을 해야 한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비바람 찬이슬에 노출되어 녹이 슬 것이다. 도색하는데 비용이 들어 갈 것이다. 부주의가 그대로 손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운전 할 때는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스크래치 난 것을 버니 마음이 긁힌 것처럼 쓰라리다.
2020-01-1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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