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전율과 감동에 빠졌을 때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마치 봄처럼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저녁 메인뉴스를 보니 제주도에서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심지어 분홍색 진달래까지 피었다. 어제 날씨가 23도까지 올라가서 반팔 입은 사람도 보였다.
겨울에는 추워야 제맛이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야 겨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날씨는 변덕스럽다. 날씨 못지 않게 사람의 마음도 변덕스럽다. 시시때때로 변덕이 죽 끓듯 하다고 말한다. 어느 것도 가만 있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나의 오온도 변하고 상대방의 오온도 동시에 변한다. 변하는 것이 마치 엔트로피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 같다.
엔트로피의 끝은 평형상태이다. 닫혀진 계에서 질서있는 것은 무질서로 치닫는 것이다. 비이커에 잉크방울을 떨어뜨려 놓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내버려 두면 무질서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회사를 관리하지 않으면 부도로 간다. 아이를 교육시키지 않으면 불량학생이 된다. 그렇다면 마음은?
마음은 계발되어야 한다. 내버려 두면 멋대로 간다. 마음은 대상이 있어야 일어나는 것이고, 한순간에는 오로지 한마음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을 알아치리지 못하면 대상에 끄달리게 되어 있다. 거의 대부분 눈과 귀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미쳐 날뛰는 마음을 단속하지 않으면 괴로움으로 귀결된다. 마음이 부도 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이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지혜의 영역에 속한다. 무상의 진리는 불교적 지혜에 속한다. 그래서 “‘일체의 형성된 것은 무상하다’라고 지혜로 본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니 이것이 청정의 길이다.”(Dhp.277)라고 했다.
모든 것이 영원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대개 “자아와 세상은 영원하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관념을 가진 사람은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 옛날에도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까하느님(Brahma Baka)이 대표적이다.
하느님 바까는 망상가형이다. 성겁시에 색계초선천에서 최초로 홀로 태어나다 보니 자신을 창조주로 생각한 것이다. 더구나 오래 살다 보니 영원히 사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부처님이 방문했을 때 “존자여, 오십시오. 존자여, 잘 오셨습니다. 당신이 여기에 오시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존자여, 이것만이 항상하고, 이것만이 견고하고, 이것만이 영원하고. 이것만이 불변의 진리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늙지 않고, 쇠퇴하지 않고,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생겨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이것보다 높은 다른 벗어남은 없습니다.”(S6.4)라고 말했다.
천상에서 수명은 인간의 수명과 비할 바가 아니다. 바까가 사는 색계초선천의 수명은 일겁이다. 그러나 더 높은 천상의 수명과 비하면 짧은 것이다. 더 높은 천상에서 계속 다운그레이드 되어 색계초선천에 머물렀는데 전생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영원히 사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바까에게 전생을 알려 주었다. 부처님은 바까에게 “만약 그대가 무상한 것을 실로 항상하다고 말한다면, 견고하지 않은 것을 실로 견고하다고 말한다면, 영원하지 않은 것을 실로 영원하다고 말한다면, 완전하지 않은 것을 실로 완전하다고 말한다면,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하느님 바까여, 그대는 무명에 빠진 것입니다. 하느님 바까여, 그대는 무명에 빠진 것입니다.”(S6.4)라고 말했다.
모르기 때문에 무명에 빠진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모르기 때문에 윤회하는 것이다. 연기법을 안다면 더 이상 윤회하지 않을 것이다. 조건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영원하다는 망상을 버리게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천상의 존재에게 알려 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 오래 살아서 죽음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는 천상의 존재에게 무상의 진리를 알려 주었을 때 두려운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이어서 전율할 것이다. 어떤 전율일까? 그것은 감동의 전율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기법을 이해했을 때 윤회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천신들이 처음에는 영원하지 못함을 알고 두려움에 떨지 모르지만 가르침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승들이여, 저 장수하는 하늘사람들은 아름답고 지극히 행복하고 높은 궁전에 오래도록 살아도 여래의 설법을 듣고 대부분 ‘벗이여, 우리들은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다고 여겼다. 벗이여, 우리들은 견고하지 않은 것을 견고하다고 여겼다. 벗이여, 우리들은 상주하지 않는 것을 상주한다고 여겼다. 벗이여, 우리들은 실로 영원하지 않고 견고하지 않고 상주하지 않지만 개체가 있다는 견해에 사로잡혀 있다.’ 라고 두려움과 전율과 감동에 빠진다.”(S22.78)라고 했다.
2020-01-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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