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블로그는 이 시대의 문집(文集)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22. 11:30

 

블로그는 이 시대의 문집(文集)

 

 

문구점에 주문한 책을 찾았다. 세 권에 3만원 들었다. 2006년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006년도의 것만 모아 놓은 것이다. 일종의 수필이라 볼 수 있다. 그날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쓴 것이다. 모아 보니 71개의 글에 148페이지이다. 20066월부터 썼기 때문에 6개월 분량을 모아 놓은 것이다.

 




책 제목을 진흙속의연꽃 2006’이라고 지었다. 일상적인 이야기을 모아 놓은 곳이 진흙속의연꽃방이다. 진흙속의연꽃은 블로그 필명이다. 스스로 지은 것이다. 올해가 2020년이니 매년 쓴 것을 발행하면 14권이 될 것이다.

 

책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뿌듯하다. 삶의 결실을 보는 것 같다.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쓸 때 책을 낼 것을 염두에 두고 썼는데 세월이 흘러 14년만에 책의 형태로 나온 것이다. 비록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을 의뢰하여 보관용으로 세 권 만든 것이지만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6년도의 글을 편집하면서 마음이 꽉 참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14년전의 일이지만 글을 보면 글 쓸 당시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고 띄어쓰기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14년 전의 자신과 만난 것 같았다.

 

여기저기에서 환희하는 중생

 

사람들은 낙이 있어서 산다. 부자나 가난한자나 낙이 있어서 사는 것이다. 부자는 부자대로 낙이 있고 가난한자는 가난한자대로 낙이 있다.

 

반드시 돈이 많아야 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낙이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낙이 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일모레 어떻게 될지 모르는 노인도 낙으로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만의 낙이 있어서 시간을 보낸다. 이는 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서 환희하는 중생이라 볼 수 있다. 이 말은 초전법륜경 집성제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 환희하며(nandirāgasahagatā tatra tatrābhinandinī)”(S56.11)에서 근거한 것이다.

 

중생들은 즐길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여기저기를 찾아 다닌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즐길거리를 찾는 것이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여기저기서 무언가 즐길거리를 찾는 것에 대하여 따뜨라따뜨라비난디니(tatra tatrābhinandinī)” (S56.11)라고 한다. 이는 다름아닌 갈애에 따른 것이다.

 

갈애는 결국 윤회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집성제에 대하여 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 환희하며 미래의 존재를 일으키는 갈애”(S56.11)라고 했다. 이런 갈애에 대하여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비존재에 대한 갈애 이렇게 세 가지 갈애가 있다고 했다. 글쓰기도 갈애라고 볼 수 있을까?

 

갈애에 의존하여 갈애를 극복할 수 없을까?

 

사람들은 갈애로 살아간다. 무언가 갈구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갈애는 마셔도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도 같다는 것이다.

 

갈애가 있는 한 욕망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갈애가 더욱 강화되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되면 업으로서 탄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즐기는 삶에 대하여 뽀노바위까(ponobhavikā)”(S56.11)라고 했는데 이는 미래의 존재를 일으키는갈애를 말한다. 그렇다면 갈애에 의존하여 갈애를 극복할 수 없을까?

 

인생삼락이라고 한다.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글 쓰는 재미를 들 수 있다. 남들은 손주를 보아주는 재미, 돈 세는 재미, 맛집을 찾아 다니는 재미 등을 말하지만 블로거에게는 글 쓰는 재미만큼 가장 재미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써 놓은 글을 보면 뿌듯하다. 안 먹어도 배 부르는 것 같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한번 써 놓은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의 바다 위에 띄어 놓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지구촌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고 십년 후에 누군가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많다. 십년전에 올려 놓은 글을 보고서 댓글 단 것으로 안 것이다.

 

요즘 유튜브 시대라고 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감하는 데 있어서 인터넷에 올린 글만 못하다고 본다. 영상으로 보면서 귀로 듣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자로 소통하는 것만 못하다. 영웅호걸이 그때 당시 포효했지만 글로 남아 있지 않다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그래서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나보다.

 

과거에 써 놓은 글을 편집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먹는 즐거움이나 돈 세는 즐거움과는 다른 것이다. 서문을 쓰고 목차를 반드시 썼다. 비록 세 권 밖에 발행하지 않지만 그래도 책으로서의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목차를 만드는 작업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신문에 칼럼을 내면 신문사에서 제목을 바꿀 수 있듯이 블로그에 올린 글도 일부 제목을 바꾸었다. 가급적이면 간결한 제목으로 해야 한다. 또 하나는 결론을 내는 제목은 피해야 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 좋다. 이렇게 하나하나 작업을 하다 보면 책이 완성된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의뢰 하여 마침내 하나의 책으로 완성되었을 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글쓰기에 대한 갈애가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블로그는 이 시대의 문집

 

앞으로도 책을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인터넷에 올린 글이 5,100개가량 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해도 100권은 만들 수 있다. 책장 하나 가득한 분량이다. 이렇게 책을 내는 것도 즐거움이다. 인생삼락과 더불어 인생사락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과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때 선비들의 문집(文集)이 있었다. 문집은 요즘으로 말하면 블로그와 같은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붓으로 기록을 남겼다.

 

전승되어 온 문집은 후대에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를 갖는다. 광주에서 5월 민중항쟁이 일어났을 때 일기를 쓴 사람들이 있다. 기념관에 가 보면 일기를 볼 수 있는데 사료로서 남은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는 이 시대의 문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시대를 맞이하여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썼다. 매일 쓰다 보니 수천개가 되었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고 살아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으나 종이책으로 만들고자 했다. 과거 문집처럼 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문집이다.

 

블로그에 처음으로 글을 썼을 때인 2006년도의 글을 모아 보았다. 지금과 비교하여 소박하고 단순하다. 블로그 안에 있는 고층의 글이라 볼 수 있다. 쓴 글을 책으로 내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진흙속의연꽃 2006, 목차

 

1. 광동어, 동관체류기1

2. 위빠사나, 그 위대한 수행

3. 대만 중국 현지공장에서 느낀 단상, 동관체류기2

4. 심천에서 쇼핑하기, 동관체류기3

5. 야자수를 보니, 동관체류기4

6. 법륜스님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7. 거리에서 황우석 박사를 우연히

8. 미션스쿨의 추억

9. 미션스쿨에서 기도하기

10. 중국 호텔은, 동관체류기5

11. 중국의 접대문화, 동관체류기6

12. 느끼한 중국음식, 동관체류기7

13. 동관 월마트 물가를 보니, 동관체류기8

14. 건강공덕에 관하여, 동관체류기9

15. 중국인의 영어이름을 보고, 동관체류기10

16. 티 내지 말고 주어라

17. 블로그와의 인연

18. 블로그도 진화한다

19. 중국인 제임스 린

20. 비단사경본 반야심경을 선물받았는데

21.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22.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

23. 이 시대 새로운 악()의 축()을 보고

24.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논조를 보면

25. 우리주변의 관세음보살

26. 종교 경쟁력 여덟 가지

27. 음식물 쓰레기, 이제는 더 이상 남기지 말아야

28. 무궁화5호 위성발사를 보고

29. 위성방송으로 불교포교를

30. 삼막사 국수공양을 보고

31.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

32. 불교교양대학 입학, 능인선원과의 인연1

33.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

34. 지광스님, 능인선원과의 인연2

35. 참선과 염불, 능인선원과의 인연3

36.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

37. 그릇 키우기

38. 이효리와 분양광고

39. 법우 모임의 조직화, 능인선원과의 인연4

40. 큰 부자와 작은 부자

41. 내 마음속의 그림자

42. 잘죽기가 잘살기보다 더 어려운 이유

43. 불교와의 인연, 능인선원과의 인연5

44. 국녕사 수련회, 능인선원과의 인연6

45. 법회의식을 보고, 능인선원과의 인연7

46. 하심의 오체투지, 능인선원과의 인연8

47. 우상과 성상사이에서, 능인선원과의 인연9

48. 수계법회, 능인선원과의 인연10

49. 능인불교대학 졸업, 능인선원과의 인연11

50. 금강경공부, 능인선원과의 인연12

51. 천수경 외우기, 능인선원과의 인연13

52. 금강경 외우기, 능인선원과의 인연14

53. 순례법회, 능인선원과의 인연15

54.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55. 블로그 누적조회수 10만명 돌파

56. 한평의 공간

57. 현실이 지옥이면 내세를

58. 종묘앞 노인들을 보며

59. 안양에 초대형 불교문화원 건립소식을 듣고

60. 업력으로 살 것인가 보살행으로 살 것인가

61.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 세상이치

62. 몸과 마음을 항상 청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63. 판도라상자 인터넷과 인간의 심층 무의식

64. 소속과 안전의 욕구

65. 술과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

66. 첫눈과 겨울의 정서

67. 스펙관리와 입사지원서

68.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

69. 예수님오신날과 종교화합

70. ()가 다하면 죽게 된다

71. 복지사회와 평생 먹고살기

 

 

2020-01-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