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섬이 있는데
한국에는 두 개의 섬이 있다. 하나는 영남이라는 큰 섬이고 또 하나는 강남이라는 작은 섬이다. 이는 이번 4.15총선 당선구역 지도로 알 수 있다.
흔히 대구를 보수의 성지라고 한다. 지난 1987년 체제 이후 30여년 동안 보수정당만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우는 TK가 타겟이 되고 있다. 발단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하필이면 선거를 앞두고 대구에서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습과정이 문제가 되었다. 대구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협조하여 극복해 왔으나 지자체장의 행보가 문제된 것이다.
지자체장은 집권여당과 각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대구와 대구시민들을 볼모로 잡은 듯하다. 특히 지원금을 제때에 주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이번 선거 결과에 있다. 수정당에서 이른바 TK라 불리우는 대구와 경북뿐만 아니라 부울경이 불리우는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싹쓸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야기해 보아야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것은 지역이야기, 여자이야기, 종교이야기를 말한다. 이 세 가지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역에 살고, 사람의 반은 여자이고, 사람의 상당수는 종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는 항상 논란을 야기한다. 특히 지역이 그렇다.
누군가 “그 지역 출신은 모두 사기꾼이야.”라고 말 했을 때 발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그 학교는 깡패학교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다 그런 것이 아님에도 그 지역이나 학교가 도매금으로 넘어 가 버리는 것이다.
에스엔에스(SNS)에서도 지역이야기를 거침없이 말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영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을 요즘 단체카톡방에서도 보고 있다. 발단은 이랬다. 이른바 TK에서 싹쓸이가 발생하자 어느 분이 ‘타민족’ ‘야만인’ 등으로 비하한 말을 한것이다.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구에 성금 보낸 것이 아깝다고 말하는가 하면 판단능력도 없는 수구꼴통의 본산이라고도 말 했다. 선거결과를 놓고 안타까움에 한 말이라고 하지만 그쪽 사람들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대구에 사시는 어느 분이 발끈했다. 야만인이라고 말 한 것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념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하여 대단히 실망한 것이다. 그 분은 TK를 마치 야만인 취급하여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하여 참지 못한 것이다. 그 분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서 퇴장해 버렸다. 이른바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일이 크게 벌어졌다. 어느 대구사람은 성금 받은 것을 되돌려 주겠다고도 말했다. 또 항의 표시로 불편한 심기를 장문의 글로 올리기도 했다.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모두 다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이번에 대구경북에서 싹쓸이가 있었지만 모두 동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이 큰 상처가 되었다. 거의 막말에 가깝게 말한 사람들은 결국 사과했다. 무심코 뱉은 말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제 영남이 지역차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지역차별이라는 말은 호남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 선거로 깨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선택한 선거결과를 보면 영남은 확실이 섬이 되어 있다. 이는 1987년 이후 3당 합당에 따라 호남이 섬이 된 것과 똑같은 양상이 된 것이다.
섬이 된다는 것은 고립을 뜻한다. 마치 왕따당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고립을 벗어나고자 한다. 호남사람들은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대통령 후보를 해당지역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을 밀어주었다.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외연을 확장해 갔다. 그 결과 호남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영남이 고립되었다. 영남과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도 고립이 되어 섬이 되었다.
영남이 고립을 자초하게 된 것은 아마도 우월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다. 아마도 ‘권력은 우리의 것’이라는 우월의식이 은연중에 작용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영남은 권력을 창출해 내는 주류세력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말한다.
영남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지역적 우월의식을 내려 놓아야 한다. 이는 “권력은 우리 것이다. 잠시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을 말한다. 마치 미국에서 흑인대통령이 나왔을 때 백인들은 “그럼에도 권력은 우리 것이다.”라며 곧 되찾아 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과 같은 것이다. 영남이 고립을 면하려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호남에서 그랬듯이 타지역 출신 대통령 후보도 밀어주는 것이다.
한지역이 섬이 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여기에다 지역차별까지 받는다면 긴장을 넘어 갈등이 생긴다. 이런 현상을 지난 수십년동안 보아 왔다. 이번에 영남이 섬이 된 것을 보고서 역사는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카톡방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저 밑바닥에서는 꿈틀거림이 있기 때문이다. 영남에서는 옛날과 달리 ‘묻지마투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영남도 전략적 투표를 할 때가 되었다.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낡은 유산이라고 볼 수 있는 지역적 우월주의라는 자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영남에는 훌륭한 분들이 참 많은 곳이다.
2020-04-17
담마다사 이병욱
'불가근불가원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인의 노이즈마케팅 (0) | 2020.05.14 |
---|---|
정치는 아무나 하나? (0) | 2020.05.13 |
새로운 해가 떠 올랐다 (0) | 2020.04.16 |
지역은 정당 비례는 인물 (0) | 2020.04.15 |
시대의 요청이 있기에 (0) | 2020.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