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스님의 내로남불식 대응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0. 4. 24. 10:03

 

스님의 내로남불식 대응을 보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하고 있다. 3년 되었다. 이전에는 블로그만 했다. 지금은 글을 쓰면 동시에 두 곳에 올린다. 블로그가 생겨난지 15년 되었기 때문에 블로그가 본가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는 조용하다. 깊은 산중 암자에 있는 것 같다. 가끔 댓글을 받을 뿐이다. 대부분 오랜 블로그친구들이다. 블로그와 함께 성장해 가는 친구들이라 볼 수 있다. 반면 실시간 소통수단의 성격이 강한 페이스북은 매우 역동적이다. 글을 올리면 즉각반응을 한다. 블로그와 카톡의 장점을 혼합해 놓은 듯한 페이스북은 시장바닥 같다는 느낌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논쟁을 보았다. 에이(A)스님의 일체지자에 대한 글이다. (B)스님의 글에 대한 일종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에이스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페이스북에 링크시켜 놓아서 보게 되었다. 문제는 비스님의 태도였다.

 

비스님은 자신의 법명이 거론된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비스님은 재반론하면서 에이스님에 대한 모욕적 표현도 불사했다. 한마디로 법명을 거론하지 말라는 것이다. 법명을 거론하면 공개망신 당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두 스님을 잘 알고 있다. 에이스님은 직접 접촉해서 알고 있지만 비스님은 글로서만 알고 있다. 두 스님을 안지는 10년이 넘었다. 특히 에이스님 하고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08년경 처음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후 어느 절의 주지소임을 맡고 있을 때 일요법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순례도 함께 다녔고 종단적폐청산운동도 함께 했다. 무소유와 청정한 삶을 추구하는 몇 안되는 훌륭한 스님이다.

 

비스님은 글로서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서 스님의 주옥같은 글을 블로그에 퍼날랐다. 오른쪽 마우스버튼을 클릭하여 긁어간 것이다.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갔기 때문에 어쩌면 글도둑이라 볼 수 있다. 지금도 블로그 고층에는 스님글이 보관되어 있다.

 

비스님 글을 보고서 글은 이렇게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비스님 글을 닮고자 노력했다. 스님은 이런 노력을 댓글로 칭찬해 주기도 했다. 1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칠팔년전 스님은 모욕적인 글을 교계신문에 기고했다. 그것도 필명과 함께 비난하는 글이었다. 아마 스님을 자극하는 글을 썼던 것 같다. 블로그에 스님의 현법열반론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불편했던 것 같다. 그때도 자신의 법명을 거론한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비스님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교계신문 기고문에서는 필명을 언급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 재가불자가 글 쓰는 것에 대해 못마땅했던 것 같다. 지금도 검색하면 그 기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재가불자가 스님의 법명을 거론하면 명예훼손이 되고, 스님이 블로거의 필명을 거론하면 명예훼손이 안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것이다. 스님은 기고문에서 갖가지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 명예훼손으로 걸면 걸릴 수 있는 글이다. 그러나 대응하지 않았다. 스님은 스님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마구 두드려 패는 것 같았다. 감히 재가불자 주제에 같잖게글을 쓰느냐는 식이었다.

 

비스님으로부터 마구 두들겨 맞았다. 아마 스님은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재가불자가 스님의 글을 비판하면 큰일 나는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이다. 스님이 하면 비판이고, 재가불자가 하면 비난으로 보는 것 같다.

 

비스님을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세미나할 때 객석에서 본 적은 있다. 그럼에도 스님 글을 좋아한다. 스님 글을 통해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스님의 글에는 배울 것이 많다. 어느 것 하나 유익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스님 법명을 들어 비판하면 여지없이 깨진다. 어느 때는 반풍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어설프게 아는 것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도 교계신문에 칼럼으로 때린 것이다. 재가불자의 글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명예훼손감이다. 그런데 이번에 비스님이 에이스님의 비판글에 대하여 발끈하는 것을 보니 옛날 버릇 그대로인 것 같다. 자신의 명예는 소중한 것이지만 상대방의 명예는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누구든지 자신의 법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면 모욕적인 언사로 사정없이 밟아 버리는 것 같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함부로 쓰지 않는다. 반드시 의미가 있고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한다. 글을 쓰고 나서는 날자와 함께 서명한다. 글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글도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한다. 대부분 오자나 탈자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쌓인 글이 지난 14년 동안 5천개가 넘었다.

 

지금은 책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제별 또는 연도별로 출간하는 것이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을 의뢰하여 딱 두 권만 만든다. 하나는 사무실에 보관하고 하나는 집에 보관한다. 현재 열 권 만들었다. 앞으로 다 만든다면 백 권은 될 것 같다.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pdf를 만들어 이메일로 발송해 준다. 이렇게 글을 쓸 때는 책을 낼 것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이 자꾸 길어지는 것 같다.

 

글은 보통불자의 삶의 기록이다.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도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된다. 비스님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스님들은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스님인데!”라며 스님상을 세우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 성향 다르듯이 스님들 성향 또한 다르다. 비스님 글은 존중하지만 스님의 내로남불식의 과잉대응은 좋아하지 않는다.

 

 

2020-04-2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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