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자연에서 삶을 꿈꾸지만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30. 09:16

자연에서 삶을 꿈꾸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 보아야 12일 여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수도권여행이다. 그럼에도 충전이 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정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보다가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것들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안정되었다. 마치 사마타와 같은 것이다.

 

사마타를 우리말로 멈춤수행이라고 한다. 조용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평좌를 한다음 눈을 감는 것이다. 그리고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상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렇게 멈추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쁨, 행복, 평안은 그 다음 순서이다.

 

자연은 멈추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움직이는 것이 없다. 초록의 잎파리는 멈추어져 있다. 사실 알고 보면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려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로 갖가지 모양의 식물이 있다. 또 갖가지 모양의 꽃이 있다. 모두 정지해 있다. 그런 한편 생명이 있다. 초록의 식물을 보면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동시에 생명의 경이를 느낀다. 한잎의 초록에서 살아 있음을 본다. 그러나 풍광을 보는 것만 못하다.

 

 

경춘가도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보게 된다. 일단 팔당대교만 지나면 확연히 구분된다. 팔당대교 서쪽은 세속이고, 동쪽은 비세속이다. 서쪽에는 아파트 단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눈을 돌려 동쪽을 보면 협곡으로 되어 있다. 전혀 다른 나라를 보는 것 같다.

 

자연은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비록 그 속에는 꿈틀거림이 있겠지만 멀리서 볼수록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지된 자연을 보면 저절로 사마타수행이 되는 것 같다.

 

도시는 선과 각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속도이다. 선과 각으로 되어 있는 도시는 곡선을 보기 힘들다. 종종 곡선이 들어간 빌딩이 있기는 하지만 희귀하다. 각이 질려서일까 자동차도 유선형이 많다. 유선형의 차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사람도 움직이고 차도 움직인다. 밤이 되면 컬러풀한 네온싸인의 세상이 된다. 도시는 가만 있지 않는다.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도시는 피곤하다.

 

양수리에서 풍광을 보았다. 산과 강과 식물은 그대로 정지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는 끊임없는 유동이 있다. 강물은 넘실넘실 끊임 없이 흐르고 식물은 순간순간 자란다. 그럼에도 움직임에 지친 사람이 보기에는 평온하고 평화스런 광경이다.

 

만의 끝자락에 있는 정자에서 한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이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금방 싫증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나절도 앉아 있기 힘든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에서 삶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움직이는 삶, 편리한 삶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정지된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들 떠 있는 사람에게 정지된 삶은 무료와 권태, 지루함으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준비된 자만이 자연에서 살 수 있다. 나는 자연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이 될까?

 

 

2020-06-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