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현재의 상태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7. 7. 10:08

 

현재의 상태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을 압빠마데나 삼빠데타(appamādena sampādethā)’라고 한다. 이 말은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라는 말로 해석된다. 여기서 불방일을 뜻하는 압빠마다(appamāda)는 사띠와 동의어이다. 그래서 압빠마데나 삼빠데타는새김을 잃어 버리지 말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Smv.593) 라고 풀이된다. 매사에 항상 알아차림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말을 하거나 사유하면 현재를 살 수 없다. 현재는 말과 사유가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만일 그가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가 현재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각적 욕망에 매여 있다면 현재에 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1)

 

 

이 게송은 매우 유명하다. 불교에 대하여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게송을 종종 인용한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괴롭다. 대개 과거는 후회스런 것이 많고 미래는 걱정 되는 것이 많아서 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차분하다.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후회도 걱정도 없다. 후회나 걱정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언어적 형성에 대한 것으로 개념으로 실제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것이라면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 기억을 떠 올려 집착 했을 때 과거에 매이게 된다. 미래 역시 실제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생각일 뿐이다. 아직 오지 않을 일을 걱정하면 미래에 매이게 된다.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생각이 있을 수 없다. 단지 감각과 지각만 있을 뿐이다. 개념화 되어 망상이나 희론이 일어나지 않음을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삶은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라는 말은 빠알리어로 딧테와담메(diṭṭheva dhamme) 또는 딧타담마(diṭṭha-dhamma)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보여진 법에서또는 보여진 법의 뜻이다. 한자어로는 현법(現法)이라고 말한다. 영어로는 ‘here and now’가 된다. 우리말로는 지금 여기라고 한다.

 

진정한 삶은 지금 여기에 있다고 했다. 진정한 삶은 지금 여기에서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접촉하고 의식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개념이나 아이디어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수행할 때는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감각에 집중하면 차가운 것을 차가운 것이라고 안다. 뜨거움도 뜨거운 것이라고 안다. 통증을 느끼는 것도 감각이다. 어떤 것을 볼 때도 감각이고, 어떤 것을 들을 때도 감각이다. 시각, 청각 등 여섯 가지 감각에 주의 기울였을 때 번뇌가 일어날 수 없다.

 

마음을 현재에 두면 편안하다. 이는 현재를 잘 관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관찰하는가?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찰을 놓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에 대하여 현재 상태에 정복당한다고 했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이미 마음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에 정복당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망상에 정복당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생각할 일이 없다. 느낌이나 지각은 생각이 아니라 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름 아닌 구경법(parāmaṭṭhadhamma)이다.

 

구경법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찰라생찰라멸하는 법이기 때문에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알아차림 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생각을 하게 되면 괴롭다.

 

생각을 감옥이라고 말한다. 알아차림이 없을 때 늘 생각속에 있다. 탐욕이 일어나는 것도 생각에 따른 것이고 성냄이 일어나는 것도 생각에 따른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집착이다. 탐욕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고 사라졌음에도 기억하여 집착하는 것이다. 이럴 때 현재상태에 정복당했다고 말한다.

 

현재의 법을 알아차림 하지 못하면 현재상태에 정복당했다고 말한다. 이는 벗이여, 나는 시간에 매인 것을 좇기 위해 현재를 버리지 마십시오.”(S1.20)라는 말로 알 수 있다. 이 말은 젊은 수행승을 유혹하기 위하여 마라(악마)가 한 말이다. 젊었을 때 감각적 쾌락을 마음껏 즐기라는 말이다. 시간에 매인 것은 감각적 욕망을 말한다.

 

감각적 욕망에 사로 잡혀 있으면 현재를 버리게 된다. 젊은 수행승은 악마가 말한 것임을 알아차리고서는 벗이여, 나는 시간에 매인 것을 좇기 위하여 현재를 버리지 않습니다.”(S1.20)라고 말했다.

 

현재를 버리지 않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맛지마니까야 131번경과 132번경에서는 오온에 대한 가르침으로 유신견을 버리라고 했다. 맛지마니까야 133번 경에서는 12처의 가르침으로 감각기관을 단속하라고 했다. 먼저 유신견에 대한 것이다.

 

현재 상태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면 유신견을 버려야 한다. 누가 현재 상태에 정복당하는가? 경에 따르면 그는 물질을 자아로 여기고, 물질을 가진 것을 자아로 여기고, 자아 가운데 물질이 있다고 여기고, 물질 가운데 자아가 있다고 여긴다.”(M131.9)라고 설명되어 있다.

 

물질, 즉 몸에 대하여 나의 것이라고 여기면 현재상태에 정복당하는 것이다. 물질 뿐만 아니라 느낌, 지각, 형성, 의식에 대해서도 나의 것이라고 여기면 현재상태에 정복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화를 알아차림 하지 못하면 현재상태에 정복당하는 것이다. 오온에 대하여 내것이라고 여기는 한 그는 현재를 살지 못한다.

 

현재를 버리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은 감각기관을 단속하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이 현재에 정복 당하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재의 상태에 정복당하는 것일까? 시각에 대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벗들이여, 시각과 형상들 그 양자는 방금 생겨난 것인데, 의식이 그 방금 생겨난 것들에 대한 욕망과 탐욕에 묶이고, 의식이 욕망과 탐욕에 묶이기 때문에 그것에 즐거워합니다. 그것에 즐거워하면, 사람은 현재의 상태에 정복됩니다.”(M133.22)

 

 

욕망과 탐욕은 현재 일어난 법이다. 욕망이 방금 일어났을 때 이를 알아차림 하지 못하면 지금 여기를 버리게 된다. 욕망이 현재의 상태를 정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현재의 상태를 살지 못한다. 이는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정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감각기관을 단속하지 못하면 악마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는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악마 빠삐만은 항상 곁에 서서 나는 이것들 가운데 시각을 통해서 기회를 얻거나 청각을 통해서 기회를 얻거나 후각을 통해서 기회를 얻나 미각을 통해서 기회를 얻거나 촉각을 통해서 기회를 얻거나 정신을 통해서 기회를 얻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다.”(S35.240)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악마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탐욕이 일어났을 때 이를 알아차림 하지 못하면 악마의 영역으로 넘어 간다. 현재의 상태에 정복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

 

오늘 해야 할 일에 열중해야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 것인가?

대군을 거느린 죽음의 신

그에게 결코 굴복하지 말라.

 

이와 같이 열심히 밤낮으로

피곤을 모르고 수행하는 자를

한 밤의 슬기로운 님

고요한 해탈의 님이라고 부르네.”(M133)

 

 

2020-07-0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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