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자비의 식당순례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점심때가 되면 고민이다. 이를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 있을까?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매번 닥치는 식사시간이 그다지 기대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먹는 재미가 없다면 이 세상을 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허기가 지면 먹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먹는 즐거움도 빼 놓을 수 없다. 요즘 생존하기 위해서 먹는다기 보다는 먹는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먹고 나면 포만감으로 인하여 또다시 먹을 수 없다. 짜장면이 맛있다고 하여 두 그릇, 세 그릇 먹을 수 없다. 그 이상 먹으라고 한다면 고문에 해당될 것이다. 한끼 잘 먹으면 만족하는 것이다.
아무리 즐겨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 따르면 “수행승들이여, 잠은 즐기더라도 만족은 없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가 있는 것은 즐기더라도 만족은 없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성적교섭은 즐기더라도 만족은 없는 것이다.”(A3.104)라고 했다.
수면, 음주, 섹스는 아무리 즐겨도 만족이 없다. 즐기면 즐길스록 갈애만 일어날 뿐이다. 그러나 먹는 것은 포만감이 생기면 멈춘다. 두 번, 세 번 연달아 먹지 않는 것이다.
5천원 이상 점심식사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감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힘을 내야 할 때는 그 이상이라도 먹어야 한다. 가장 저렴한 곳으로 찾아 가서 한끼 식사를 해결한다.
오피스텔 지하구내식당에서는 점심 한끼에 5천원한다. 그러나 매번 식사하다 보면 물린다. 식상하는 것이다. 이럴 때 밖으로 눈을 돌린다.
점심 한끼 잘 먹으면 삶에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선택을 잘못하면 먹지 않으니만 못하다. 이런 이유로 가는 곳만 가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막상 밖으로 나왔지만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주변 식당을 모두 한번쯤 가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식당을 선택하는 것도 메뉴도 가격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차제걸이(次第乞已)’하는 식으로 순서대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만안구청에서 명학역에 이르는 구간에는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크고 작은 식당이 있어서 대략 30-40군데 되는 것 같다. 대로 건너편에 있는 문예회관 앞 까지 확장하면 행동반경 내에 있는 식당은 50-60군데 될 것 같다.
점심때 고민할 것 없이 하루 한집 차례로 들어가면 된다. 가격은 다르지만 대체로 평균 8천원이다. 5천원에서 3천원 오버 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팔아 줄 의무도 있다.”라고.
지역에 식당이 있으면 한번쯤 들어 가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고 자비의 마음이 된다.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지역사람들을 보고 산다. 이렇게 본다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소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생계가 유지될 것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소비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소비해줄까?
만안구청 입구에서부터 식당가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맞딱뜨리는 식당부터 가기로 했다. 차제걸이식으로 다음에는 그 옆집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처음 찾아간 집은 ‘생선구이’집이다. 이 집은 5년 이상 된 것 같다. 이 주변에서만 13년 있었기 때문에 식당가의 흥망성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어느 장소의 경우 6개월 또는 1년이 멀다하고 간판이 바뀐다. 그럼에도 생선구이집은 그대로 인 것을 보니 유지는 하는 듯하다.
메뉴를 보았다. 고등어구이가 8천원이다. 가자미구이는 8천원, 삼치구이는 9천원이다. 요즘 점심값 기준으로 본다면 보통가격이라 볼 수 있다. 동태탕은 중자가 2만5천이고, 대자가 3만5천원이다. 고등어조림은 만8천원이고, 갈치조림은 2만원이다. 손님이 왔을 때 접대용으로 좋을 것 같다.
홀로 점심을 먹는다. 가능하면 붐비는 시간을 피해야 한다. 작은 식당의 경우 점심시간이 대목이다. 아무리 허름한 식당도 점심시간만큼은 테이블이 차는 편이다. 나홀로 가서 테이블만 차지 하고 있으면 영업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자미구이를 시켰다. 금방 나오지 않고 시간이 걸렸다. 굽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십분이상 기다린 것 같다. 마침내 식사가 나왔다. 가자미를 메인으로 하여 반찬이 조금씩 있는 깔끔한 식단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먹어 주는 것이다. 지역민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식당이든지 한번쯤 가 주는 것이다. 늘 가는 곳만 갈 것이 아니라 허름한 식당도 찾아 주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않는가. 그 집이 맛집일지도.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직격탄을 맞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식당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때 소비해 주면 힘을 받을 것이다. 단골집만 갈 것이 아니라 주변 식당을 순례한다면 낙수(落水)효과도 기대될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자비의 식당순례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소비했을 때 마치 착한 일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2020-10-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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