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19 자비의 식당순례 3탄, 자가제면 칼국수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점심시간에 고민했다. 늘 먹던 지하 한식부페식당은 오늘만큼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잠을 잘 자지 못한 관계로 무언가 얼큰한 것이 땡겼다. 처음에는 설렁탕을 생각했다. 육수의 감칠맛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따라 밥이 부담스럽다. 밥이 딱딱해서 씹기에도 소화시키기에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남은 것은 면종류이다.
짜장면이나 짬뽕을 생각해 보았다. 너무 자극적이다. 특히 짬뽕 같은 경우 국물이 짜고 맵다. 설렁탕 국물 마시듯이 들이 마실 수 없다. 라면은 어떨까? 분식개념으로 순간적인 맛에 지나지 않는다. 먹고 나면 뒷끝이 좋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마침 칼국수집 간판이 보였다. 불과 다섯 평 정도 되는 작은 식당이다. 눈 여겨 보던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자가제면’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수제칼국수일 것이다. 식당명칭은 ‘참만나칼국수’이다.
사무실주변 식당을 모두 한번씩 순례하기로 다짐했다. 코로나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즉 자영업자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동병상련이다.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3탄이다.
칼국수집은 만안구청 바로 맞은 편에 있다. 구청 정원에서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다. 만안보건소 옆이기도 하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자리이다. 칼국수집이 들어서기 전에는 순대국밥집이었다. 일이년이 멀다하고 간판이 바뀐 곳이다.
관성의 법칙이 있다. 사람들은 가는 곳만 간다.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변화를 싫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식당도 그렇다. 자주 가는 곳만 가다 보니 다른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역에 있는 식당은 지역 주민을 바라보고 장사한다. 지역주민이 이용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주 간판이 바뀌는지 모른다.
칼국수는 세 종류가 있다. 육개장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들깨칼국수이다. 서빙을 하는 이십대 청년에게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친절하게도 세 종류의 칼국수에 대하여 특징을 말해 주었다. 육개장은 얼큰해서 좋고, 바지락은 칼칼해서 좋고, 들깨는 고소해서 좋다고 했다. 오늘 컨디션을 보니 칼칼한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바지락 칼국수로 정했다.
칼국수와 함께 밥도 나왔다. 아주 작은 공기에 밥이 담겨 있다. 두 세 숟가락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김치는 셀프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한 겉절이김치이다. 뒤 테이블 사람은 한번 더 가져다 먹었다.
뒤 테이블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김치가 맛있다고 말하자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주인은 “우리집에서는 두 번 가져다 먹어요.”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김치가 금치가 되어서 열무얼갈이를 담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사 가고 싶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식당의 삼요소가 있다. 이제 누구나 다 아는 맛, 청결, 서비스를 말한다. 일곱 테이블인 칼국수집은 매우 청결하다. 실내 인테리어도 세련 되었다. 흰색 벽면에는 작은 화분과 꽃병이 있다. 또 한쪽 벽면에는 들깨효능과 클로렐라효능에 대한 설명문이 적혀 있다.
식당 입구에 클로렐라 효능이 강조되어 있다. 어떤 효능일까? 읽어 보니 “체내 중금속 및 독소 배출, 체내 영양불균형 개선, 면연력 증강작용, 노화방지 효과, 피로회복 및 체력증강, 변비해소 효과, 아토피 개선효과, 성인병 예방효과”라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칼국수가 녹색을 띠고 있다. 녹차칼국수와는 다른 것이다.
칼국수는 쫄깃쫄깃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직접 밀가루반죽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입구 간판에 “제면”이라고 했을 것이다. 국물은 칼칼하다. 그리고 시원하다. 육수를 조금 넣었다고 한다.
제면과 바지락, 그리고 클로렐라가 결합된 특별한 칼국수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국물까지 거의 다 먹었다. 그리고 겉절이를 두 번 가져다 먹었다. 주인의 말 그대로 실현된 것이다.
모자가 운영하는 작은 칼국수집은 맛도 있고 청결해서 좋다. 무엇보다 소규모로 실속있게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하면 실패할 염려가 있다. 한번 실패하면 일어서기 힘들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규모로 시작하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시기는 살아 남는 자가 승리자이다. 오로지 칼국수 하나로 승부를 거는 모자 칼국수집에서 희망을 보았다. 입소문으로 하나 둘 알려지면 간판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칼칼하고 시원해서 좋았다. 칼칼해서 칼국수라 한 것일까? 오늘 점심 때 자가제면 칼국수는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2020-11-1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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