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19 자비의 식당순례 4탄, 1인 샤브샤브는 각자 샤브샤브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매일 먹는 밥이다. 매일 먹다 보면 식상한다. 밥이 잘 먹히지 않는 것이다. 어떨 때는 밥이 딱딱할 때가 있다.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면종류가 부드럽다. 그렇다면 고기는?
니까야를 보면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도처에 있다. 그 중의 하나를 보면 “나는 오늘 이러이러한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먹었다. 아는 내일 이러이러한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것이다.”(A3.70)라는 구절이 있다. 또 “장로수행승들에게 훌륭하고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으로 손수 공양을 올려 흡족하게 대접했다.”(S41.2)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음식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음식이 씹기에 잘 씹히지 않는다면 단단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밥을 먹는다면 단단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밥이 식으면 매우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고기는 어떨까? 고기가 단단할 것 같지만 화식을 하기 때문에 매우 부드럽다. 언젠가 어느 분과 단단하고 부드러운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분은 ‘부드러운 음식은 고기이지 않겠는가’라는 식으로 말했다.
밥은 단단해서 먹기가 힘들 때가 있다. 더구나 현미나 잡곡을 섞어 놓으면 더욱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이에 반하여 불에 익혀 먹는 고기는 부드럽기 그지없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 거리로 나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대로변에서 두리번 거리다가 이번에는 아트센터 앞으로 가 보기로 했다.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코19 자비의 식당순례’이기 때문에 가려서는 안된다. 장사가 잘 안되는 곳, 허름한 곳이 타겟이다. 다만 하나 염려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혼자라는 것이다. 점심대목을 맞이하여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으면 영업방해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문예회관, 안양아트센터 앞에서 좌우로 스캔하다가 매력적인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1인샤부샤브’라는 말이다. 여기서 ‘1인’이라는 말에 끌렸다. 나홀로 식사하는 사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당이름은 ‘오늘은 샤브샤브’이다.
식당은 2층에 있다. 대개 식당은 1층에 있다. 식당이 2층에 있다는 것은 대단히 입지조건이 좋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간판이 바뀌기 전에는 ‘베트남쌀국수’집이었다. 언젠가 한번 먹어 본 적이 있다. 나중에 돈까스가 추가되었다. 간판을 바뀐 것을 보니 장사가 실패한 것 같다. 이 바닥에 십년이상 오래 있다 보니 식당의 흥망성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샤브샤브집이 2층에 있어서 손님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약 20평가량 되고 거의 20테이블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손님으로 가득하다. 대기석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서너명 되었다. 혼자 왔다고 하니까 일인석으로 안내했다.
식당에는 일인석도 있었다. 나홀로 오는 사람들을 배 하기 위한 것이다. 마치 일본영화 ‘심야식당’에서 보는 것처럼 일자로 된 식탁을 말한다. 창측 안양아트센터를 바라보고 일인석이 마련되어 있다.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4인 테이블을 차지 않아서 부담 없었다.
주문을 했다. 샤브샤브집이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일인 최하가 ‘만원’이다. 스스로 오천원짜리 점심식사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로 했다. 코로나19시기에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먹어 주기로 한 것이다. 수십군데가 되기 때문에 한번 돈다면 일년가량 될 것 같다. 맛이 있다고 하여, 서비스가 좋다고 하여, 청결하다고 하여 다시 오는 것은 아니다. 한바퀴 다 돈 다음에 올 것이기 때문에 일년후에나 다시 오게 될지 모른다.
샤브샤브 메뉴는 누구나 한번쯤 먹어 보았을 것이다. 얇게 썬 소고기를 육수가 있는 끓는 냄비에 넣어서 먹는 것이다. 이때 콩나물, 버섯, 청경채, 단호박 등 갖가지 야채와 재료가 들어 간다. 보통 서너차례 넣어서 먹는다. 밥과 면을 선택해야 하는데 면을 선택했다.
맛에 만족했다. 먹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육수를 마시니 가슴이 후련하고 속이 시원했다. 오늘 점심은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1인 샤브샤브라는 말에 끌려 찾게 되었다. 여기서 1인이 나홀로 오는 사람에 대한 말 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개별적으로 해 먹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냄비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이는 기존 샤브샤브집에서 본 것과 다르다.
기존 샤브샤브집에서는 한 테이블에 커다란 냄비가 있다. 커다란 냄비에 갖가지 야채와 소고기를 집어넣고 끓인다. 그리고 작은 접시에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1인 샤브샤브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여기서 ‘1인 샤브샤브’는 알고 보니 ‘각자 샤브샤브’였던 것이다. 이는 발상의 전환이다. 아이디어 상품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손님으로 가득하다. 코로나팬데믹 시기에 잘 적응된 히트상품이라 볼 수 있다.
식당은 활기가 넘친다. 종업원들은 주문 받는라 바쁘다. 식사하는 사람들은 유쾌하게 먹는 것을 즐긴다. 이곳 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큰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요즘과 같은 팬데믹시대에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고 밥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확진자가 세 자리가 유지되고 있다. 연말 송년회 모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법회모임이 있다. 총무법우님이 할 것인지 말것인지 카톡에 올려 놓았다. 올해 들어 본 지도 오래 되었기 때문에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든 법우님들이 결사 반대했다. 나이가 70 가까이 되는 법우님들이 그렇다. 그래서 올해 송년회는 치루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팬데믹은 언제 끝날까? 금방 끝날 줄 알았으나 이제 일년이 다 되어 같다. 앞으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타격 받는 사람들은 소상공인들이다. 특히 식당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에서 문을 닫으라면 닫고, 문을 열라면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월임대료와 공과금 등 고정비는 꼬박꼬박 나간다. 코로나팬데믹이 오래 되면 살아남을 자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 정규직이나 고소득연금생활자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어 주어야 한다.
맛집만 찾아 다녀서는 안된다. 단골만 가서도 안된다. 장사가 안되는 집도 찾아가야 한다. 가족끼리 힘겹게 운영하는 식당에도 가야 한다. 청결하지 않아도 맛이 없어도 남김없이 먹어 주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이다. 자비의 마음으로 식당순례해야 한다.
2020-11-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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