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깨진 유리창 하나 때문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16. 11:18

깨진 유리창 하나 때문에

 

 

여기 깨진 유리창이 있다. 이를 방치해 두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 쓰레기 봉지를 갖다 놓을 것이다. 그 쓰레기 봉지를 보고서 또 누군가 쓰레기 봉지를 가져다 놓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둠에 따라서 오물장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를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라고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공동발표한 이론이다. 이는 다름 아닌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말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부처님 가르침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유유상종에 대한 것이다. 사악한 자가 있으면 사악한 자 주변에 사악한 자들이 모여듦을 말한다.

 

부처님이 라자가하 깃자꾸따 산에 계실 때였다. 그때 부처님은 악인의 대명사 데바닷따가 거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데바닷따가 많은 수행승들과 함께 거니는 것을 보았는가?”(S14.15)라며 물어 보았다. 이에 수행승들은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그 모든 수행승들은 사악한 욕망을 지닌 자들이다.”라고 말씀했다.

 

부처님은 데바닷따 무리들에게 왜 사악한 욕망을 지닌 자들이라고 말했을까? 이는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세계에 따라 관계를 맺고 어울린다.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S14.15)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 수 있다.

 

그 사람을 알려거든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친구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노는 것이다. 탁월한 자들은 탁월한 자들끼리 어울리고, 저열한 자들은 저열한 자들끼리 노는 것이다.

 

악인의 대명사 데바닷따 주변에는 사악한 욕망을 가진 자들이 모였다. 그러나 부처님의 제자 중에는 선인이 더 많다. 지혜제일 사리뿟따 존자 주변에는 지혜있는 자들이 모였다. 신통제일 목갈라나 존자 주변에는 신통 있는 자들이 모였다. 우빨리 존자 주변에는 계율을 수호하는 자들이 모이고, 아난다 주변에는 많이 배운 자들이 모였다. 이렇게 성향에 따라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세계에 따라 관계를 맺고 어울린다. 믿음이 없는 자는 믿음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부끄러움이 없는 자는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창피함을 모르는 자는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배움이 없는 자는 배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게으른 자는 게으른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새김이 없는 자는 새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지혜롭지 못한 자는 지혜롭지 못한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S14.17)

 

 

경에서는 부정적 이미지의 사람들에 대하여 말했다. 믿음이 없는 자, 부끄러움이 없는 자, 창피함을 모르는 자, 배움이 없는 자, 게으른 자, 사띠가 없는 자, 지혜롭지 못한 자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마디로 어리석은 자들이라 볼 수 있다.

 

부처님은 어리석은 자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테라와다불교 예불문이자 수호경 중의 하나인 축복경(Sn2.4)에서는 어리석은 자와 사귀지 않으며, 슬기로운 님을 섬기고”(Stn.259)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어리석은 자와 사귀지 않고 지혜로운 자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하여 이것이야말로 더없는 축복입니다.”라고 했다.

 

초기경전을 보면 도처에 어리석은 자를 사귀지 말라고 했다. 숫따니빠따 파멸의 경’(Sn1.6)을 보면 참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사랑하고, 참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며, 참사람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을 즐기면, 그것이야말로 파멸의 문입니다.”(Stn.94)라고 했다.

 

참사람과 참사람이 아닌 사람이 있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이는 믿음이 없는 자, 부끄러움이 없는 자, 창피함을 모르는 자, 배움이 없는 자, 게으른 자, 사띠가 없는 자, 지혜롭지 못한 자이렇게 일곱 가지로 알 수 있다. 이 일곱 가지를 갖춘 자는 참사람(santa)’이고, 갖추지 않은 자는 참사람이 아닌 사람(asanta)’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리석은 자를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어리석은 자를 가까이하면 마치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어리석은 자들이 달라 붙는다. 특히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자를 멀리해야 한다. 이는 법구경에서 더 낫거나 자신과 같은 자를 걷다가 만나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야하리라. 어리석은 자와의 우정은 없으니.”(Dhp.61)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어리석은 자와 우정은 없다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어리석은 자와 함께 가는 것은 퇴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보다 낫거나 최소한 동등한 자와 함께 진리의 길을 가라고 했다.

 

어리석은 자라고 하여 무시하고 경멸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 주석에 따르면 연민과 애민의 대상으로 삼을지언정, 사귀지 말고 가까이 하지 말고 섬기지 말아야 한다.”(DhpA.II.24)라고 했다. 어리석은 자는 단지 연민으로 대할 뿐이다.

 

어리석은 자는 기본적으로 믿음이 없는 자, 부끄러움이 없는 자, 창피함을 모르는 자, 배움이 없는 자, 게으른 자, 사띠가 없는 자, 지혜롭지 못한 자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도덕적으로 금하는 것도 서슴없이 자행한다. 한마디로 오계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들은 이런 경향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자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주지 않은 것을 빼앗는 자는 살아있는 주지 않은 것을 빼앗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자는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거짓말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이간질을 하는 자는 이간질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욕지거리를 하는 자는 욕지거리를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꾸며대는 말을 하는 자는 꾸며대는 말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S14.26)

 

 

항목을 보면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이간질, 욕지거리, 꾸며대는 말 이렇게 일곱 가지 항목이 있다. 십악행에서 탐, , 치가 빠진 것이다.

 

도둑놈은 도둑놈들과 어울리고 사기꾼은 사기꾼들과 어울린다.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이 이런 사람들과 어울렸을 때 어떻게 될까?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와 우정은 없다고 했다.

 

어리석은 자는 깨진 유리창과 같다. 그의 주변에는 믿음이 없는 자, 부끄러움이 없는 자, 창피함을 모르는 자, 배움이 없는 자, 게으른 자, 사띠가 없는 자, 지혜롭지 못한 자가 모여들 것이다.

 

골목길을 가다 보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 가구를 버려 놓았다면 가구 주변에 쓰레기 봉지가 쌓인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쓰레기를 버린다. 그 결과 주변은 오물장처럼 변한다. 그러나 주변을 깨끗하게 해 놓으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 때문에 주변이 오물장이 될 수 있다. 유리창이 깨진 것을 보고서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 곳곳애서 목격된다. 인관관계에서도 볼 수 있다. 유리창이 깨졌으면 즉각 갈아야 한다.

 

 

2020-10-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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