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따뜻한 절구커피 한잔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20. 09:34

따뜻한 절구커피 한잔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에 듣는 말이다. 가능하면 빨리 일터로 달려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오피스텔 몇 개 층을 담당하는 미화원이다. 서로 인사함으로써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현재 일터는 2007년 입주이래 내리 13년째이다. 그러다 보니 터줏대감이 된 것 같다. 그동안 주변 사무실의 입주자가 수없이 바뀌었다. 어느 사무실의 경우 터가 좋지 않아서인지 6개월이 멀다 하고 바뀌는 것 같다.

 

바로 옆사무실의 경우 같은 해 입주한 이래 7-8년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단전 조치가 되기도 했다. 사무실 관리비를 내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 들어가서 짧게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이후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말 하는 정도는 되었다. 지금 그 사무실에는 청년이 입주해 있다. 아마 인터넷 쇼핑몰 하는 것 같다. 택배로 매일 물건이 수북히 배달된다. 밤 늦게까지 물건 정리 작업하는 것을 보았다.

 

복도 건너편에는 대부업체가 들어선 것 같다. 젊은 사람인데 팔뚝에 문신이 보였다. 그러나 무엇 하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서로가 관심 없는 것이다. 오피스텔 한쪽 낼개에 복도를 중심으로 10개 가량 작은 사무실이 있지만 서로 무관심한 것이다. 마치 아파트에서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오래 되면 눈 인사 정도는 한다.

 

현재 환경미화원은 3-4년 된 것 같다. 이전에도 여러 명의 미화원이 있었다. 그러나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오기 때문에 늘 미화원과 마주치지만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낯이 익으면 눈인사라도 한다. 이번 미화원의 경우 서로 말로서 인사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먼저 보는 사람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로비에서 종종 폐기물을 본다. 책상도 있고, 걸상도 있고, 책장도 보인다. 때로 화분도 보인다. 화분을 보면 가져온다. 언젠가 해피트리 화분을 발견했다. 이사 갈 때 버리고 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득템했다고 볼 수 있다. 미화원에게 혹시 화분 나오면 알려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사무실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20개가 넘는다. 하나 둘 사고 모으다 보니 책상 주변에는 온통 녹색 천지가 되었다. 해피트리 화분은 가져 온지 6개월도 되지 않아 말라 죽었다. 그러나 도자기로 된 커다란 화분은 남았다. 화원에서 인도고무나무를 사다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다.

 

 

미화원은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누군가 청소를 하지 않으면 금방 더러워질 것이다. 어느 누구도 환경에 관심 갖지 않기 때문이다. 휴지 쪼가리 하나 떨어져도 줍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화원은 고마운 존재이다. 이런 노고를 생각해서 지난 여름에 미화원들과 경비원들에게 찰토마토 여러 박스를 선물했다.

 

이른 아침 늘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미화원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이른바 절구커피를 말한다. 작은 나무절구를 이용하여 절구질 하여 만든 절구커피이다.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이다. 이런 것도 봉사라면 봉사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글로 쓴다면 드러내며 자랑질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티 내지 말라는 무주상보시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쓰고 싶은 대로 쓴다.

 

 

2020-10-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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