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고미숙선생의 동의보감 강연을 듣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23. 13:04

 

고미숙선생의 동의보감 강연을 듣고

 

 

책을 하나 샀다. 책 제목은 동의보감이다. 부제로는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라고 되어 있다. 고미숙선생이 지은 것이다.

 

 

책을 사게 된 것은 유튜브 강연을 듣고 나서이다. 특히 [TV특강] 동의보감의 지혜와 삶의 비전 고미숙 고전평론가라는 동영상강연이다. 안동하회마을 만송정에서 강연한 것을 안동MBC에서 올린 것이다. 여름날 시원한 강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이전에도 한번 본 것이다. 이번에는 운전을 하면서 눈으로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귀로는 들은 것이다.

 

고미숙선생 강연은 들을 때마다 새롭다. 새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운전중에 메모했다. 스마트폰메모장에다 시간대를 적고 키워드를 적어 넣은 것이다. 나중에 글 쓸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 유튜브 동상상은 한번 보고 듣는 것으로 그친다. 특히 시사동영상이 그렇다. 그럼에도 두 번, 세 번 들어도 질리지 않은 것은 흔하지 않다. 고미숙선생의 유튜브강연이 그렇다. 이번에는 몸에 대한 것이다.

 

몸에 대해 관심 두지 않았다. 그래서 몸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몸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그런데 고미숙선생의 동의보감 관련 유튜브를 여러 편을 보니 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몸은 개별적인 나의 몸이라기 보다는 우주와 교감하는 몸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 몸은 나의 몸이라기 보다는 타자의 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몸안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기 때문에 타자생명체의 공동체라고도 말한다.

 

목소리에 힘이

 

유튜브에서 고미숙선생의 강연을 보면 목소리에 힘이 있다. 여성의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동안 공부한 내공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또한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음성은 입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복부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전달력이 있다. 목소리에 감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힘 있는 목소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고미숙선생은 낭송을 많이 하라고 한다. 발성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전을 소리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낭송을 하면 폐가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아홉 가지 구멍이 있다. 아홉 가지는 눈 두 개, 코 두 개, 귀 두 개, 입 하나, 항문하나, 요도 하나를 말한다. 이렇게 아홉 가지 구멍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런데 얼굴에 있는 구멍은 몸 안에 있는 장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은 간과 관련이 있고, 눈빛은 심장과 관련이 있고, 코는 폐와 대장과 관련이 있고, 입은 비위와 관련이 있고, 혀는 심장과 관련이 있고, 귀는 신장과 관련이 있음을 말한다. 낭송을 하면 호흡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폐가 좋아 진다고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액면을 보면

 

아홉 가지 구멍 중에서 얼굴에 있는 것은 일곱가지이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음을 말한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얼굴만은 숨길 수 없다. 아무리 표정관리해도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 얼굴은 내장과 관련이 있어서 얼굴만 보아도 그 사람의 건강상태가 어떤 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 빛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건강이 매우 좋은 상태임을 말한다. 얼굴은 양기가 모두 드러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얼굴은 얼지 않는다. 얼굴은 양기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얼굴에 빛이 난다는 것은 장기 상태가 좋음을 말한다.

 

눈이 빛나는 사람이 있다. 눈은 심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심장이 튼튼한 사람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눈이 꺼질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심장이 좋지 않아 죽을 날이 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얼굴은 속일 수 없다. 액면에 모두 드러나 있다. 신체의 주요 부위는 옷으로 가릴 수 있으나 얼굴은 노출되어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그 사람의 건강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운명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눈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눈을 보고서 오장육부의 상태뿐만 아니라 생명의 기운도 알 수 있어서 그 사람의 운명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은 손님처럼

 

병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놀랍게도 생명의 탄생과 함께 병은 생기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아프기 마련인 것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아프지 않은 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죽음을 향해 가게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병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병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병과 싸우려고 한다. 그래서 고미숙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병이 올 때는 병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함부로 대하면 안되요. 손님처럼. 나를 괴롭히는 불청객처럼 대하면 안되고 친구처럼 스승처럼, 그게 바로 생명과 우주는 하나다라는 원리에서 나온 거에요.”(고미숙, [TV특강] 동의보감의 지혜와 삶의 비전 고미숙 고전평론가)

 

 

동양의학에 따르면 병이 생겨나는 것은 기의 불균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삼라만상 모든 것이 기의 불균형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병이 생겨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연현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병을 박멸의 대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귀중한 손님으로 대해야 함을 말한다.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의사의 말을 듣고 수술하려 할 것이다. 현대의학의 치료방법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다. 서양의학에서는 환부를 도려 내는 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의학에 저항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암선고를 받고서도 의사가 말하는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요법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송성영선생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본 것이다. 송성영선생은 가기, 4에서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암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암과 끝까지 싸운다' 가 아니라 '암과 공생한다'고 할까.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암이 흉포하게 날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동시에 암을 철저하게 타도해서 완치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는 진행 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깨끗한 치료도 요구하지 않으며 그저 증상이 악화도 개선도 되지 않는 안정 상태 (종양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불변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와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여하튼 나는 현재 그렇게 생각함을 말해둡니다.” - <암 생과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28>

 

 

송성영선생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에서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글을 보면 암과 친구가 되라고 했다. 암을 적으로 여긴다면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암을 손님으로 여긴다면 암과 공존할 수 있음을 말한다. 바로 이런 것이 동의보감과 같은 동양의학 서적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수행의 힘으로

 

고미숙선생이 동의보감을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 안에 생긴 종양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는 수술하자고 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 대신 운동을 하고 요가를 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 갔다는 것이다. 동시에 건강관련 서적을 읽다가 동의보감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올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라는 불청객도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의사에게 달려 갈 것이다. 그래서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 수술하자고 말하면 수술대에 누울 것이다. 그러나 병을 불청객이 아니라 손님 또는 친구로 여기는 사람은 병과 동거할 것이다.

 

병은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는 자연스런 일이다. 만일 생명이 없다면 병도 없을 것이다. 생명이 있기에 병도 있는 것이다. 이런 병은 도려 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병도 마음먹기에 따라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행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병도 치유할 수 있다. 이는 통증을 관찰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통증을 관찰하여 병을 고친 사례는 많이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먼저 통증을 손님으로 보는 것이다. 병도 손님과도 같다.

 

손님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수행처에서는 통증이나 병이 찾아왔을 때 손님처럼 맞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증이나 병을 불청객이라 하여 쫓아 낼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수행자의 얼굴이 맑고 깨끗한 이유

 

고미숙선생의 유튜브강연은 들을 만하다. 몇 번 들어도 유익하다.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 많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얼굴에 대한 것이 와 닿는다. 얼굴에 그 사람의 건강과 운명이 다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얼굴이 빛나고 눈이 빛나면 건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이다. 이에 대하여 고미숙선생은 양생에 있어서 수양이 제일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병은 예방이 중요하다. 병이 나고 나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미리 병을 예방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를 양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이미 양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행자가 되면 모두 양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끼 밖에 먹지 않아도 수행자의 얼굴이 맑고 깨끗한 이유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나간 일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지 않으며

현재 삶을 지켜 나가면

얼굴빛은 맑고 깨끗하리.”(S1.10)

 

 

2020-10-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