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인생이 힘들어질 때, 인생이 쉬워질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6. 09:43

인생이 힘들어질 때, 인생이 쉬워질 때

 

 

이것은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강력한 삶의 방식입니다.” 이 말은 묘원선생에게 들은 말이다. 2009년도의 일이다. 그때 당시 글만 쓰다가 수행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찾아 간 곳은 한국위빠사나선원이다. 지금은 한국명상원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매주 한번 토요일에 갔었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한시간 법문과 두 시간은 행선과 좌선, 그리고 인터뷰를 했다. 늦게 끝나면 10시 가까이 되었다. 이렇게 일년 다니다 보니 초기불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강 파악되었다.

 

가장 힘든 것은 좌선시간이었다. 한번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좌를 하며 한시간 앉아 있기가 고역이었다. 망상은 일어나고 다리는 저렸다. 그럼에도 한시간 동안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묘원선생은 종종 호흡을 보셨습니까?”라고 말했다. 대체 호흡을 어떻게 본다는 것일까? 복부의 일어남과 꺼짐을 관찰하는 것이 주된 것이지만 호흡과 관련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호흡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호흡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게 계속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안착이 된다. 아마 이런 경우 호흡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묘원선생은 좌선하는 도중에 종종 이것은 가장 적극적인 삶의 방식입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앉아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호흡이 일어나고 사리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 무엇보다 통증을 참고 견디어 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종종 인내가 열반으로 이끕니다.”라는 말도 했다.

 

무엇이든지 처음 경험한 것은 강렬하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좌선이야말로 삶의 가장 적극적이고 강력한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 실제로 그렇다. 수행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다.

 

소극적인 삶과 적극적인 삶

 

적극적인 삶이 있다면 소극적인 삶도 있을 것이다. 소극적인 삶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북미 베스트셀러였던 일하지 않는 즐거움에 따르면 “TV시청, 술이나 마약에 취하기, 습관적으로 먹어대기, 드라이브, 쇼핑, 돈쓰기, 도박, 운동경기 관람이 있다. 책이 나온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여기서 TV시청은 오늘날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도 해당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TV시청, 먹어대기, 음주하기는 일상다반사나 다름없다.

 

소극적인 삶은 만족감은 있을지 모르나 성취감은 없다. 설령 만족했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이다. TV에서 개그를 보고 난 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 삶의 방식은 강력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책의 저자 어니 젤린스키에 따르면 적극적 삶의 방식에는 글쓰기, 독서, 운동, 공원산책, 그림그리기, 악기연주, 춤추기, 강습 받기가 있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없다.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힘이 든 만큼 강한 만족감과 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매일매일 쓰다 보니

 

적극적인 삶의 방식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것이다. 1997년 책을 처음 접하고서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항상 소극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꿈은 직장을 나오고서야 실현되었다. 일하지 않게 되었을 때 글쓰기를 하게 된 것이다.

 

글쓰기는 정규직으로 살면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직장에만 있다 보면 자기계발할 시간이 없다. 주말에는 쉬기에 바쁘다. 그래서 TV시청, 먹어대기, 음주하기와 같은 소극적 여가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영업자 되었을 때는 자유가 있었다.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일하는 도중에 글을 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독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어니 젠린스키는 읽기도 쓰기못지 않게 적극적 삶의 방식이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독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음을 말한다. 일년에 책 한권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물며 쓰기는 더욱더 드문 것이다.

 

쓰기는 읽기 보다는 좀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니 젠린스키는 쓰기로서 초심자라면 편지쓰기부터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이 발달되기 이전의 시대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어니 젤린스키가 인터넷 시대에 책을 썼더라면 블로그를 만들어 쓰라고 했을 것이다.

 

정규직에서 밀려나 자영업자가 되었을 때 비로서 나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텅빈 일인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터넷 가지고 노는 것밖에 없었다.

 

2000년 이후 인터넷시대가 본격화되었을 때 블로그라는 히트상품이 생겨났다. 2005년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써 보았다. 처음에는 A4 한장도 되지 않는 짤막한 글이었다. 지금도 블로그 고층에 가면 그런 글을 볼 수 있다.

 

글은 쓰면 늘어난다. 그것도 매일 쓰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년 쓰고, 5년 쓰고, 10년 썼을 때 몸에 붙었다. 마치 말하듯이 자동적으로 써지는 것이다. 요즘 TV에서 보는 생활의 달인의 경우와 같다. 숙달된 달인은 눈 감고 던져도 바구니에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쓰다 보니, 그것도 10년 이상 쓰다 보니 생활화가 되었다.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자비출판

 

어니 젤린스키는 매일 쓰라고 했다. 처음에는 15분 이상 써 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 일하지 않는 즐거움도 이렇게 매일 15분 이상 써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은 출판에 대한 것이다.

 

글을 썼으면 이를 책으로 내고 싶을 것이다. 작가가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 주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어니 젤린스키는 자비출판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베스트셀러 중 다수가 자비출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성공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 이외에 단 한사람이라도 책을 읽고 즐긴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그 이외의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일하지 않는 즐거움, 242)라고 말했다.

 

회사 다닐 때 어니 젤린스키의 일하지 않는 즐거움을 읽고 그대로 된 것 같다. 정규직이 되지 않았을 때, 일중독에서 벗어 났을 때 비로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다.

 

2006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은 현재 5,300개가 넘는다. 해가 갈수록 글은 길어지고 내용은 풍부해졌다. 그래서 글 하나의 길이는 A4로 약 4-5페이지에 달하는 것 같다. 긴 것은 10페이지 이상 되는 것도 있다. 보통4-5페이지 되는 글은 4-5시간 걸린다. 10페이지 이상 되는 글은 하루종일 걸린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서 품는 시간까지 합하면 며칠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글이 어느 정도 쌓이자 책을 내고 싶었다. 어니 젤린스키가 말한대로 자비출판이다. 201812월에 처음 책을 만들었다. 전재성회장의 금요니까야강독모임에 참석하고 난 다음 후기를 작성한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금요모임 멤버들에게 주고자 하여 만들었으나 요청이 많아서 거의 70권 가량 만들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계속 만들게 되었다. 현재 15종의 책을 만들었다. 다양한 주제로 만들었다. 교학과 교리에 대한 것도 있고, 미얀마 수행기에 대한 것도 있고, 재가불교활동한 것에 대한 책도 있다. 가장 많은 것은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적은 것이다. 이를 진흙속의연꽃이라는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이제 2009년 것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틈만 나면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은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 의뢰하여 딱 두 권만 만든다. 보관용이다. 사무실에 하나 집에 하나 보관하고 있다. 요청이 있으면 pdf 파일을 메일로 발송해 준다.

 

명상은 가장 강력한 삶의 방식

 

어니 젤린스키가 제시한 적극적인 삶의 방식에서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명상에 대한 것이다. 물론 세부 항목에 명상이라는 단어가 딱 한번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글쓰기, 독서, 운동 등 여러가지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 있지만 수행하는 것만큼 강력한 삶의 방식은 없을 것이다. 이는 앉아 보면 알 수 있다. 초심자의 경우 5분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어떻게 한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선원에 집중수행 가면 하루에도 몇 번 앉아 있어야 한다. 마하시전통에서는 홀수 시간에는 행선이고 짝수 시간에는 좌선이다. 시간표대로 수행한다면 이 세상 그 어떤 노동 보다도 강도가 셀 것이다. 그래서 행선과 좌선 등 수행하는 것에 대하여 가장 강력한 가장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라 했을 것이다.

 

인생이 힘들어질 때, 인생이 쉬워질 때

 

사람들은 쉽고 편안함을 추구한다. TV시청하기, 먹어대기, 음주하기와 같은 소극적 삶의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쉽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면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이에 대하여 어니 젤린스키에 중력의 법칙을 들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말한다. 편한하고 안락한 삶만 삶은 건물 꼭대기에서 발을 헛디디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쉬운 방법을 택해 보려고 어물쩍거리다가는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편한 인생은 중력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쉽고 안락한 삶만 추구하면 인생이 힘들어짐을 말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은 인생을 지루하게 만든다. 무료하고 하품나고 권태로운 인생이다. 그날이 그날 같아서 어떤 감흥도 없고 감동도 없는 삶이다. 그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즐거움 밖에 없는 삶이다. 반면 적극적인 삶은 강한 만족감과 함께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 글쓰기도 그렇고 명상수행도 그렇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것이다.

 

여기 두 가지 인생이 있다. 힘든 인생과 쉬운 인생이다. 쉽고 편안함을 추구는 삶이 쉬운 인생 같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힘든 인생을 사는 것이다. 어렵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이 어려운 인생 같지만 역설적으로 쉬운 인생이다. 쉽고 편안한 삶을 살면 인생이 힘들어지고, 어렵고 불편을 감수하는 삶을 살면 인생이 쉬워진다. 이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2020-11-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