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주말 아침에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후…”군대에서 부르던 군가이다. 군가의 제목은 ‘행군의 아침’이다. 아침 점호때나 집합할 때, 또는 행군할 때 즐겨 부르던 군가이다.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외투입고 투구 쓰면 맘이 새로워 거뜬히 총을 메고 나서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 거뜬히 집을 나섰다. 동지가 가까워서일까 아침 6시대임에도 밖은 깜깜하다. 일단 집을 나오면 갈 곳은 사무실밖에 없다.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일요일 아침이다.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간일 것이다. 아파트 불이 켜진 곳이 드물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6시 반이 되었다. 아직 해가 뜨려면 30여분 더 있어야 한다. 7시가 넘어야 동이 트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터로 향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것이라면 가기 싫어 할 것이다. 소기업 사장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가장 좋은 직원의 조건이 있다. 그것은 회사를 자신의 것처럼 알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장을 대신해서 일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두 잠든 아침 어두 컴컴할 때 나오면 승리자가 되는 것 같다. 그것도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이다.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는 부지런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태양이 떠 오를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바로 새벽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이 생겨날 때 그 선구이자 전조가 되는 것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S45.54)
게송에서는 새벽과 불방일을 동의어로 보았다. 해가 떠오르기 전조가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그런데 깨달음의 전조가 불방일이라는 것이다. 깨달음은 팔정도를 닦아 완성되기 때문이다.
불방일아라는 말은 압빠마다(appamāda)를 번역한 말이다. 압빠마다는 방일을 뜻하는 빠마다(pamāda)의 부정어이다. 압빠마다와 빠마다에 대하여 또다른 말로 부지런함과 게으름이라 할 수 있다.
게으른 자는 늦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늦게 자니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몸의 생리상 맞지 않는다. 고미숙 선생이 지은 ‘동의보감’에 이런 글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의 일상은 저주받은 리듬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밤이 사라진다. 도시의 불빛이 어둠을 삼켜 화려한 불야성을 연출하고 그 불꽃을 쫓아다니느라 사람들은 새벽까지 부산스럽다. 그러곤 동이 터오를 때 잠들기 시작한다.
오행적으로 보면 모든 기운이 응축해야 할 시점에 깨어서 움직이고 기운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늘어져 자는 셈이다. 밤낮을 바꾸면 에너지는 두 배, 세 배로 소모된다. 태양의 에너지를 하나도 쓰지 못하고 내 안에 있는 기운을 쥐어짜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밤에 활동하는 경우, 그 내용이 결코 생기발랄한 것일수가 없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법. 점점 더 삶이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중독되거나 우울해지거나, 최소한 하루의 리듬에 대한 공통감각만 있어도 그런 식의 악순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고미숙, 동의보감 242쪽)
현대인들은 밤과 낮을 거꾸로 살고 있다고 한다. 아마 상당수 사람들이 밤낮을 거꾸로 살고 있을 것이다. 밤 늦게까지 활동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활패턴은 생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소우주로서 우주와 교감하는 몸인데 자연의 질서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일터로 향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모두 잠든 주말 아침에 집을 나서면 상쾌함을 넘어서 통쾌하기도 하다. 마치 승리자 되는 듯 하다. 지금 시각은 일요일 아침 오전 7시 12분,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다.
2020-12-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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