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책을 읽을 때는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30. 12:01

 

책을 읽을 때는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간다. 경전과 주석을 근거로 한 글쓰기를 말한다. 일은 일감이 있어야 한다. 일감이 언제 걸릴지 모른다. 그렇다고 아예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없을 때 글을 쓰기도 하지만 유튜브시청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유익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무익한 것이다. 특히 시사가 그렇다.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다.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이다. 이럴 때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초기경전을 근거로 하여 글을 쓰다보니 책읽기에 소홀하다. 경전을 접하다고 보니 책읽기가 시시해진 것이다. 경전에서 건질만한 문구나 게송을 발견하면 그것을 모티브로 글이 하나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책은 너무 지루하다. 아마 책도 책 나름일 것이다.

 

사무실에 책이 많지 않다. 의도적으로 책을 모으지 않는다. 짐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그래서 날 잡아 버리곤 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책들이 있다. 필요할 때 열어 볼 가치가 있는 책들이다.

 

 

종종 책 선물을 받는다. 그러나 읽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서라 하여 선물로 주지만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읽지 않은 채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다가 책이 많아지면 어느 날 정리가 되어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돈 주고 산 책은 이와 다르다.

 

최근 책 몇 권을 샀다. 고미숙 선생의 동의보감과 정찬주 선생의 다산의 사랑이다. 고미숙 선생 책은 유튜브에서 강연을 들었기 때문에 산 것이다. 동의보감과 관련된 강연을 많이 들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정찬주 선생 책은 페이스북을 보고서 산 것이다. 그것도 소설이다. 좀처럼 소설을 보지 않음에도 산 것은 작가에 대하여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있을 때는 책을 읽을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고객들은 급하다. 오늘 자료를 내 놓으면서 내일까지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납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뒷전이다. 글쓰기도 일이 끝난 다음에 써야 한다. 더구나 책 읽기는 더욱 더 힘든 것이 된다.

 

책을 읽을 때 빠른 속도로 읽지 않는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고 노력한다. 창작의 고통을 알기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는다. 그러다 보니 밑줄을 치게 된다. 나중에 다시 보기할 때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책을 소설 읽듯이 일어서는 안된다. 하루 이틀만에 다 보지 않는다. 여러 날에 걸쳐서, 때로 여러 주에 걸쳐서 본다. 내용이 좋으면 도중에 글도 쓴다. 이번에 김진태 선생의반야심경의 바른 이해도 그랬다. 불과 210여 페이지에 지나지 않지만 거의 네 달에 걸쳐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인용하여 여러 편의 글을 썼다.

 

 

내 돈 내서 책을 산 것은 읽게 된다. 선물로 받은 것은 서가에 꼽힌 채로 세월을 보내지만 돈 주고 산 책은 읽어 보게 된다. 그렇다고 단숨에 읽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읽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더 좋은 것은 독후감을 써 보는 것이다.

 

매일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요즘 같이 일감이 없을 때는 시간 보내기에 이것 보다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것이든지 글쓰기 대상이 된다. 강연에서 들은 것도 후기를 작성한다. 여행가서 본 것도 후기를 작성한다. 책을 본 것도 당연히 글쓰기 대상이 된다.

 

글쓰기를 하면 확실히 내 것이 된다. 강연을 듣고 글쓰기를 하면 강연 내용을 완전하게 소화하게 된다. 글 쓰는 과정에서 검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이다. 여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에서 본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여행을 두 번 간 것이나 다름 없다. 책을 읽고 독후기를 작성하면 책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을 읽을 때 글로 쓸 것까지 감안하면서 밑줄 긋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일단 시동을 걸어 놓아야 한다. 시동을 걸어 놓으면 가게 되어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도중에 흥미를 상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읽어낼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구성이 탄탄한 경우 흥미를 끌게 된다. 이는 작가의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한다. 그러나 진도는 많이 나가지 않는다. 쉬엄쉬엄 일없이 읽으려고 한다. 분명한 사실은 독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경전과 주석에 근거한 독후기를 말한다.

 

 

2020-11-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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