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운 해가 뜬다
블로거로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생업이 있다. 인터넷에 글쓰기 한다고는 하지만 전업작가는 아니다. 취미로 써 보는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구분은 화폐와 관련이 있다. 돈을 받고 쓰면 프로이고, 돈과 관계없이 쓰면 아마추어로 본다.
어떤이는 “작가님”이라고 호칭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민망하다.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라고 답하여 바로잡고자 하나 여의치 않아 내버려 둔다. 작가라 하면 소설가가 떠 오른다. 한번도 소설을 써 보지 않았으니 작가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시인이 되어 보고 싶었다. 아마 오륙년 된 것 같다. 안양아트센터(안양문예회관)에서 시화전이 열렸다. 안양 지역문인들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시인이 되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반응은 싸늘했다. 시인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입장벽을 절감했다. 이름 앞에 시인 타이틀이 붙으면 좋을 것 같아 도전해 보고자 했으나 그만 두었다.
블로거로서 삶에 만족한다. 누가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클릭 몇 번하면 만들 수 있는 블로그에 쓰면 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보니 글이 이곳저곳 깔리게 되었다. 글의 힘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낀다. 글에 대한 무한책임이다. 글을 쓰고 나면 날자와 서명을 하는 이유이다.
글쓰기는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다.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쓴다는 것은 노고를 필요로 한다.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또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적극적인 삶을 살면 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완성되어서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일시적으로 강한 쾌감을 느낀다. 이를 고미숙선생은 ‘글쓰기의 통쾌함’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삶의 방식에는 글쓰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미생활 모두가 다 해당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작업을 말한다. 창조적 행위는 모두 적극적 삶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경전외우기도 해당된다. 수행을 하는 것이나 친구를 만들어 우정을 쌓는 것도 해당된다.
적극적 삶이 있다면 소극적 삶도 있다. 어떤 것이 소극적 삶일까? 그것은 감각을 즐기는 삶이라 볼 수 있다. 눈과 귀, 코, 혀, 몸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TV시청하기, 음악듣기, 먹어대기, 술마시기, 잡담하기 같은 것이다.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마치 허무개그를 보는 것 같다.
오늘도 하루해가 밝았다. 오늘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늘 하던 대로 글을 쓸 것이다.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요즘 경전외우기를 시작했다.
하루를 허무하게 보낼 수 없다. 어제 보다 더 나은 삶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빤냐완따 스님으로 부터 메세지를 받은 것이 있다. 스님이 보내 온 문자를 보니 며칠전 스님을 소개해 준 페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스님은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오전에는 초면의 신심깊은 어느 수행자 부부가 동안거 결재일에 맞추어 스님께 공양올리고 싶다며 찾아와 공양 마치고 여지껏 법담 나누다 가셨습니다. 그분들께 혹시 도움될까 싶어 간밤에 적어놓은 요약글 사진 찍어 여러분들께도 보내드리오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빤냐완따 스님)
여러 사람에게 문자 보낸 것이다. 스님은 요약글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아마 찾아온 부부에게 했던 말이라 본다. 사진글에서 눈에 띈 것이 있었다. 그것은 “우자 일동우일동(愚者 日同又日同), 현자 일신우일신(賢者 日新又日新)”이라는 문구이다. 이 말을 풀이하면 “어리석은 자는 그날이 그날이고, 현명한 자는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다.”라는 뜻이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아마 글쓰기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글쓰기 하면 어제와는 다른 행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전외우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매일매일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가만 있으면 죽은 목숨과 같다. 감각을 즐기는 삶만 살면 그날이 그날이 그날같은 삶이 된다. 적극적 삶의 방식을 살면 일신우일신이 된다. 날마다 새로운 해가 뜬다.
2020-11-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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