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를 사랑하리
며칠전 오전에 약간의 경이를 느꼈다. 해가 떠서 도시의 건물을 비출 때 유리창에서 빛이 났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약간의 환희가 일어났다. 모든 것이 각지고 날카로워 보이는 도심에서도 아침 광경은 아름다웠다.
일인사업자에게 토요일 일요일은 없다. 일이 있든 없든 나온다. 집에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눈만 뜨면 해만 뜨면 나가야 한다. 오늘 토요일 일찍 집을 나섰다. 해가 뜨기 전이다. 요즘 밤이 갈수록 길어져서 여덟 시 가까이 되어야 해가 뜬다.
해뜨기 전 도시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 오피스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 갔다. 18층에서 안양시를 촬영했다. 동쪽하늘은 여명이다. 아침 7시 45분임에도 해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훤하게 밝아 있다. 가로등도 꺼지고 불도 켜지지 않은 상태의 도시이다.
도시는 건설중이다. 이미 오래전에 신도시건설로 모두 끝난 줄 알았는데 도시는 쉴 줄 모르는 것 같다. 저편 구동화약품 부지에는 아파트형공장이 올라가고 있다. 동시에 타워형 초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타워크레인이 치솟아 있어서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 알 수 없다.
도시는 역동적이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십년전에는 관악산이 보였다. 3층 사무실 창밖으로 관악산이 보여서 쳐다보곤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산을 볼 수 없다. 안양7동 재개발로 인하여 5천세대 가까이 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서 반을 가렸다. 이번에는 비산2동 재개발로 인하여 타워형 아파트가 건설 중에 있어서 완전히 가려버렸다. 무려 37층짜리 아파트이다. 그럼에도 이 도시를 사랑한다.
사골에서 태어나서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살아야 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골이 좋다고 하지만 도시를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일거리가 있는 한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 도시탈출을 꿈꾸기 보다는 도시를 활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도시는 편리하다. 사는 곳에서 백미터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다. 버스정류장도 백미터 거리에 있다. 도시는 사통팔당 고속도로로 연결되어서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면 갈수록 시간이 아쉬운 이 때 도시에서 삶은 시간을 절약하게 해준다.
지난 일주일은 공쳤다. 일감이 없어서 놀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느는 것은 글 밖에 없다. 새벽에 쓰고 오전에 쓰고 저녁에 쓰다 보니 매일 세 편씩 쓰게 되었다. 이를 읽는 독자들도 피곤해할 것 같다.
월요일인가 싶으면 금요일이다. 금요일 오후에 일감이 생겼다. 주말작업을 부탁한 것이다. 그때그때 일감으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이 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처럼 든든하다. 잊지 않고 일감을 주는 고객사 담당자가 고맙다.
큰 배에서는 폭풍우가 불 때 바빠진다. 선장은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선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일감이 생겼을 때 마음은 분주해진다. 또 한편으로 든든하다. 마치 겨울철 먹을 양식을 저장해 놓은 것 같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글은 써야 하고 외워야 할 것은 외워야 한다. 책도 읽어야 한다.
도시가 삭막하다고 하지만 도시도 사람 사는 곳이다. 밖에 나가면 일을 할 수 있고 친구를 만날 수 있다. 눈만 뜨면 해만 뜨면 밖에 나갔다가 해가 질 때쯤 되면 돌아 가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이지만 변화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태양이 찬란하게 떴다. 햇살 비친 도시도 살아나는 것 같다. 마음은 바쁘다.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아침이 되었으니 저녁이 되겠지만 햇살찬란한 이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탈을 꿈꾸기 보다는 이 도시를 사랑하고자 한다.
2020-12-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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