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감사패보다도 더 값진 조약돌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2. 18. 13:50

감사패보다도 더 값진 조약돌


베트남 국부 호치민은 아이들에게 줄 것이 없어서 뽀뽀했다고 한다. 가진 것이 없을 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까?

정평불 사무총장으로 재임시 늘 노심초사했다. 특히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민감해졌다. 그것은 인원에 대한 것이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원이 되어야 한다.

참석자를 늘리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썼다. 우선 단체카톡방에 공지하여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올지 안올지 알 수 없다. 확인이 필요했다. 개별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재가불교 활동하면서 수백개에 달하는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이를 모두 스마트폰 주소록 앱에 등재했다. 행사가 있으면 가까운 사이나 먼 사이나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메세지를 발송했다. 그리고 반드시 참석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방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숫자가 파악되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음식과 음료수, 자료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것도 한두번이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문자를 보내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응답을 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아예 차단시켜 버린다. 종종 만나는 사이임에도 단지 피곤하다는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것이다.

약간 결벽증이 있다. 한번 맡긴 일은 책임지고 하려는 것이다. 타의에 의해 맡은 사무총장 소임이었지만 이왕 맡은 것 욕이나 먹지 말자라는 심정으로 임했다. 그러다 보니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바삭바삭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특히 인원동원 할 때 그랬다.

인원동원 1단계는 카톡방에 공지하는 것이다. 2단계는 개별문자 보내는 것이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3단계로 들어간다. 그것은 직접통화 하는 것이다.

전화 통화하면 좀 더 건질 수 있다.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화했을 때 백번 문자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약속을 받아 내고 또 다음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날자는 다가오고 사람은 채워지지 않을 때 염치불구하고 에스오에스(SOS)를 치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블로그 글을 인연으로 만난 블친(블로그친구)이다. 위기 때마다 구조요청을 했다.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블친은 반드시 참석해 주었다. 얼굴 보고서 참석해준 것이다. 머리수를 채워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네 번은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블친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블친은 조약돌을 주었다. 주먹 만한 것이다. 검은 색으로 매끄럽고 반질반질한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선물을 받아 보지 못했다. 이제까지 받아 본 것 중에서 가장 심플한 것이다. 그러나 선물의 가치는 귀금속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 사무실 책장 위에 잘 진열해 놓고 있다.

 


정평불 사무총장직은 지난 4월에 내려 놓았다. 사무총장직을 수락할 때 딱 2년만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타의에 의해 맡게 되었지만 내려 놓는 것만큼은 자의로 한 것이다. 그 대신 주어진 2년 동안은 연소하다시피 했다.

2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너무 소진해서일까 임기가 끝났을 때는 기진맥진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주어진 2년 동안 활동한 것에 대하여 책을 냈다. ‘불교활동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으로 1권과 2권을 냈다. 감사패도 받았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약돌이다. 책보다도 감사패보다도 더 값진 것이다.

 

 

 

2020-12-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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