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설레임으로 하루를
새벽 4시대, 하루가 시작되는 때이다. 더 잘 수 있는 시간이고 페이스북을 보며 시간 보낼 수도 있지만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빠알리 팔정도경을 외는 시간이다.
빠알리 팔정도경 외기가 중반을 넘어서서 8부 능선까지 왔다. 고지가 머지 않았다. 오늘 새벽 삼마와야모(正精進)까지 외웠으니 이제 깔딱고개 두 개가 남았다. 삼마사띠(正念)와 삼마사마디(正定)만 외우면 끝난다.
외울 때는 이전에 외운 것을 확인하고 진도를 나간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급할 것 없다. 짧은 게송은 몇 번 암송하면 금방 왼다. 그러나 새로운 단어가 출현하면 마음속으로 수십번 반복해야 한다. 의미를 알고 외우면 효과적이다. 삼마와야모에서 네 번째 항이 그렇다.
“우빤나낭 꾸살라나낭 담마낭 띠티야
아삼모사야 비이요바와야 웨뿔라야
바와나야 빠리뿌리아
찬당 자네띠 와야마띠 위리양 아라바띠
찟땅 빡간하띠 빠다하띠”
삼마와야모 네 번째 항은 선법 증장에 대한 것이다. 생겨난 선법은 증가시켜야 하고, 쇠퇴없이 그 상태를 유지하여 더욱더 계발해야 함을 말한다. 계속 증장하여 마음에 충만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열의를 가지고 정진하고 정근해야 한다. 마음을 붙잡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취지의 내용이다.
새로운 단어가 연속으로 나올 때 쉽게 잊어버린다. 마음은 한순간에 하나의 마음만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른 마음이 되어 버린다. 지금 분명하게 외웠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가만 앉아서 눈을 감고 상황을 떠 올려야 한다. 그러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노트를 본다. 이렇게 시간이 되어야 외워진다. 무엇이든지 한번에 되지 않는다. 하나의 경을 외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번 암송해야 한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감동적인 글을 보았다. 60대 후반임에도 중국어 공부를 하는 페친(페이스북친구)을 말한다. 페친은 하루를 설레임으로 맞는다고 한다. 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읽을 것도 많고 쓸 것도 많다고 한다.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대부분 나이타령을 하며 수동적으로 사는 삶과는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나이 들어감을 한탄하다. 그러다 보니 세월타령을 하고 나이타령을 한다. 무얼 하나 해보려고 하지만 이내 “이 나이에 하면 얼마나 할까?”라며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마치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다.
수동적 삶을 살면 좀비와 다름없다. 특히 나이 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죽은 자나 다름없다. 하루일과 중에서 밥 먹는 것이 최대행사가 된다면 수동적 삶의 극치라 해야 할 것이다. TV시청하기, 유튜브보기, 페이스북보기 등 쉬운 것만 골라서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힘 안들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에는 먹어대기와 음주하기도 있다.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이다. 눈과 귀, 코와 혀, 그리고 몸으로 늘 매혹적인 대상을 찾는 것이다. 이런 삶에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어제같은 “일동우일동(日同又日同)”과 같은 삶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자신을 향상시켜야 한다. 어제 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 책을 보면 어제와 다른 삶이 된다. 책의 진도가 나갔기 때문이다. 글을 써도 어제와 다른 삶이다. 공부는 말할 나위도 없다. 배우고 익히는 삶을 산다면 확실히 어제와 다른 삶이다.
페친은 매일 아침 설레임으로 하루를 맞는다고 한다. 그것은 오늘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매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2020-12-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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