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19 자비의 식당순례 8탄, 가판 만두 1팩
거리가 썰렁하다. 토요일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점심을 먹으려고 먹거리 골목에 갔다. 그래도 명학역과 동안구청 사이의 길이 이곳에서는 가장 번화한 거리이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문 닫은 식당도 많다. 아직 정오가 안되어서인지 문을 열었다고 하더라도 비어 있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아니 먹어 주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코로나19 시기에 식당순례하는 것을 말한다. 한번 간 식당은 다시는 가지 않는다. 맛 있게 먹었다고 하여 또 찾아가지 않는다. 이곳 명학역과 동안구청, 그리고 아트센터를 연결하는 삼각벨트 내에 있는 식당을 한번쯤 모두 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스스로 ‘코19 자비의 식당순례’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만두집이 보였다. 추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커다란 솥에서 만두가 익고 있는 것이다. 중년의 부부가 함께 하고 있다. 남자는 안에서 만두를 빚고 여자는 가판대에서 만두를 팔고 있다.
메뉴를 보았다. 새우만두 5개 4500원, 김치납작만두 6개 4000원, 고기납작만두 6개 4000원, 옛날찐빵 5개 4000원, 김치왕만두 5개 4000원, 고기왕만두 5개 4000원이다. 모두 1인분이다. 만두, 왕만두, 그리고 찐빵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인분을 샀다. 골고루 섞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김치납작만두 3개와 고기납작만두 3개 하여 6개를 팩에 담아 주었다. 가판이기 때문에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다. 사 갖고 가서 먹어야 한다.
골목식당가에서 유일하게 만두집이 활력 있다. 사람들이 사 가는 것이다.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추위에도 기다려서 가져가는 것이다. 이는 비접촉이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먹을 때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그러나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것은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다. 요즘처럼 코로나 대유행시기에 딱 들어 맞는 것이다.
점심때 식당에서 먹는다고 했을 때 아내는 우려했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혹시 감염되어 들어왔을 때 다니고 있는 직장에 피해 줄 것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거리두기를 하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심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식사하면 비말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점심 때가 되어도 골목식당가에 사람이 없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인하여 골목상권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타격의 정도가 직격탄이다. 이로 인하여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만일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된다면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집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럴 경우 경제가 마비된다. 그럼에도 문제가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정규직과 연금생활자, 그리고 건물주를 말한다. 코로나가 유행하든 안하든 통장에 따박따박 매달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등 따습고 배 부른 행복 만한 것이 있을까? 행복한 자는 남의 불행에 둔감하기 쉽다. 따뜻한 방에서 배불리 먹을 때 추위에 떠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추위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 사람들이 될 수 없다.
동병상련이라고 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더 관심 갖는다. 거리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는 서민들이 사 준다. 골목상권에 있는 식당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일부로 와서 먹어 주지는 않는다.
소상공인들은 사람들이 소비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진 자들의 낙수효과로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가 무섭다고 하여 발길을 끊어 버린다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대형마트에는 사람들이 넘쳐 나지만 골목식당은 텅텅 비어 있다. 제아무리 코로나가 무섭다고 해도 성난 민심보다 더 무섭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 점심을 만두로 때웠다. 사무실에 가져와서 먹은 것이다. 양은 차지 않는다. 그러나 팔아 주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소상공인이 소상공인 것을 사주지 않으면 누가 팔아 주겠는가?
2020-12-19
담마다사 이병욱
'음식절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0) | 2021.01.16 |
---|---|
오늘도 한끼 식사를 하는 것은 (0) | 2020.12.27 |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 (0) | 2020.12.09 |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7탄, 사골떡만두국 (0) | 2020.12.05 |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6탄, 모듬돈까스 8.0 (0)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