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또 뼈가 되고 장기가 된다. 먹은 음식은 아비담마에 따르면 열 번 변환과정을 거친다. 영양분이 흡수되면 여러 가지로 분화된다. 마치 연쇄폭발이 일어나듯이, 한물질은 다른 물질을 만들고, 또 그 물질은 또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낸다. 최소한 열 번의 변환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몸의 형태가 유지된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노동의 산물이다. 수천, 수만 번 클릭해서 번 돈으로 먹는 것이다. 일감이 들어오면 견적서부터 작성한다. 견적서를 낼 때는 적정하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이 부르면 달아나 버리고, 너무 적게 하면 이익이 별로 없다. 서로 만족하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일을 했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어도 결재가 이루어져야 입금된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번 돈으로 한끼 점심을 먹는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식당 주인의 땀과 노고의 산물이다.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아침부터 지금까지 애썼을 것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깃들인 음식이다. 한 공기의 밥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농민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온갖 재료에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한 숟가락을 떴을 때 온갖 사람들의 노고가 담긴 것이다. 먹는 것은 성스러운 행위이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나를 위한 공양이다. 또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양이다. 오늘 먹은 설렁탕 한그릇에 힘을 얻는다. 이 힘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밥 한톨 남기지 않고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오늘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살아 가는데 힘도 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시기에 식당주인의 힘이 되기도 한다.
2021-01-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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