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사람이 저녁준비를
“참 좋아 보이네요. 이렇게 장까지 보시고.” 이 말은 오늘 점심 때 가판마트에서 들은 것이다. 계산하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는데 나이가 70가량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이에 "요즘 다 이렇게 하지 않나요?"라고 답했다.
동네에 가판마트가 있다. 대로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데 낮에만 반짝 장이 선다. 간판에는 '벼룩시장'이라고 되어 있다. 작은 글씨로 ‘비산동 3호점’이라고도 쓰여 있다. 아마 안양 어딘가에 벼룩시장 1호점과 2호점도 있을 것이다. 취급품목은 과일, 야채, 생선이다.
벼룩시장 애호가가 되었다. 야채나 과일, 생선 살 때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마트에 가지 않는다. 거의 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만원짜리 한장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오늘 점심 때 양배추 하나에 2천원, 무우 두 개에 천원, 시금치 한단에 천원, 그리고 대파 한단에 3,800원 주고 샀다. 모두 합하여 7,800원 들었다. 대파가 약간 비싼 듯하다. 그러나 손 맛을 느낀다. 묵직한 것이 뿌듯함으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요즘 살림을 하고 있다시피 한다. 저녁은 직접 준비한다. 밥을 하고 찌게를 끊인다. 이렇게 음식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올해 들어서 그렇다. 지난 8월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저녁상을 직접차린다.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자주 하면 늘어 나는 것 같다. 밥상차리는 것도 자주 하다보니 이제 숙달되었다. 이런 저런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국수도 삶아 보았고 장아찌도 담구어 보았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동태찌게이다.
동태는 벼룩시장 가판 마트에서 산다. 큰 것 네 마리에 6천원이다. 먼저 손질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날카로운 날개 등을 제거한다. 그 다음에는 내장을 제거한다. 다섯 토막 내서 냉동고에 보관하면 준비 끝이다.
동태찌게를 여러번 끓여 보았다. 업소에서 먹는 것과 다름 없이 얼큰 하다. 별다른 반찬 없이 찌게 하나만 있어도 밥을 뚝딱 먹는다. 먼저 무우를 얇게 썰어서 남비 바닥에 깔아야 한다. 여기에 양파, 대파, 버섯 등을 곁들인다. 가장 중요한 양념장은 유튜브에서 본대로 따라 하면 된다.
평일날 저녁 밥상은 직접 차린다. 이렇게 생활화가 되다 보니 시장을 자주 보게 된다. 어디에 가면 싸게 살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이제까지 가장 싼 곳은 벼룩시장 가판마트이다. 소문이 퍼져서일까 나이 든 할머니들이 줄을 선다. 콩나물은 인기가 좋아서 늦게 가면 동난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하루 세 끼 먹고 산다. 하루 두 끼만 먹고 살아도 먹기 위해 산다는 소리 듣지 않을 것이다. 점심과 저녁은 꼭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거하게 먹을까 고민하는 것 같다. 부페식당에 가 보면 잔치집이다. 점심 한끼만은 제대로 먹고자 하는 것 같다. 먹어야 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서 사는 사람이 있다.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한끼 잘 먹으면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람이다. 욕망으로 먹기 쉽다. 수행자라면 먹는 욕망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초기경전을 보면 음식절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감관을 수호하는 것과 항상 깨어 있음에 전념하는 것과 함께 적당량의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이는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음식절제를 함으로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살림을 하다시피 하다 보니 저녁상 차리는 것이 큰 일이 되었다. 저녁을 준비하다 보면 무척 바쁘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마침내 모여 식사가 끝나면 하루 일과도 끝나는 것 같다. 설거지는 늦게 온 사람이 해야 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좋은 점이 있다. 그것은 관계개선이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준비한다. 직장에서 퇴근하여 저녁준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서로 돕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식사 당번이 된 듯하다.
오늘 가판마트에서 칭찬 들었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청일점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남자가 여자를 도와주면 관계가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 끼를 찾아 먹으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삼식이다. 저녁 준비를 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 영향도 있다.
탁발 다녀오면 먼저 도착한 수행승이 자리를 깔고 세정수를 준비하는 등 먹을 준비를 한다. 저녁상을 차리는 것과 같다. 나중에 도착하는 수행승은 뒷정리를 한다. 설거지를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공평하다. 다툼이 있을 수 없다.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치워야 한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저녁밥상도 먼저 온 사람이 차려야 한다. 나중에 온 사람은 설거지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차려 준 밥만 먹었다. 설거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이서 번다면 역할 분담해야 한다. 먼저 온 사람이 저녁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더니 많이 부드러워졌다. 아내에게 사랑받는 지름길이다.
2021-02-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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