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사랑보다 우정

담마다사 이병욱 2021. 2. 9. 08:30

사랑보다 우정


하루 세 끼 먹는다. 아침은 간단히 먹고, 점심은 제대로 먹고, 저녁도 제대로 먹는다. 오늘 아침은 계란 두 개와 귤 두 개, 매실 탄 뜨거운 물을 마셨다. 그리고 부리나케 사무실에 왔다.

 


하루 세 끼를 직접 해결한다. 따로 차려 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것도 습관이 되니 자연스럽다. 이전에는 차려 주어야만 먹는 줄 알았다. 학교 다닐 때는 어머니가 차려 주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가 차려 주었다. 차려 주는 사람 따로 있고 밥상 받는 사람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았다. 성찬을 즐기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황제식 식단임에도 밥맛없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는 대로 받아먹기에 익숙해서 일 것이다.

왕들은 주는 대로 먹었다. 예술작품 같은 식단이지만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구내식당에 가면 그날의 메뉴대로 먹어야 한다. 이에 반해 직접 해 먹으면 선택권이 있다. 설령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자신의 의지가 실렸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식단이 될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반찬투정을 많이 했다. 주는 대로 먹다 보니 먹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도 있을 것이다. 하루 세 끼 얻어먹는 사람이라면 먹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때 자신이 해결하면 된다.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 먹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은 해서 바치는 것이다.

밥상을 받으려 하기 보다 밥상을 차려야 한다. 커피를 타 주기를 기대하기 보다 스스로 타 마셔야 한다. 무엇이든지 주체적으로 행위 하면 사는 맛을 느낀다. 내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이유이다.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 그 중에 제일은 친구같은 아내일 것이다. 친구같은 아내는 어떤 타입일까?


친구가 멀리서 오면 친구를 보고 기뻐하듯 여기 아내가 남편을 보고 기뻐한다. 고귀한 계행을 지닌 그녀는 남편에 충실하다. 이와 같은 사람의 아내가 있다면, 그녀는 친구와 같은 아내라고 불리네.”(A7.63)


친구같은 아내의 조건은 남편을 친구보듯 기뻐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아내가 얼마나 될까? 상당수는 살인자와 같은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지배자와 같은 아내일 것이다. 반면에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하인과 같은 아내는 드물 것이다.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면 일곱 종류의 남편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니까야에 일곱 종류의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굳이 일곱 종류의 남편을 말한다면 아내 대신에 남편을 집어넣으면 될 것이다. 그래서 살인자와 같은 남편, 도둑과 같은 남편, 지배자와 같은 남편, 아버지와 같은 남편, 오빠와 같은 남편, 친구와 같은 남편,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될 것이다.

경에서는 살인자, 도둑, 지배자와 같은 아내는 악처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어머니, 누이, 친구, 하인과 같은 아내는 선처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남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을 돌보듯 해주면 어머니와 같은 아내일 것이다. 순종하기를 바란다면 누이와 같은 아내나 하인과 같은 아내일 것이다. 부끄러워하며 순종하면 누이와 같은 아내이고, 분노없이 순종하면 하인과 같은 아내이다. 이런 아내는 드물다.

남편을 제압하며 사는 아내가 있다. 지배자와 같은 아내이다. 남편을 돈 버는 기계정도로 생각하여 따로 챙긴다면 도둑같은 아내이다. 최악은 살인자와 같은 아내이다. 바람을 피우며 남편을 경멸하는 아내를 말한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아내, 어떤 남편이 되어야 할까? 일곱 종류에서 으뜸은 친구같은 아내, 친구같은 남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친구보듯 반겼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정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랑보다 자애이다. 연민할 줄 알아야 한다.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의 마음이 있으면 친구와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남편이 될 수 있다. 내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이유이다. 나는 오늘도 아내 퇴근시간에 맞추어 밥상을 차릴 것이다.


2021-02-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