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
무 하나에 천원, 양배추 하나에 천오백원이다. 비산사거리에 있는 가판마트는 무엇이든지 싸다. 최근 발견한 곳이다. 바로 코 앞에 대형마트가 있음에도 가판형 청과물 마트가 들어섰다.
만원짜리 한장들고 대형마트에 가면 살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길거리 가판마트에서는 천원짜리 한장만 있어도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제는 거의 매일 출입하다시피 하고 있다.
가판마트에서는 어두워지면 문을 닫는다. 어둑해지기 전에 떨이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 5시 반에 갔더니 거의 다 팔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 귤한무더기가 3천원이다. 두 무더기사면 5천원이라고 하며 구매를 유도한다. 봄동은 떨이룰 했다. 2천원 주었더니 열 개 주었다. 달래는 두 무더기에 천원이다. 8천원치 샀더니 양손 가득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요즘은 살림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어제는 가판마트에서 동태 세 마리를 5천원 주고 샀다. 꽁꽁 언 동태를 손질했다. 네 개의 봉지로 분할하여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 그 중의 하나를 꺼내서 동태찌게를 만들었다. 유튜브를 보고서 해 본 것이다. 물은 쌀 뜨물을 활용했다. 저녁 퇴근한 아내가 만족한 것 같다.
먼저 오는 사람이 밥을 하고 음식준비를 해야 한다. 밥상 차려 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다면 먼저 본 사람이 치우기식이다.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식이다. 이는 초기경전에서도 보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여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Vin.I.352)
탁발에서 먼저 온 사람이 자리를 마련한다. 뒤에 온 사람은 뒷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치우고 음료수 단지나 세정수 단지나 배설물통이 텅 빈 것을 보는 자는 그것을 깨끗이 씻어내고 치웁니다.”(Vin.I.352)라고 했다.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 식이다.
집에 일찍 오다 보니 거의 매일 음식준비를 한다. 가판마트에서 싼 맛에 먹거리를 산다. 제철에 나는 싱싱한 것들이다. 된장국을 즐겨 끓여 먹는다. 나중에 온 사람이 설거지해야 한다.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식으로 하니 다툼이 없다. 옛날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변화이다. 이것도 부처님 가르침 중의 하나를 실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치우기식을 말한다.
2020-12-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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