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하나 먹은 것 가지고 글을,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3탄 추어탕
점심 하나 먹은 것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 이름하여 ‘코19 자비의 식당순례’이다. 이번으로 13번째이다.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은 대단한 일은 아니다. 밥 먹는 것은 일상이다. 그럼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면 고귀하고 성스러운 일이 된다.
코로나시기를 맞이하여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리두기가 계속 시행되고 있음에 따라 이른바 ‘집합금지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업시간이 완화되기는 했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식당업도 덩달아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식당을 한번씩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제약이 있다. 늘 홀로 먹다 보니 테이블만 차지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쫒겨난 적도 있다. 점심대목 시간에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홀로 와서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면 좋아할 업주는 없을 것이다.
비교적 장사가 잘되는 골목은 피한다. 가긴 가도 점심 시간을 피해서 가야 한다. 오늘은 안양아트센터 방향으로 갔다. 거기에 매운탕집이 있기 때문이다.
매운탕집은 10년 전에도 가 보았다. 2010년 이전에는 자주 간 곳이다. 민물매운탕을 뚝배기로 하여 팔았다. 혼자가도 받아 주었다. 옛날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 들어갔다.
매운탕집은 추어탕집으로 바뀌었다. 주종목이 바뀐 것이다. 매운탕을 하긴 하지만 메인메뉴가 추어탕이다. 이렇게 주종목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람도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옛날 생각을 하고서 매운탕을 말했다. 그러나 두 명 이상 가능하다고 했다. 메뉴판을 보니 최하가 4만원이다. 추어탕도 일종의 매운탕이라고 볼 수 있다. 매운탕을 시켰다. 한그릇에 8천원이다.
식당에 변화가 생겼다. 10년전 자주 올 때는 방바닥에서 방석에 앉아서 먹었다. 이번에는 모두 테이블과 의자로 바뀌었다. 이는 전반적인 추세이다. 고령화로 인하여 서서히 의자가 있는 식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추어탕이 나왔다. 부수적으로 딸린 반찬이 많다. 한 테이블용이다. 홀로 와서 이것 저것 집적댄다면 손해일 것이다. 그래서 겉절이 김치 이외에는 일체 손대지 않았다. 미안해서 그런 것이다. 재활용하라는 의미에서도 손 대지 않은 것이다.
추어탕은 부드러웠다. 이제까지 추어탕을 먹지 않았다. 비린내가 나고 자극이 강해서 멀리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먹어 본 추어탕은 너무 부드럽게 넘어가서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비웠다.
계산을 하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10년전 이야기를 했더니 “삼년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가게를 그대로 물려 받은 것이다. 간판도 물려 받고 메뉴도 물려 받은 것이다. 사람만 바뀌었다.
옛날 사람이 생각났다. 자주 와서 먹었기 때문에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뀌자 주종목도 바뀐 것이다. 옛날 그 사람이 있었다면 반가웠을 것 같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사람이 오랫동안 없다가
먼 곳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면,
친족들과 친구들이 동료들이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반긴다.”(Dhp.219)
옛날 주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반기었을지 모른다. 자주 먹었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무상일 것이다. 자리는 그대로이지만 세월에 따라 사람도 바뀐 것이다.
세월이 가도 바뀌지 않은 사람이 있다. 가족이다. 가족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또한 친족도 바뀌지 않는다. 역시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종종 친족모임이 있다. 경사와 조사가 있을 때이다. 오랜 만에 보았을 때 반갑다. 얼굴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디엔에이(DNA)를 공유해서 일 것이다. 사촌간이라 하더라도 남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미지가 비슷하다.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친족을 만나면 반갑다. 오랜 식당도 그럴 것 같다.
오랜 만에 10년전에 먹었던 식당을 가 보았다. 그러나 세월은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식당도 그대로이고 간판도 그대로이지만 사람이 바뀌었다. 현재 주인은 3년 되었다고 한다. 자주 가서 먹으면 얼굴이 익숙해질 것이다. 고독한 식당순례자가 점심 하나 먹은 것 가지고 글을 써 보았다.
2021-02-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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