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한우물을 파면,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4탄 가야밀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3. 4. 13:51

한우물을 파면,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4탄 가야밀면

 

 

먹방채널을 보지 않는다. 차라리 혐오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상 가득 차려 놓고 무한정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축생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의 어떤 농부가 말했다.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소리는 돼지가 먹을 때 내는 소리라고 했다. 여물통에 있는 사료를 혀를 말아 , 하며 입에 넣는 소리이다.

 

미국농부는 왜 기분이 좋다고 했을까? 그것은 돈을 벌어 주기 때문이다. 돼지는 먹으면 먹을수록 살이 찐다. 먹는 소리가 돈을 세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일것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것이다.

 

먹방채널을 혐오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고독한 미식가가 그것이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일본 것이긴 하지만 품위가 있다. 홀로 먹는 것이 홀로 식사하는 일인사업자와 닮아 있다.

 

오늘 점심 때는 안양아트센터(구문예회관) 앞으로 향했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메뉴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결정된다. 그날 속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면 종류가 좋을 것 같았다.

 

 

아트센터 앞에 가야밀면집이 있다. 여름에는 줄 서서 먹는 곳이다. 겨울에는 덜하다. 차가운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들어가 보았다.

 

식당은 크지 않다. 고작 10평 정도로 테이블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테이블의 반은 사용금지로 되어 있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서 거리두기를 한 것이다.

 

식당순례 하면서 테이블 거리두기를 한 곳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정부에서 거리두기를 강조하지만 형식적으로 지킬 뿐이다. 방문자 명단 작성하는 것도 소홀히 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밀면집은 철저하다.

 

 

가야밀면집은 몇 해 전에도 와 본 곳이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시원한 것을 찾는데 밀면 만한 것이 없다. 성수기때는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한다. 밀면 맛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밀면집은 오래 되었다. 오로지 그 자리에서만 10년 넘게 보았다. 메뉴도 단순하다. 밀면과 칡냉면 뿐이다. 한우물만 판 것이다. 그리고 맛으로 승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설계업이다. 이 일을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5년동안 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우물만 판 것이 된다. 그렇다면 PCB설계업은 나의 적성에 맞는 것일까?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적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적성이 맞지 않아도 해야 한다. 생계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다. 만일 취미로 하는 일이 생계에도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일을 오래 하다보니 이제 숙달되었다. 그리고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니 일이 적성에 맞게 된 것이다.

 

 

PCB설계는 직장 다닐 때부터 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마 입사 3년차 때인 1988년이었던 것 같다. 이후 개발할 때마다 직접 설계했다. 설계하다 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이후 직위가 높아져 갔어도 실무에서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것을 붙잡고 있으면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먼 훗날 이것으로 먹고 살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른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었을 때 결국 이 일로 먹고 살고 있다. 그때 배운 기술로 평생먹고 산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도 한우물을 판 것이 된다.

 

기술이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기술을 배울 것을 강조했다. 이는 망갈라경에서 많이 배우고 익히고”(Stn.261)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익히고(sippa)’라는 말은 기술을 익힌다는 말이다. 이는 십빠(sippa)‘art; craft, 技術, 技芸의 뜻이기 때문이다.

 

 

많이 배우고 익히며

절제하고 훈련하여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Stn.261)

 

 

밀면이 나왔다. 차가운 밀면이다. 비빔밀면이다. 이전에 먹어 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맛은 알고 있다.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씹는 맛이 난다. 고소한 맛도 있다. 이는 아마도 양념장소스에 비밀이 있는 것 같다.

 

 

고명으로 고기와 계란이 얹혀져 있다. 고기는 두툼하다. 돼지고기는 아닌 것 같다. 고기 역시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다. 계란은 반토막인데 먹기 좋도록 칼집을 내 놓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가야밀면집은 디테일에 강한 것 같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정신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있어서 10년 이상 보아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한우물만 판 것이다. 그리고 기술()로 승부한 것이다.

 

 

가야밀면집을 보면 일본 식당을 연상케 한다. 대를 이어서 장사하는 허름한 식당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맛과 청결, 그리고 서비스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성공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기간임에도 손님으로 꽉 찬다.

 

 

2021-03-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