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산삼 같은 냉이무침

담마다사 이병욱 2021. 3. 8. 07:29

산삼 같은 냉이무침


냉이무침을 만들었다. 일주일 전에 사온 것으로 만들었다.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에 버스 종점이 있는데 그곳 가판에서 산 것이다. 3천원어치 샀는데 한바구니 가득 되었다.

 


처음에는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냉이와 봄동, 콩나물, 두부를 넣고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자주 먹다 보니 식상했다. 저 많은 냉이를 어떻게 다 먹어야 할까? 내버려 두면 썩을 것 같았다.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때 갑자기 냉이무침 생각이 났다. 나물을 해서 만들어 먹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할 것 없다. 유튜브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별거 아니었다.

냉이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다. 흙을 털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거의 다섯번 행구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하루밤 물에 담구어 놓았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냉이무침을 만들었다. 먼더 한소쿠리 되는 냉이를 삶아야 한다. 유튜브에서는 3분 삶으라고 했다. 그러나 너무 긴 것 같아서 물이 팔팔 끓을때 한소쿰 삶았다. 다음으로 양념장을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지시한대로 된장, 고추장, 마늘다진것, 메실, 식초를 쪽파 잘게 썬 것과 함께 버무렸다. 투명 비닐장갑을 끼고 버무렸다. 버무리고 나니 거의 반의 반으로 쪼그라든 것 같다.

 


냉이 맛은 어떨까? 어제 저녁식사때 먹어 보니 먹을 만했다. 갖은 양념에 원인이 있지만 냉이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났다. 산삼을 먹어 보지 않았지만 산삼이 이런 맛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냉이는 제철음식이다. 제철음식은 재벌밥상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어제는 국없이 밥과 반찬으로만 먹었다. 밥과 냉이무침과 김치만 있는 소박한 식단이다.

밥 먹는데 국이 있어야 할까? 언젠가 밥물따로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밥과 국을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밥과 물을 따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따로물따로를 실천하면 병도 고칠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음을 말한다.

국없이 밥따로물따로를 해보니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식단이 단순해지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상 가득 차려 놓고 먹으면 과식하게 된다. 그러나 나물 하나 놓고 먹으니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게 된다.

밥을 먹을 때 욕망으로 먹는다. 사람들은 먹을 때 체면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맛있는 것에 젓가락이 가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탐욕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려면 젖가락 놀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식단을 단순화하면 욕망에서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이것저것 맛있는 것이 잔뜩 있을 때와 반찬 몇가지 있는 것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식탁에 고기반찬이 있으면 술생각이 나는 것도 욕망과 관련이 있다.

식사는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탐욕으로 먹는다. 그러나 수행자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먹는다. 수행자는 도와 과를 이루기 위해 먹는다. 먹을 때도 알아차리며 먹으라고 말한다.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도 알아차림에 해당될 것이다.

일상에서 수행 아닌 것이 없다. 특히 밥 먹을때야 말로 수행의 결실이 나타나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욕망으로 먹고 분노로 먹었다. 어리석음으로 식사한 것이다. 나는 언제 욕망의 식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다음 번에는 중앙시장에 가서 보리순을 사와야겠다. 남도 제철음식이다.


2021-03-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