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싼 것을 먹으면 싸게 보이는 것일까?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6 - 짜장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3. 23. 13:19

싼 것을 먹으면 싸게 보이는 것일까?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 16 짜장면

 

 

오늘 점심을 짜장면으로 간단히 때웠다. 더 잘 먹었을 수도 있다. 짜장면 가격은 마치 주식개념처럼 저렴하기 때문에 천원만 더 보태면 근사한 중국집에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허름한 중국집에서 먹은 것은 19 자비의 식당순례일환이기 때문이다.

 

늘 지나가는 길에 보던 중국집이다. 중국집도 중국집 나름이다. 크고 화려하고 고급메뉴를 가진 중국집이 있는가 하면, 싸고 보잘 것 없는 기본 메뉴에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이 있다. 오늘 코19 자비의 식당순례날을 맞이하여 가 본 곳은 후자이다.

 

 

한번씩 다 돌아보아야 한다. 매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밖에 나가서 식사할 때 식당을 모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작은 중국집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정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날 컨디션과 재정상태 등을 보아서 결정하는 것이다.

 

일감이 없을 때는 고가격대를 먹을 수 없다. 그렇다고 라면이나 김밥으로 때울 수 없다. 가장 무난한 것이 햄버거이다. 롯데리아 데리버거는 점심특가가 세트로 4천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햄버거만 찾을 수 없다. 변화를 주어야 한다. 만만한 것이 짜장면이다. 고급 중국집이라도 가격은 5천원이다.

 

짜장면 물가가 있다. 짜장면 가격을 보고서 물가지수를 삼는 것이다. 그래서 짜장면은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다. 올라도 서서히 조금씩 오른다. 왜 그럴까? 주식개념이기 때문이다. 마치 밥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버스요금 같은 것이다. 민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무리 고급식당이라 해도 5천원이다. 그런데 오늘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대상이 된 아리산 중국집은 4천원이다. 라면 값에서 500백원 비싼 가격이다.

 

 

아리산 식당은 허름하다. 이면도로 모퉁이에 약 10평가량 되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밖에 있는 메뉴판을 보면 가격이 마음에 든다. 짜장면은 4천원이고, 짬뽕은 5천원이다. 이정도 가격이면 서민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여섯 테이블은 꽉 찼다. 코로나시기에도 영업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짜장면을 시켰다. 4천원짜리 짜장면이다. 4천원짜리 짜장면 맛은 어떨까?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다. 배가 고프면 다 맛있는 법이다. 겉보기에 짜장 재료가 연하게 보인다. 진한 짜장 재료와 비교된다. 더구나 단무지 등은 셀프이다. 주인은 짜장면만 놓고 간다.

 

 

사람이 들이 차기 전에 빨리 먹고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홀로 식사해도 부담 없게 만들어 놓았다. 2인용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홀로 테이블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2인용 테이블로 하여 사실상 4인용 테이블과 마찬가지이지만 점심대목을 맞이하여 합석할 수 있었다.

 

허름한 식당에서 볼품없는 메뉴로 식사를 하면 사람도 그렇게 되는 것일까?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듯이, 서민들이 찾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지위가 낮은 자가 되는 것일까?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사람도 품격 있게 보이는 것일까? 현실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자리가 사람은 만든다고 말한다. 무능한 자도 자리를 마련해 주면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처럼 보인다. 물건에도 품격이 있는 것처럼, 보통사람도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싼 수입차를 타고 브랜드가 있는 옷을 입고 일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미지에 약한 것 같다. 이른바 꼬리표에 약한 것이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시인들이 많다. 교수도 많고 박사도 많다. 다 시인이고 다 교수이고 다 박사인 것첨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꼬리표가 붙으면 이미지가 되어서 각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온에서 말하는 산냐()’일 것이다. 하나의 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 이름을 보면 그 사람 꼬리표에 붙은 타이틀이 떠 오르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다. 사람들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논다. 시인은 시인들끼리 놀고, 배운 자들은 배운 자들끼리 어울린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서 그들끼리 소통한다.

 

허름한 중국집에서 식사한다고 하여 허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럭셔리한 곳에서 산다고 하여 인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은 계급장 떼어 놓고 붙어 보자라는 말일 것이다.

 

 

벌거벗고 목욕탕에 들어 갔을 때 꼬리표는 의미가 없다. 본래 그 사람의 면모는 꼬리표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꼬리표에 속는다. 이는 이미지에 속는다는 말과 같다.

 

선거철이다.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한다. 흔히 하는 것이 서민코스프레일 것이다. 시장을 돌아보고 먹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은 어디서 난 것일까? 대부분 불로소득이다. 불법, 탈법, 편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지 관리하기 위해서 서민코스프레 하는 것이다.

 

이미지에 속아서는 안된다. 서민코스프레 한다고 하여 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한다고 하여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늘 허름한 식당에서 가장 싼 메뉴로 식사했다.

 

 

2021-03-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