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순대국집에 왠 삼층석탑이,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7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26. 13:50

순대국집에 왠 삼층석탑이,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7

 

 

의무적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의무적 글쓰기가 대표적이다. 어떤 것이든지 하루에 한 개는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이런 세월이 십년이 넘었다.

 

관성의 법칙이 있다. 멈추어 있는 것은 계속 멈추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고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매일 의무적으로 쓰면 관성에 따라 매일 쓰게 된다. 그러나 쓰다 말다 하면 멈추게 된다. 멈춘 체 오래 있다 보면 계속 그대로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시기이다. 벌써 2년째이다. 백신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이면 끝난다고 하는데 가보야 알 것 같다. 이런 때 의무적 식당순레를 하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사무실 근처 식당을 한군데씩 가보는 것이다.

 

 

오늘 점심은 대로 건너편에 있는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이름하여 담소소사골순대집이다. 체인점이다. 새로 오픈했다. 이전에는 나주곰탕집이 있었던 곳이다. 이렇게 식당도 무상하다.

 

순대국집은 잘 꾸며져 있다. 일반식당과 달리 개념이 있는 것 같다. 체인점이어서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실내에 있는 석탑이 눈에 띄었다. 식당에 왠 석탑이 있을까?

 

 

종업원에게 석탑에 대해 물어보았다. 주인이 가져다 놓은 것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예사롭지 않다. 어느 절 페사지에서 가져온 것일 것? 아니면 석재상에서 가져온 것일까?

 

 

석탑은 연륜이 있어 보인다. 삼층석탑 상층부에는 연꽃 무늬 모양이 있다. 이런 것으로 보아서는 석재상에서 상품으로 파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식당 입구에는 낙수대도 있다. 역시 연륜이 있어 보인다.

 

 

일반순대국을 시켰다. 한그릇에 6,700원이다. 7,500원짜리를 800원 할인한 것이다. 담소의 이름이 알려질 때까지 세일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한다.

 

담소는 무슨 뜻일까? 한쪽 벽면에 담소골순대에 대한 설명문이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다. “어떻게 하면 푸짐히 드릴까로 시작하는 문구와 함께 만족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부덕의 소치라고 한다.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 담소라고 했다. 한마디로 개념 있는 식당이다.

 

 

식당도 개념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식당도 철학이 있음을 말한다. 식당도 철학이 있다면 인생도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철학은 어떤 것인가?

 

이전에는 철학이 없었다.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생활 할 때에는 직장이 생활의 전부였다. 때 되면 월급 주는 직장이야말로 삶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철학이 따로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철학이 없는 삶은 공허한 것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철학없는 삶이 되었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서 다니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세월만 지나갔고 나이만 들어서 마치 세상 밖으로 내동댕이 쳐진 것 같았다.

 

홀로 되었을 때 비로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삶의 목표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교를 만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초기불교를 만나고 나서 삶의 방향을 갖게 되었다.

 

 

먹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점심 하나 먹은 것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도 점심 한끼를 먹었다. 매번 먹는 점심이지만 가는 데만 가지 않는다. 단골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장사가 안되는 곳도 가야 한다. 가서 먹어 주어야 한다. 이를 코로나시기에 의무적 먹기에 해당될 것이다. 의무적으로 식당순례하는 것이다.

 

오늘 개념이 있는 식당에 갔었다. 식당에 삼층석탑이 있어서 품격 있어 보였다. 또한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식당이 이럴진데 인생은 어떠해야 할까? 누구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2021-04-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