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제철 보리순 된장국
점심약속도 약속이다. 9일 전에 약속한 것이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다음 번에는 중앙시장에 가서 보리순을 사와야겠다. 남도 제철음식이다."라고 써놓았다.
오늘 오전 일이 일찍 마무리 되어서 한시간 여유가 있었다. 이전에 글로서 약속한 것이 떠 올랐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안양 중앙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재래시장은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재래시장 가기를 꺼려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알아 놓으면 편리하다. 공용주차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요금은 문제 되지 않는다. 경차의 경우 할인된다. 오늘 20분가량 쇼핑 했는데 200원 나왔다.
오랜만에 중앙시장에 갔다. 언제 보아도 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규격화 되어 있는 대형마트와 다르다. 아파트에서 백미터 거리에 이마트가 있는데 시장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흥정도 없고 더 집어 주는 것도 없다. 가격표 대로 사야 하고 기계로 계산해야 한다.
시장에 가니 볼거리가 많다. 수천, 수만가지 상품이 가득 쌓여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이삼천원이 대부분이고 대부분 만원이 넘지 않는다.
중앙시장에 온 목적은 하나이다. 보리순을 사기 위해서이다. 매년 이맘때 볼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통로 중앙 가판대에 보리순이 있었다. 한군데서만 발견 되었다. 보리순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바구니에 2천원이다. 할머니는 더 집어 주었다.
재래시장에 오니 사고 싶은 것이 많다. 김밥집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줄을 설 정도라면 맛은 보증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고 보니 말로만 듣던 김밥집이다. 이미 입소문 난 '비아김밥'이다. 야채 김밥 한줄에 2천원이다. 두 줄 샀다.
튀김이 눈에 띄었다. 넓직하고 노란 고구마 튀김이 먹을만 했다. 4개 골라 3천원이다.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만두튀김을 골랐다. 젊은 남자주인은 서비스로 고추튀김도 덤으로 주었다. 바로 이런 것이 재래시장의 맛이다.
보리순 된장국을 끓였다. 유튜브를 보고서 끓인 것이다. 그러나 보리순 조리법은 많지 않다. 대중화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조리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멸치 끓인 물에 보리순과 된장을 넣고 끓이면 된다. 마늘 다진 것과 쪽파도 넣어 주었다.
보리순 된장국 맛은 어떨까? 옛날 어렸을 적 먹었던 맛 그대로였다. 보리순 특유의 향과 함께 감칠 맛이 났다.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해마다 봄이 되면 즐겨 끓여 먹던 것이기도 하다.
보리순 된장국을 두 그릇 비웠다. 마치 일본된장국 미소시루 마시듯이 먹었다. 먹었다라기 보다는 '마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보리순 된장국을 마시니 속이 편안하다. 몸이 힐링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제철에 나는 것들은 모두 약이 된다는 사실이다.
율장대품에 "약에 사용되지 못한 푸성귀는 하나도 없다.”(Vin.I.275)라고 했다. 이 말은 부처님 주치의 지바까가 한 말이다. 지바까가 의사시험에서 말한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제철 음식은 모두 약이 됨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보리순도 약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보리순은 남도음식이다. 시골에서는 이맘때 보리순을 잘라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아마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보리순은 잘라도 싹이 나온다. 더구나 보리순은 겨우내 찬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낸 식품이다. 땅속을 뚫고 솟아난 것이어서 대지의 기가 응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이농해서 서울에 살았어도 고향맛을 못잊어 했던 것 같다. 해마다 이맘때 쯤 보리순 된장국을 먹었다. 이런 맛을 알고 있다. 맛을 알기에 중앙시장에 갔다. 마침 한군데서 팔았다.
보리순 된장국은 옛날 맛이 났다. 특유의 보리순 향과 함께 감칠맛이 났다. 두 그릇을 비웠다. 먹었다기 보다는 훌훌 들이 마셨다. 마치 보약을 먹는 것 같다. 의사 지바까 말대로 제철에 나는 푸성귀는 모두 약이 되는 것 같다.
2021-03-17
담마다사 이병욱
'음식절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추리 나물 무침 (0) | 2021.04.06 |
---|---|
싼 것을 먹으면 싸게 보이는 것일까?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6 - 짜장면 (0) | 2021.03.23 |
산삼 같은 냉이무침 (0) | 2021.03.08 |
나 자신을 위한 공양,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5 고등어조림 (0) | 2021.03.06 |
한우물을 파면, 코19 자비의 식당순례 14탄 가야밀면 (0) | 2021.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