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을 만들어 보았는데
어제 반가운 사람을 보았다. 작년에 봤던 사람을 또 본 것이다. 벌써 몇 년 된 것 같다. 어제 등산 갔다가 하산 하는 길에 그 사람을 발견했다. 봄이 왔나 보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또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5626번 종점 길거리에서 쪽파, 부추, 봄동, 돌나물, 고추, 고구마, 귤 등 각종 농산물을 팔고 있다.
어제 고구마 5천원, 양파 3천원, 봄동 천원, 애호박 천원어치 팔아 주었다. 오늘도 현장에 가 보았다. 오늘은 쪽파 5천원, 냉이 3천원, 꽈리고추 2천원어치 팔아 주었다. 이틀에 걸쳐 2만원어치 팔아 준 것이다.
가판 주인에게 매주 오는지 물어보았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 자리에서 팔 것이라고 했다.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것이다. 저 아래에 자신의 가게가 있지만 주말에는 산림욕장 입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제철 음식은 재벌밥상 부럽지 않다. 그래서 싱싱한 먹거리를 싸게 파는 가판대를 즐겨 찾는다. 만원어치 사면 무게를 느낀다. 이른바 만원의 행복이라 할 수 있다.
한번 사 놓으면 일주일 먹는다. 무엇보다 식탁이 풍성해진다. 직접 농사 짓는 것은 아니지만 팔아 주는 즐거움도 있고 싱싱한 제철먹거리를 싸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어서 일석이조이다.
먹거리로 반찬을 만들었다. 먼저 냉이 된장국을 끓였다. 봄동 잎파리로는 쌈거리를 만들었다. 쪽파를 보자 파전 생각이 났다. 파전 만들기에 도전했다.
유튜브에서 파전 만드는 법을 보았다. 밀가루와 부침가루를 물과 일대일로 혼합하고 쪽파와 부추, 버섯, 고추를 넣어서 버무렸다. 해물이 없어서 계란을 이용했다. 처음 만들어 보는 파전이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만들어 놓고 나니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확실히 파 맛이다. 그래서 파전이라 한 것 같다. 이럴 때는 막걸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술의 유혹을 뿌리쳤다. 음주를 하면 먹을 때는 좋을지 모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뒤끝이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인으로서 오계는 지켜야 한다.
법회 할 때마다 공부모임 할 때마다 오계를 낭송한다. 불음주계와 관련해서는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 있는 것에 취하는 것을 삼가는 학습계율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럼에도 이를 가볍게 어기는 경우가 많다. 계를 파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마시고 나면 정신이 혼탁해진다. 한번 마시게 되면 자꾸 마시게 된다. 술이 일상화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늘 취해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어짜자는 건가? 마시고 나서 후회하고, 또 마시고 나서 후회한다. 그럴거라면 차라리 마시지 않는 것이 낫다.
저녁 식탁은 온통 채소가 되었다. 기름진 음식은 없다. 기름진 음식이 있으면 술을 부른다. 고기가 술을 부르고, 술이 고기를 부른다. 고기로 몸이 혼탁해지고 술로 정신이 혼탁해진다. 김치와 나물과 파전, 냉이 된장국으로 저녁밥을 먹었다. 건전한 식탁이 되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식탁이 되었으면 한다.
저녁을 먹고 나니 출출해졌다. 아무래도 채식만 해서일 것이다. 어제 사 온 고구마를 쪘다. 노랑 고구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것 같다. 음식의 적당량을 알라고 했다. 이는 음식절제를 말한다.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먹지 말라는 것이다.
수행자에게는 먹는 것도 수행이다. 식욕은 탐욕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절제를 통해서 욕망을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 첫 출발점은 불음주이다. 술 마시지 않는 것 이야말로 수행의 첫 관문이다.
오계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지키기가 쉽지 않다. 잘 지키다가 불음주계에서 무너진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 없다. 다시 받아 지니면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지 한번에 되지 않는다. 오계도 일생에 걸쳐서 완성된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완성된다고 하여 식카빠다(sikkhāpada) 즉, 학습계율이라고 한다.
계가 파한 상태로 있으면 안된다. 법회나 모임에 참석하여 오계를 다시 받아 지녀야 한다. 이렇게 일생동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술과 결별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욕망과의 전쟁이다. 나는 과연 이 생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은 날만 되어라.
2021-02-2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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