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져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모란철인가 보다. 오늘 오전 수리산 약수터에 물 뜨러 갔다가 담벼락에 피어 있는 모란을 보았다. 오늘이 절정인 것 같다. 모란은 꽃잎이 커서 금방 시들어 버리는데 이렇게 절정인 것은 요즘 날씨 탓인 것 같다.
요며칠 추웠다. 사월도 중순이 넘어 가는 날씨임에도 비가 오고 난 후에 삼사일 무척 추웠다. 너무 추워서 생태히천 산책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는 상대적 추위를 말한다. 평년 봄날에 비해서 추운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꽃들도 늦게 개화한 것 같다. 특히 모란이 그런 것 같다. 오늘 날씨가 풀리자 일제히 핀 것 같다. 과연 며칠이나 갈까?
시인은 모란이 지는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모란이 지고 나면 삼백 예순날 섭섭해서 울 것이라고 했다. 이로 보아 알 수 있는 것은 모란은 딱 오일 핀다고 볼 수 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한다. 어떤 아름다운 꽃도 십일을 넘지 않음을 말한다. 그에 비하여 모란은 너무 짧다. 꽃잎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큰 꽃잎을 주체할 수 없어서 십일도 가지 못하는 것이다.
흔히 꽃다운 청춘이라고 한다. 봄을 청춘의 계절이라고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꽃답지도 않고 청춘도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꽃타령 하지 않는다. 꽃은 꽃이고 나는 나이다. 꽃이 피건 말건, 꽃이 지건 말건 관여할 바 아니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어야 한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피는 것이다. 그래서 꽃보다 열매이다. 도를 닦으면 과를 이루어야 한다. 도 닦는 과정은 꽃이 피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도가 이루어지는 순간 꽃이 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열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보잘 것 없는 것이다. 꽃잎은 큰데 열매는 별 볼일 없는 것이 있다.
꽃잎은 화려하지만 결실은 보잘 것 없을 때 실속 없다. 모란이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모란이 피면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21-04-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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