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선생의 ‘나홀로 읽는 도덕경’을 받고
인터넷에 글을 쓰다 보니 종종 선물을 받는다. 책도 받고 먹을 것도 받는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당황했다.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특히 먹을 것이 그랬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주는 사람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주는 마음이다. 선물을 할 때 그 마음이야 말로 아름다운 마음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자애수행 최종 단계는 주는 것이다. 선물은 원한 맺힌 자의 마음도 녹일 수 있다고 했다.
어디 갈 때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선물에도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물은 주어서 기분 좋고 받아서 기분 좋은 것이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 선물이다.
어제 택배를 하나 받았다. 최진석 선생이 책을 보내왔다. 책의 제목은 ‘나홀로 읽는 도덕경’이다. 올 봄에 나온 것으로 따끈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 같다. 아직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노자 강연에서 말 했던 것을 문답식으로 써 놓았다.
책에는 사인이 있다. “이병욱님께”와 “2021.4.15”라는 문자와 함께 저자의 한자이름이 세로로 책의 한페이지에 가득 써 있다. 필체가 굵고 힘이 있다. 옆으로 척척 뻗은 것이 트럼프의 힘 있는 사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파워와 기개 넘치는 사인이다.
이름 없는 무명의 한 블로거에게 철학자가 책을 보내 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최진석 선생의 유튜브 강연을 듣고 감명 받아 소감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었다. 최진석 선생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자메세지로 블로그 주소를 링크 시켜 놓은 것이다.
최진석 선생은 간단히 메세지를 남겼다. 눈에 띄는 것은 “박사”라는 말이다. 이에 동명이인의 교수는 있지만 전자공학과 학사 출신에 지나지 않음을 알렸다. 그랬더니 탄탄한 문장력을 보고서 당연히 박사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글은 학자나 쓰는 것 같다. 블로로가 글을 썼을 때 전문적 글쓰기 하는 사람일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쓴 글이 인터넷의 바다에 퍼져 나가자 사람들은 궁금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은 “스님 아닙니까?”라든가, “교수 아닙니까?”라는 말이었다.
인터넷에 글 쓴지 15년 되었다. 매일 쓰다시피 했으니 글이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만시간의 법칙이 있다. 누구라도 하루에 서너시간 집중하여 십년 되었을 때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이다.
만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글쓰기 역시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일인사업자가 시간이 철철 남아 돌아 인터넷에 잡문을 쓰다 보니 스님 또는 학자로 본 것 같다.
글쓰기하여 프로페셔널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봉착되었을 때 인생의 해법을 알고자 경전을 근거로 하여 글쓰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 새로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출간한 책은 없다.
앞으로도 책을 낼 계획은 없다. 아니 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린 글이 책이나 다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읽어 준다면 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그날그날 쓴 것을 시기별로 또는 카테고리별로 엮어서 책의 형태로 만들고자 한다. 개인문집 형태의 책을 말한다. 현재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102개 파일을 만들었다. 이는 102권이 책이 됨을 말한다. 앞으로 더 만들어야 할 카테고리가 있고 매일매일 새로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파일이 만들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한권의 출간된 책만 못할 것이다.
한권의 책에는 그사람의 사상이 담겨 있다. 아니 그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 책을 본다는 것은 그사람의 인생과 마주한다는 것과 같다. 심과 혈을 기울여 만든 한권의 책은 그사람의 전부와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책을 함부로 보아서는 안된다. 단어 하나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이고, 한구절에도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기 때문에 밑줄 치고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독후기를 작성해야 한다.
블로그에는 다양한 주제의 카테고리가 있다. 일상에 대해 쓴 것이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담마에 대해 쓴 것이 많다. 이 밖에도 여행, 강연, 영화 등 매우 다양하다. 당연히 독후기 카테고리도 있다.
무엇이든지, 어떤 것이든지 기록을 남긴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글로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느낌에 대한 것이 많다. 이런 것을 개성이 있는 글쓰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독후기도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공감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전문구를 곁들이면 좋다. 사람들은 내말은 믿지 않아도 경전은 믿기 때문이다. 경전의 권위에 의존한다고도 볼 수 있다. 보고 참고하고 느낀 것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독후기가 탄생된다.
최진석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강연 잘 하기로 알려진 몇 사람에 속한다고 본다. 특징을 보면 원고를 보지 않고 강연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강연할 내용을 모두 소화했음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있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고미숙선생 강연도 그렇다. 강사에도 조건이 있을까?
유튜브 시대에 갖가지 강연을 접한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강사의 역량에 대한 것이다. 비주얼도 좋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 목소리를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목소리에 힘이 있고 발음이 분명하면 명강연이 된다. 왜 그런가? 그것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당당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마치 경험한 사람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완전히 소화했기 때문에 안보고도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진석 선생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받았다. 책을 보낼 때 아름다운 마음을 냈을 것이다. 어떤 이익이나 목적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면 받아 주어야 한다. 선물 보내는 사람에게는 공덕이 된다. 받는 사람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선물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관계를 맺게 만든다. 발렌타인데이에 선물을 주고 받는 이유라고 본다. 미천한 블로거에게 선물한 최진석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2021-04-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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