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랑보다 우정, 노년의 행복은 친구만들기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19. 07:57

사랑보다 우정, 노년의 행복은 친구만들기에

스마트폰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가상현실을 들락날락거린다. 에스앤에스에서의 소통은 진실된 것일까?

인터넷게시판은 익명성이 특징이다. 이름과 얼굴을 숨기고 필명으로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본색이 나오는 것 같다. 악플이 그렇다. 그러나 실명으로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름을 의식하여 함부로 쓰지 못한다.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진실된지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 한다. 한두번으로는 알 수 없다. 여러번 만나야 한다. 한입으로 두 말 할수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만날 때 마다 다른 이야기 한다면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오래 사귀어 보아야 한다.

에스앤에스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침묵한다. 그렇다고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이 서툴기 때문이다. 글 쓰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아서 표현을 못할 뿐이다. 얘기 하듯이 글을 쓴다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침묵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내용이 없을 때 페친(페이스북친구)으로 받아 주어야 할지 고민된다.

 


에스앤에스에서는 올려진 자료로 밖에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글이 그 사람의 얼굴이고 글이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하는 것 같다.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숨기는 것이다. 유리한 것은 발표하고 불리한 것은 감춘다. 가능하면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하고 과대포장하려고 한다. 자랑질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사진으로 승부하는 사람에게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펜팔친구를 만나면 실망하기 쉽다고 한다. 글로서만 소통하다가 직접 대면 했을 때 실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을 글과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영화배우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만나 보면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다. 글과 액면에서 차이나는 것이다. 그래서 오프만남은 실망하기 쉽다고 한다.

종종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블로그 친구들이 그렇다. 블로그에 꾸준히 댓글 달아 주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사람일까?"라며 궁금해진다. 실제로 오프라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실망이다. 상상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기대 했던 대로 복원된다. 글에서처럼 진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후 만남은 오래 지속된다. 학교친구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된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페이스북친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얼굴을 공개한다. 처음에는 숨겼다. 그랬더니 어떤 이가 "얼굴을 숨기는 사람과는 친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심하게 충격받았다.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얼굴을 공개했다. 여러 명이서 찍은 사진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얼굴만 커팅하여 올린 것이다. 이후 카톡이나 밴드, 메세지에도 얼굴을 공개했다.

메세지에서 얼굴공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생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주로 2030 젊은 담당자들과 소통한다. 머리가 허연 사진을 올려 놓았을 때 그들은 경악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숨기지 않는다. 다만 블로그에는 아직까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얼굴을 공개하면 모든 것을 다 공개한 것과 같다. 사람들은 얼굴만 보아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반대일 수 있다. 얼굴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알 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유리한 것은 드러내고 불리한 것은 감춘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긴 경력을 나열한다. 긴 꼬리표만 보고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얼굴울 숨긴사람이 진실될 수 있다. 이름까지 숨긴다면 더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다. 익명을 특징으로 하는 게시판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마구 써 놓은 글이 그 사람의 액면일 수 있다.

오랫동안 필명으로 소통해 왔다. 블로그에 법명과 함께 실명을 올려 놓은 것은 3년 가량 된다. 필명으로만 소통했을 때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때로 거친 표현도 했다. 언젠가 오프에서 사람을 만났다. 그는 "글하고 이미지가 다르네요."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표정이라서 놀랐다는 것이다.

글에서는 마음껏 감정을 표출한다. 쓰고 싶은 것은 꼭 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때로 글이 거칠고 과격하다. 이런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초면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얼굴을 공개한다. 실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환상을 깨라는 말과 같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맺고 끊는 일이 없고자 한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모두 나의 스승이다.

아픔을 준 사람도 스승이다. 저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설령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을지라도 그 사람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한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 그 사람에게는 나에게는 없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오로지 그 사람의 장점만 보고 가면 된다.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에스앤에스 친구도 친구이다. 그러나 꿈속의 사람과도 같다. 꿈깨면 허망한 것이다. 오프라인 친구를 만나야 한다.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친구를 말한다. 특히 노년이 될수록 오프라인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친구라 하여 같은 또래만을 말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사람, 연민할 줄 아는 사람은 모두 친구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친구가 되는데 있어서 성별의 차이가 있을 수 없고 승속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나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를 만들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에 나가면 누군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집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립된 삶은 위험하다. 모임을 가져야 한다.

모임에 가면 사람이 있다. 사람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 친구가 된다. 그러나 술친구는 지양한다. 그렇다면 술친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술친구는 술집에서 만난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술친구는 기본적으로 악한 친구이기 쉽다. 술은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술로서 맺어진 친구가 있다. 술이 없으면 매개가 되지 않는다. 취한 상태에서 친구가 된다. 그러다 보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도박에 빠질 수도 있다. 늘 취기가 있는 것, 늘 중독적인 것에 끄달리기 쉽다.

술친구를 사귀는 것은 위험하다. 악한 친구이기 쉽다. 경전에서는 여섯 가지 악한 친구의 위험을 말하고 있다. 즉, 어떤 도박꾼, 어떤 도락가, 어떤 음주가, 어떤 사기꾼, 어떤 협잡꾼, 어떤 폭력배를 말한다. 악한 친구 여섯 가지 조건 중에 음주가가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락가도 악한 친구에 해당된다. 왜 그런가? 즐기기만 하는 삶에는 발전이 없고 퇴보만 있기 때문이다. 네 가지 도락이 있다. 즉, 여자도락, 식도락, 과자도락, 금전도락을 말한다.

술친구라 하여 모두 악한 친구는 아닐 것이다. 악하고 불건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계 하는 것이다.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술친구는 술로 실수할 수 있다. 음주로 인한 사고가 날수도 있다. 병원에 실려 오는 사람들이나 유치장에 갇힌 사람들 상당수는 음주로 인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무엇보다 음주는 집중을 방해한다. 수행하는데 있어서 음주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술친구가 있지만,
친구라고, 친구라고 말만할 뿐입니다.
친구가 필요할 때에
친구가 되어 주는 자가 친구입니다.”(D31.13)

친구는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실체도 없는 온라인 친구 백명보다 정감 있는 오프라인 친구 한명만 못하다. 삶의 질은 친구만들기에 달려 있다. 가상공간에서만 놀아서는 안된다. 골방을 뛰쳐 나가 모임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 해야 한다. 각종 강연에 참여 해야 한다. 공부모임도 좋다. 경전모임도 있고 수행모임도 있다. 봉사모임도 있다. 봉사를 하고 나면 잔잔한 행복이 밀려 온다. 불교인이라면 법회모임이 최상이다. 정신적 향상을 위한다면 갖가지 모임에 참여 해야 한다.

배우자가 있어도 우정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가족을 떠나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행복은 바깥에 있다. 노년의 행복은 친구만들기에 달려 있다.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아야 한다. 사랑보다 우정이다. 우정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2021-05-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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