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세월이 가도 남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21. 08:08
세월이 가도 남는 것은

오늘 늦잠을 잤다. 스마트폰을 보니 6시 45분. 이렇게 늦게까지 잔 적이 없다. 아마 피곤했던 것 같다. 어제 새벽 2시대에 일어나 글을 똑똑 친 영향때문일 것이다. 아니 매일 새벽에 일어나 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새벽 일찍 눈을 뜨긴 떴다. 스마트폰을 보니 거의 4시 였다. 글 하나 나오기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오늘은 사양했다. 깜박 잠들었는데 7시 가까이 된 것이다. 전기장판의 은은한 따사로움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제는 잠을 제대로 못자서인지 졸리고 무기력 했다. 행선해보면 알 수 있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집중이 되지 않으면 그날의 컨디션은 엉망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앉아 있어 보았자 집중도 되지 않는다. 오전에 두 번, 오후에 두 번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어제 컨디션은 엉망이었지만 하나 남은 것이 있다. 어제 새벽에 써 놓은 글이다. 꽤 긴 길이의 글이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새벽 2시 반부터 시작하여 아침 6시 반까지 쳤으니 새벽에 힘을 너무 뺀 것이다. 그결과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보냈다. 그러나 만족한다. 글이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하루 종일 골방과 같은 사무실에 갇혀 있다시피 하고 있다. 글로서만 소통한다. 개인적 생각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경전의 말씀을 곁들인다. 때로 울분도 표출한다. 쓰고 싶은대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엄격한 자기검열시스템이 작동된다. 오랜세월 글쓰기로 단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글로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이롭고 세상에도 이로운 것이다. 글을 쓰면 개인수행도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이익이고, 글을 써서 인터넷의 바다에 띄으면 누군가 볼 것이기 때문에 세상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자리이타행이다.

늘 경전에 있는 가르침과 함께 한다. 자리이타행과 관련하여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에 대하여 네 가지 경우를 나열한 것이다.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다.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삶이다. 옆도 보고 뒤도 돌아 보지 않는다. 보시는 생각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많이 벌어서 즐기는 삶, 행복한 삶을 살 것인지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다. 네 종류의 사람 중에 2위에 해당된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다.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지나치게 사상적이거나 종교적이라면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경도되면 폭력적으로 될 수도 있다. 자기수양없이 남만을 위한 삶은 위험하다. 개인적 이익만을 위한 삶보다 못하다. 그래서 네 종류의 사람 가운데 3위에 해당된다.

최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살지 않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살지 않는 사람이다. 경전에서는 이런 사람을 화장터에서 타다만 나무토막 같다고 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개인적 수행도 하지 않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누가 좋아 할까?

최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살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사는 사람이다. 경전에서는 최상의 제호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제호는 우유가 발효 되어 최종단계에 이른 음식을 말한다. 자신과 타인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사람은 최상의 음식같다는 것이다. 누구나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타인을 위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개인적 이익을 위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글쓰기이다. 한번 써 놓은 글은 누군가 읽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세상을 이익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쓴 글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도 많다. 그럼에도 오늘도 쓴다. 세월이 가도 남는 것은 글밖에 없으니까.

2021-05-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