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잡종장미는 아름답다, 하이브리드 티 로즈를 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31. 06:01

잡종장미는 아름답다, 하이브리드 티 로즈를 보며

 


장미의 계절이다. 아파트단지 담벼락에는 장미가 만발했다. 해마다 이맘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장미가 다발을 이루어 빨강장미, 노랑장미, 연분홍장미, 백장미 등 갖가지 종류의 장미를 보면 요즘 장미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해마다 이맘때 서울대공원 장미원에 간다. 대개 5월 마지막째주 주말에 간다. 10년이 넘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는 것은 장미축제를 보기 위해서이다.

 


장미원에는 갖가지 장미로 가득하다. 1만6천평의 부지에 293종 3만2천주의 장미가 있다. 해마다 5월말 부터 6월까지 장미축제기간이다. 그런데 장미는 11월까지 핀다는 것이다. 동네장미는 6월이 지나면 지고 말지만 장미원 장미는 일년내내 피는 것 같다.

장미원 장미는 보통장미와 다르다. 관상용 장미라고 볼 수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십, 수백종의 장미가 있다. 크기도 보통이 아니다. 동네장미 보다 두세배 되는 것 같다. 손바닥만한 장미가 대부분이다. 색깔도 다양한다. 노랑색, 주황색, 연분홍색, 백색 등 갖가지 색깔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파랑장미는 보지 못했다.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여러 색깔이 섞인 것이다. 마치 물감을 휘저어 놓은듯하다. 동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다. 아직까지 이런 장미는 보지 못했다. 이곳 장미원에서 처음 보았다. 이름을 보니 '하이브리드 티 로즈(Hybrid Tea Rose)'라고 한다. 아마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요즘 하이브리드라는 말이 유행한다. 복합을 뜻한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휘발류를 연료로 하지만 때로 전기를 쓰는 자동차를 말한다. 이럴 때 하이브리드라는 말은 첨단기술을 상징한다.

하이브리드라는 말은 여러가지가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는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이종(異種), 혼합, 혼성, 혼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장미에도 하이브리드가 있는 것이다. 이를 혼합장미라 해야 할 것이다. 다른 말로 잡종장미라고 할 수 있다.

순종과 잡종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순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순수한 것을 좋아 하는 속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 잡종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순종에 식상했을 때 독특한 모양의 것들의 모양에 관심갖는다. 장미원에 수십, 수백종의 화려한 장미가 있지만 컬러풀한 하이브리드장미만 못하다.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말로 '퓨전(Fusion)'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종래에 지켜져 오던 순수주의적 태도를 배격하고 이들을 혼합하여 생산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향을 일컫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퓨전음악, 퓨전음식 등 갖가지 퓨전이 있다.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한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마치 유행의 선두를 달리는 듯한 용어이다. 영어를 사용해서 그런 것일까? 이를 한자어로 표현하면 복합 또는 혼합이 된다. 저속적인 말로 표현하면 잡종 또는 잡탕이 된다. 종교는 어떨까?

종교에도 하이브리드종교가 있고 퓨전종교가 있을까? 아마 대부분 종교는 혼합종교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출발했을지 모르지만 후대로 갈수록 이질적 요소가 결합되어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버렸을 때 하이브리드종교 또는 퓨전종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하이브리드형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인공지능이 주입된다면 하이브리드형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 어쩌면 현생인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이 생겨날지 모른다. 퓨전형 인간은 좀더 인간적이다. 혼혈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혈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대체로 혼혈에서 미인이 많다고 한다. 유전자의 장점과 장점이 결합했을 때이다.

하이브리드장미는 볼수록 오묘하다. 빨강 바탕에 노랑이 있고 흰색이 있다. 마치 색동저고리를 보는 것 같다. 하나의 꽃에 여러 색깔이 있는 것 자체가 눈길을 끄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장미원에 가면 하이브리드 장미를 찾는다.

 


하이브리드장미는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안내문에 따르면, 1867년 이후 탄생했다고 한다. 탄생이후의 장미를 ‘현대장미(modern garden rose)’라고 하고, 이전의 장미를 ‘고전장미(old garden rose)’라고 한다.

하이브리드장미의 특징은 무엇일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가장 큰 특징으로 꽃이 겹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꽃 빛깔은 흰색, 분홍, 노랑, 빨강, 보라 등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또 추위에 강해서 겨울 최저 평균기온 -12℃ 에서도 보호 없이 월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꽃은 늦은 봄에 피기 시작하여 첫서리가 올 때까지 계속 핀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하이브리드장미의 등장으로 인하여 장미의 역사가 이전과 이후로 갈린 것이다. 지금 피기 시작했으니 11월까지 계속 피고질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혼합하면 강력해 지는 것 같다. 여러가지 기술이 복합화 되었을 때 똑똑해 지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주변에 하이브리드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퓨전이라는 말로 유행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와 퓨전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복합 또는 혼합이라는 말로 써 온 것이다.

일상에서도 혼합이라는 말은 많이 쓰이고 있다. 중국음식으로 짬뽕이 대표적이다. 비빔밥도 혼합이다. 영어로 말하면 퓨전이 된다. 좀더 고급스럽게 말하면 하이브리드가 된다. 그렇다고 혼합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장점을 모아 놓으면 이전과 이후가 갈릴 것이다. 그러나 장점을 살리지 못했을 때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된다. 잡탕이 되는 것이다.

 


장미원에서 하이브리드 티 로즈를 보면 매혹적이다.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무희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시든 것도 있다. 추한 모습이다. 이 가지에서는 피어나고 저 가지에서는 시들어 간다. 한개의 장미나무에서 미와 추를 동시에 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모습에만 눈이 팔려 있는 것 같다.

2021-05-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