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까칠한 고객 대하는 방법

담마다사 이병욱 2021. 6. 4. 07:08

까칠한 고객 대하는 방법


지금은 비가 오지 않나 보다. 새벽 4시대 스마트폰 액종에 빗물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왔기 때문에 오늘 날씨가 좋을 수 있다. 비가 온 다음날은 맑은 하늘에 햇살이 찬란해서 살 맛 난다.

어제 저녁 고객사에 다녀왔다. 빗속을 뚫고 목숨 걸고 다녀 온 것이다. 저녁 7 40분에 PCB샘플을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받았다. 받자마자 이천으로 차를 몰았다. 50분 만에 도착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아직도 현역이다.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 현역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정년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정년이라는 말은 없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는 것이 하는 것이다.

일인사업자이자에게 정년은 없다.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 간다.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이라면 설령 그곳이 지옥이라도 고객이 부르면 달려 갈 것이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위험도 감수한다.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돈벌이에 있다. 그러나 뒤에는 가족이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위험도 감수한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극한직업 프로에서 늘 듣는 말이다.

하나밖에 없는 고객사이다. 어찌된 일인지 다른 고객사는 연락이 없다. 불경기여서 그럴까 주문이 없다. 혹시 내가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혹시 고객을 불편하고 불쾌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렇다고 고객사에 전화 걸어서 주문을 구걸할 수 없다. 그런 것도 한두번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인터넷에 키워드광고 하는 것이다.

키워드광고 하는 것도 요령이다. 일감이 없을 때는 첫페이지에 노출시켜야 한다. 단가조정을 하면 된다. 클릭당 단가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지난번 그렇게 해 보았다. 클릭당 단가를 450원으로 하고 5순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조건을 준 것이다. 결과는 나타났다. 일일한도 소진으로 나타난 것이다. 누군가 클릭은 했는데 메일은 오지 않고 일일한도금액 소진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했다. 클릭당 단가를 75원으로 낮추고 첫페이지 상위노출을 피했다. 이렇게 조건을 주자 두 번째 페이지 하단에 홈페이지가 노출되었다. 일일한도소진은 발생되지 않는다. 전화도 이메일도 오지 않는다. 누군가 인연 있으면 연결될 것이다. 다음에 광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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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이 나이에 그래도 이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은 L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L사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L사의 비중이 높다. 그러다보니 L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이다. 납기가 급하다고 하면 발로 뛴다. 어제도 그랬다. 우중에 빗속을 뚫고 고속도로를 달린 것이다.

고객사에는 여러 담당이 있다. 그 중에는 까칠한 사람도 있다. 여자 담당도 까칠한 편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일의 특성상 메일과 전화로도 가능하다.

비대면 코로나시기이다. 그럼에도 오래전부터 비대면비접촉이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물건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면 만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납기가 급하면 직접 전달한다. 바라지 않던 대면접촉이 이루어진다.

어제 까칠한 여자담당과 대면접촉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가능하면 대면접촉은 피하고자 한다.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백의 초로가 볼품없이 젊은 담당자 앞에 서는 모습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그럼에도 이 나이에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젊은 담당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나이에도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까칠한 담당을 두려워하는 것은 설계와 제작에 있어서 몇 번의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까칠한 담당은 20대로 보이는 남자직원을 보내서 물건을 대신 받아오게 했다. 개발팀 내에서 지위가 있는 것 같다.

 


발주서를 받고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바쁘면 먼저 도면을 건네며 선진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선제작도 요구한다. 이런 행위는 고객사 구매팀에서는 엄격히 제안한다. 그럼에도 설계담당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설계는 해 놓았다. 제작발주는 주문서가 올때까지 보류해 놓았다. 납기일이 되었다. 까칠한 담당은 납기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어이 없어하는 것 같았다.

일은 벌어 졌다.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무조건 내일까지 해 드리겠다고 했다. 12일 단납기 샘플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어제는 오후에 비가 많이 왔다. 인천에서 물건이 제때에 사무실에 도착하지 않았다. 비 오는 날 택배기사를 수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 등 날씨가 궂은 날은 택배기사들이 피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염려해서 일 것이다.

제작사 영업차장에게 항의했다. 늘 을의 위치에 있다가 갑의 위치에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영업차장은 즉각적 조치를 취해 주었다. 오토바이로 물건을 배달해 준 것이다. 평소에는 다마스를 가진 기사나 자가용으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을 택배기사로 활용한다.

오토바이는 인천에서 안양까지 빗속을 뚫고 왔다. 제작사 영업차장이 특별 배려 했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비용이 더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맞추어 주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것 같다.

오토바이로 물건을 받자 마자 이천 공장으로 향했다. 역시 빗속을 뚫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양지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렸다. 공장은 산중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수없이 와 본 곳이다. 올해 1월 겨울에는 눈보라치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긴장하게 된다. 눈이 올 때 갑갑하다. 납기는 지켜야 한다. 가장 염려하는 것은 교통사고이다. 교통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목숨 걸어야 한다. 어제도 그랬다. 빗발치는 고속도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일을 다 마치고 귀가했을 때 안도했다.

납기에서 하루 지나 물건을 가져다주었다. 까칠한 담당은 이런 노고에 약간은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됐다. 납기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고객감동일 것이다.

급하면 발로 뛰어야 한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감동하지 않을 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실수한 것도 어느 정도 용서된다. 까칠한 담당이 좀 더 덜 까칠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현역이다.



2021-06-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