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도 난(蘭)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6. 2. 14:27

나도 난(蘭)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는 프로인가 아마추어인가? 대체로 아마추어에 가깝다. 현업에 종사하는 것은 프로페셔널에 가깝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종종 실수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추어 수준을 조금 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라고 할 만한 것은 현재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일이다. 이 일로 인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다면 프로페셔널임에 틀림없다. 그 외에 것은 전부 아마추어로 본다.

 

밥벌이를 하지 않는 한 취미생활에 불과하다. 이렇게 본다면 블로그활동도 아마추어이고, 블로그에 글 쓰는 행위도 아마추어이다. 블로그로 한번도 수익을 창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라고 착각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식물키우기를 말한다. 사무실에서 식물키우기 14년째이기 때문에 박사가 됐다고 본다. 그러나 실패한 것도 많다. 도중에 많이 죽었다. 블로그에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난 키우기도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난과의 인연은 2천년대 후반이다. 블로그 기록을 찾아 보니 2008년이다. 그때 당시 이미우이음악 씨디를 법우님들에게 선물했다. 그 중에 안양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법우님이 방문했다. 법우님은 10만원가량 되는 난을 선물로 가져 왔다. 난 이름은 관음사계이다.

법우님이 선물한 난은 지금도 살아 있다. 죽이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다. 난에 대해 전혀 모르고 키운 것이다. 1주일에 한번 물 준 것이 고작이다.

난은 처음 2-3년 동안은 잘 자랐다. 꽃도 피었다. 2015년 마지막으로 꽃이 피고 난 이후 한번도 피지 않았다. 이후 분갈이를 했다. 이후 어찌 된 일인지 싹이 나기만 하면 말라 죽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다.


어제 M선생이 사무실에 왔다. 먼 남쪽지방에서 온 것이다. 법우님은 사무실에 도착해서 식물을 하나 사주겠다고 했다. 식물 키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식물키우기에 대한 포스팅을 한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법우님의 제안에 일단 거절했다. 그러나 재차 말해서 받아들였다. 호의를 가지고 선물하겠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법우님과 함께 사무실 근처 꽃가게로 갔다. 종종 이용하는 곳이다. 자주 가다 보니 이제 단골이 되었다.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할 정도가 되면 친밀한 것이다.

꽃가게 규모는 작다. 5평 정도 되는 비좁은 공간에 선물용 식물과 꽃으로 가득하다. 법우님은 좋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2-3만원짜리를 골랐다. 그러나 법우님은 더 좋은 것을 고르라고 재차, 삼차 말하는 것이었다. 법우님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열살 이상 차이난다.

 


사무실에는 식물이 많이 있다. 다만 난은 부족한 느낌이다. 난이 있기는 하지만 오래 전에 선물로 받은 난은 이제 고사직전이다.

가장 싼 것으로 골랐다. 그러나 법우님은 이번에도 (No)”하는 것이었다. 법우님이 직접 골랐다. 난 중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골랐다. 화분도 도자기로 되어 있어서 예술품처럼 보인다. 10만원짜리이다. 주인은 2만원 할인해서 8만원에 해 주겠다고 했다.

 


꽃가게 주인으로 부터 난 키우기 설명을 들었다. 이제까지 한번도 듣지 못하던 것이다. 듣고 보니 이제까지 난을 잘못 키웠다.

이파리가 말라 죽는 이유가 있었다. 난 위에 물을 부으면 이파리가 말라 죽는다고 한다. 난에 물을 줄 때는 대야에 물을 붓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려 놓으라고 했다. 한참 올려 놓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난 치는 방법을 알았다. 누가 알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열대식물 키우듯이 난 위에다 물을 준 것이다. 난에 물을 줄 때는 대야에 물을 붓고 난화분을 담가 두는 것이 포인트이다.

법우님이 선물한 난의 이름은 황룡금이다. 문자그대로 꽃 색깔이 황금빛이다. 꽃 가게 주인은 10일에 한번 물을 주라고 한다. 과연 나는 난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선물은 주어서 즐겁고, 선물은 받아서 기쁘다. 선물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아름다운 마음이 된다. 실행에 옮겼을 때 선업공덕이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거절할 수 없다. 그러나 금액이 크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선물을 하는 것은 능력껏 보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황룡금 난에 꽃이 피어 있다 6년 만에 보는 것 같다. 13년전에 어느 법우님이 관음사계를 선물해 준 이래 처음 접하는 난꽃이다. 난 하나로 인하여 선물하는 이도 즐겁고, 받는 사람도 기쁘고, 판매한 사람도 이익 되는 하루가 되었다.

 


2021-06-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