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더위여, 올테면 오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6. 14. 07:12

더위여, 올테면 오라



여름살이 준비를 했다. 작년 8월 말에 이사왔다. 더위가 한풀 꺽일 때 온 것이다. 그때 에어콘을 달지 않았다. 에어콘 없이 살아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에어콘 없이 산다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과거 일을 회상하면 달지 않을 수 없었다.

에어콘 없이 오랜 세월 살았다. 집에 에어콘을 단 것은 재작년과 작년 두 해뿐이다. 이전에는 에어콘 없이 버텼다. "여름철 두 주만 버티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보낸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올여름은 어떻게 보낼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여름철만 되면 열대야와 불면의 밤이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느 해는 견딜만 했다. 두 주만 참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열대야는 길어 지는 것 같았다. 2018년의 경우 열대야가 한달 이상 갔다.

2018년 열대야 한달을 겪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열대야는 더 이상 두 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열대야가 한달 간다면 버티는데 한계가 된다. 2019년 처음으로 에어콘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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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어떨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열대야는 두 주 이상이 될 것이다. 온도 뿐만 아니라 습도도 높아 끈적 거릴 때 괴롭다. 에어콘이 없을 때는 차라리 추운 겨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올 여름은 에어콘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세월 선풍기 한대로 여름을 보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도시에서 에어콘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나도 지구 온난화에 일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이제까지 잘 참고 살았는데 더위와의 전쟁에서 항복한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열대야의 공포에서 해방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름살이 준비를 해서 마음이 든든하다. 더위여, 올테면 오라.

2021-06-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