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태고의 여명

담마다사 이병욱 2021. 7. 3. 09:18
태고의 여명

어둠속에 날이 밝아 온다. 동녁 하늘에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과 함께 동쪽하늘 틈새가 열렸다. 이를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문득 '태고의 여명'이라는 말이 떠 올랐다.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새벽 4시에 시동걸었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지 30분 만에 태고의 여명을 보았다. 영어로 세이크리드(sacred)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태고의 여명은 신성하다고 생각했다.

여명은 태고적 부터 있었다. 원시인들도 하늘이 열리는 태고의 여명을 보았을 것이다. 태고의 여명은 인류가 시작 되기 전부터도 있었을 것이다. 태고의 여명은 지구의 시작과 함께 했을 것이다.

운전중에 태고의 여명을 흘낏 쳐다보았다. 불과 0.5초 정도 되는 지극히 짧은 순간이다. 순간에서 태고를 보았다. 태고적에도 붉은 기운과 함께 하늘이 터지듯이 열렸을 것이다. 태고부터 현재까지 관통하는 듯 하다.

태고의 여명은 날이 밝아져 감에 따라 사라졌다. 새벽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새벽 5시가 되자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쾌속질주해서 정안알밤휴게소에서 차를 세웠다. 이렇게 스마트폰 칠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본다.

갈 길이 멀다. 아직도 230여키로를 더 가야 한다. 남으로 남으로 달리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나홀로 떠나는 여행이다. 외로운 나그네가 되어서는 안된다. 고독한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의존하려 하면 외로운 나그네가 된다. 자신에게 의지하면 고독한 수행자가 된다.

인생길은 여행길과 같다. 여행길에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수많은 일을 겪는다. 가장 힘든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과의 만남이다. 그것은 사람이 될수도 있고 사건이 될수도 있다. 팔고중에서 원증회고의 괴로움만한 것이 있을까?

인생길에 외로운 나그네가 되기 보다 고독한 나그네가 되고자 한다. 네비를 켜면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듯이, 가르침의 네비로 목적지에 이르고자 한다. 가르침과 자신을 섬으로 삼아 고독한 나그네가 되고자 한다. 오늘 새벽 남쪽으로 가는 길에 태고의 여명을 보았다.

2021-07-03
담마다사 이병욱